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일이네 식구들은 새장에 들어 있는 비둘기를 바라보며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눈다.
『자 이젠 너희 방에 가서 공부나 하고 자거라!』
아버지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아빠, 벌써 자!』
형철이가 불평하듯이 말했다.
『벌써가 뭐니.』
『아직 10시도 안 됐는데…』
『그래 12시가 돼야 자겠다는 거니?』
아버지가 껄껄대며 말했다.
『자, 우리방에 가자!』
형일이가 일어섰다.
『큰오빠 잘 생각했어』
유미도 한마디 했다.
『형, 비둘기 갖고 가는 거지』
형철이가 형일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물론!』
형일은 고개를 끄덕이며 제법 어른스럽게 말했다. 형일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형철은 비둘기가 들어 있는 새장을 두 손으로 번쩍 들었다.
형일이와 형철은 저희 방으로 갔다.
새장을 한쪽 구석에 놓았다. 그 앞에 두 형제는 배를 바닥에 붙이고 턱을 고이고 새장을 바라본다.
두 마리의 비둘기는 가끔 꾸룩꾸룩 목에서 소리를 냈다.
『형, 내일 비둘기집을 만들어?』
『그럼 만들어야지!』
『아침에?』
『병신! 아침에 어떻게 만들어 학교 갔다와서 말야』
『비둘기집 어디에 놓아』
『글쎄…어디가 좋을까?』
두 형제는 생각한다. 더욱이 형철이는 무슨 큰 문제나 생각하는 것처럼 얼굴 표정이 심각하다.
그러나 동생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형일은 갑자기 혼자서 킥킥대고 웃었다.
『형, 왜 그래?』
형철이는 빙그레 웃고 나서 말했다.
『아무 것도 아냐.』
『그럼 왜 나 보고 웃었어?』
『뭐, 널 보고 웃었나 갑자기 머리에 떠오르는 게 있었기 때문에 웃었지』
『그럼 그게 뭐야?』
『그건 말 못해!』
『왜 말 못해!』
『비밀이니까!』
『비밀이면 더 알고 싶어하는 성질야 나는…』
하고 형일에게 다가 누웠다. 그러나 형일은 왜 웃었는지를 말하지 않았다.
형철은 단념하고 다시 생각하는 표정을 한다. 형일이도 생각한다.
『어디가 좋을까…』
『어디가 좋을까…』
형일이가 말하자 형일이도 똑같은 말을 했다.
『은행나무 가지에 매달면 어때?』
형철이가 말했다. 형철은 속으로 그럴 듯한 생각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형일은
『은행나무?』
하고 깔깔댔다.
『왜?』
형철은 멋적게 됐다.
『그럼 뒷마당에 가지 않으면 비둘기를 못 본단 말야』
『그래도 비둘기가 날아서 앞마당에 날아온단 말야』
『그걸 어떻게 믿어. 은행나무에 매달면 남의 거나 같단 말야. 언제나 볼 수 있는 곳이라야 한단 말야』
형일의 말은 잘못된 말은 아니다.
『그럼 아빠방 마루에 할까』
『그렇게 낮은 곳에…』
형일이가 놀란 소리를 질렀다.
『비둘기집은 모두 높은 곳에 있단 말야』
형일이가 또 말했다.
『형 그럼 지붕 위에 올려 놓으면 돼』
형일이가 말했다.
『그건 안 돼』
『왜?』
『비둘기집은 가끔 청소도 해야 한단 말야』
『응…』
형일의 말대로 비둘기집은 가끔 청소를 해주어야 한다.
형제는 또 생각하다 여러 가지 의견이 나왔다. 그러나 결국은 아버지의 방쪽 앞에 네 개의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올려 놓기로 했다.
물론 높이 만들기는 하나 장독대에 올라서면 손이 닿을 만큼 만들기로 했다.
이러한 결정을 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흘렀다.
항구에서 똑딱선의 통통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두 형제는 잠자기로 했다. 불을 껐다. 그러나 잠은 곧 오지 않았다. 더군다나 형철은 걱정이 많다.
『형 비둘기가 날아갔다가 돌아오지 않으면 어떻게 해?』
어둠 속에서 불쑥 말했다. 형철의 걱정도 무리는 아니다.
『걱정할 것 없어 비둘기는 방향감각이 발달돼 있기 때문에 아무리 먼 곳에 갔다가도 집으로 돌아와-』
형일은 어느 책에서인가 본 이야기를 자신있게 설명했다.
『그래…』
형철은 탄복하듯이 말했다.
『그럼 비둘기가 크면 저 수도국산에 갖고 가서 날려 보내 볼까 우리집으로 돌아오는가…』
형철이가 또 말했다. 수도국산은 형일이네 집에서 약 2킬로 반 가량 되는 남쪽에 있다.
『그럼 해 봐야지!』
『야 신난다!』
얼마 후 형일은 코를 골기 시작했다.
그러나 형철은 잠이 오지 않는다. 어서 날이 밝았으면 한다. 학교에 가기 전에 참새를 가져왔을 때처럼 동네를 한 바퀴 돌며 아이들에게 비둘기의 자랑을 해야 할 일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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