요즈음 서울의 아스팔트에서 반사되어 나오는 더위는 더위가 아니고 찜이라고 해야 제대로 표현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다행하게도 사무실이 7층 꼭대기에 있어 땅에서 반사되는 직사광선은 피할 수 있지만 에어콘이 없어 자그마한 선풍기 한 대를 놓고 18평 되는 방에 6ㆍ7명 직원들의 더위를 해결해 줄 수는 도저히 없는 노릇, 그래서 나는 하나의 공식을 생각해 냈다.
H(더위) NㆍW/1라는 것이다. N는 나체지수 W는 물 속에 들어가는 도수를 말한다. 이 공식을 말로 표현한다면 더위는 나체지수와 물 속에 들어가는 도수에 반비례한다는 것이다. 이 이론을 증명하기 위해서 우선 몇 가지 이야기를 적어 보아야겠다.
더위를 이겨내는 공식의 첫째는 옷은 벗을수록 시원하다는 것이다. 예는 호주의 사막지대에서 사는 인류의 최대 원시 인종인「애버지니」의 경우가 아닌가 한다. 이들은 실오라기 하나도 가리우지 않은 알몸으로 사는 사람들인데 하루 온 종일 개미집 구멍 앞에 앉아서 일체 움직이지 않다가 개미가 나오면 그것만을 손으로 간신히 잡아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단지 움직이는 때는 매일 한 번씩 지나가는 스콜이 있을 때 물을 받아먹기 위해서 뛰어가는 것밖에는 없다. 근 40도 이상의 더위를 이겨내는 길이라고는 벗고 움직이지 않는「애버지니」스타일이 있는가 하면 둘째로는 물 속에 들어가는 필리핀 스타일이있다. 필리핀 사람들은 거의 다 섬에서 사니까 바닷가에서 산다고 해야 옳을 텐데 사실은 바닷가가 아니고 바다 안에서 산다고 해야겠다.
우리나라 원두막 같은 집을 바닷속에 지어 놓고 그 위에서 먹고 마시고 하는데 집 바로 밑에서 바닷물이 들락날락 하니까 우선 화장실이 필요없다는 것이 특징이겠다.
아침만 되면 집가에 마치 가물에 콩나듯 띄엄띄엄 사람들이 머리만 내놓고 부동 자세로 가만히 앉아 있는데 간간 머리만 댕그란히 나온 입가로 황금색의 변괴가 둥실둥실 떠오게 마련인데 입가에 오면 그때서야 손으로 슬슬 밀어 버리면 된다. 그러니 이들처럼 물 속에서 사는 사람들은 화장실에 가 앉아 있는 것도 문명인들이 에어콘 밑에 있는 것보다 더 시원하게 마련이니 보통때야 두말할 여지가 없지 않을까? 물 속에 오래 들어가 있을수록 더위는 덜한 법. 이런 P식 피서법을 알아낸 나의 친구집에서는 쌀통으로 장만한 플라스틱 통에 물을 붓고 얼음이 삼십 원어치 사서 통 속에 넣고 더울 때면 하나씩 들어갔다 나온다. 땀을 뻘뻘 흘리며 집으로 돌아오는 아빠에게도 최우선으로 권하는 인사가 『아빠! 통 속에 들어가』하는 것이다.
에어컨ㆍ목욕탕ㆍ선풍기가 없는 나 같은 샐러리맨들에게 간곡히 권하고 싶은 피서법 중에 하나가 바로 이 P식이다. 실천해본 사람은 그 진가를 알리라. 셋째 번으로는 쿠웨이트식 피서법이 있다. 쿠웨이트는 석유 왕국으로도 유명하지만 더위로도 세계에서 뒤떨어지지 않을 만큼 더운 곳이다. 보통 낮이면 45도 정도라니 이것은 더웁다고 하느니보다 삶는다는 것이 옳을 것 같다. 이들이 피서하는 방법은 덥기 때문에 외투를 입고 다닌다는 것이다. 그것도 그럴 것이 체온보다 외기 온도가 너무 높기 때문에 외투로 체온을 보호해 주지 않으면 살에 화상을 입기 때문이라고. 나는 통만 남아 있으면 거뜬히 여름을 넘길 수 있는 대한민국에서 산다는 것을. 인도ㆍ태국ㆍ필리핀 등지를 다녀보고 난 후에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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