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교수는 “사회교리를 현대 교황들의 특정 회칙이나 교황청 문헌 등에만 한정하는 것은 2천 년 그리스도교의 거룩한 전통을 한없이 초라하게 만드는 일”이라며 “교부 문헌에는 그 시대 상황 속에서 가난한 이들 안에 계신 주님을 알아 뵙고, 그들과 연대하며 정의로운 사회를 일구기 위해 헌신했던 교부들의 치열한 성찰과 생생한 증언이 담겨 있다”고 설명한다.
대 바실리우스, 나지안주스의 그레고리우스, 요한 크리소스토무스, 암브로시우스, 아우구스티누스, 대 그레고리우스. 그리스도교 역사에서 가장 위대하다는 평판을 얻은 이 여섯 교부들은 사회문제와 가난한 이들에 대한 사랑에 관해서도 탁월한 가르침과 본보기를 남겼다. 이들이 남긴 사회적 가르침의 주요 주제는 인간 존엄과 가난한 이들의 권리, 재화의 보편적 목적과 분배 정의, 나눔과 환대의 의무, 연대와 공동선, 자비와 자선 등이다. 지금 우리네 삶 안에서 가지는 관심사와 다르지 않다.
최 교수는 “교부들은 교회적 관심과 사회적 관심을 분리하지 않았다”며 “가난과 불의에 짓눌린 사회 현실을 신학의 자리로 삼아 하느님 백성과 함께 아파하며 그 고난에 동참한 교부들의 삶과 가르침은 참으로 거룩한 전통(성전 聖傳)이며 복음적 혁명성의 소중한 원천”이라고 강조한다.
“물이 불을 끄듯 자선은 죄를 없앤다.”(집회 3,30) 키프리아누스 교부는 “자선이야말로 탁월한 참회 방법이며 죄를 용서받는 길이라는 확신을 교회에 심어줬다”. 키프리아누스가 「선행과 자선」 문헌에서 밝힌 이러한 내용은 참회의 실천적 의미를 신학적으로 논증이었다. 이 책은 그리스도교 최초의 사회교리서로 꼽히기도 한다.
대 바실리우스 교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내가 번 돈을 내 맘대로 쓰고 소유한다고 해서, 그게 무슨 잘못이며 왜 비난받을 일인가?”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경고한다. 그것은 자기 식탁에 차려진 산해진미가 부스러기로 연명해야 하는 가난한 이들과 함께 누리도록 마련된 하느님의 선물이며 공동 재화라는 진실을 허투루 여긴 잘못이라는 것이다. 대 바실리우스의 이러한 가르침은 재물의 사회성, 재화의 공공성의 토대가 된다.
다양한 예화와 교부들의 발언, 저자의 해설 등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교부들은 교구 울타리와 국가의 장벽을 넘어 보편적 사랑의 연대를 실천해 ‘가톨릭’이란 이름이 더욱 빛나게 한 이들이라는 것을 새삼 되새길 수 있다. 또한 “엄밀하게 보자면 사회교리는 여러 교황이나 학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복음화 핵심에서 나온 것이고 예수님은 하느님의 사회교리 그 자체”라는 저자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