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로 만나기로 약속했던 연희의 어머니가 만나자 마자 불쑥 이렇게 말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우리 연희는 검정고시를 보도록 준비해야겠어요』
학급에서 중간을 밑도는 연희의 성적은 대학에 진학하기에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대학입시 과목이 아닌 예능과 체육 등의 실기를 하는 시간이 낭비라는 얘기였다. 이미 결정했으니 담임선생은 그렇게 알고 있으라는 말투였다.
『연희방에서 함께 자면서 한 일 년 동안 이렇게 할 겁니다』
많이 배우지 못한 연희의 부모는 연희 남매를 꼭 대학에 보내는 게 최대의 목표였다.
연희 어머니는 연희와 상담하겠다는 내 말을 굳이 거절하지 않았다. 학교를 그만두고 집에서 공부시키면서 검정고시 반 같은 곳에 등록했다가 아이를 꼭 진학시키겠다는 어머니의 열성이 가상하다고 해야 할지, 어처구니없는 표정만 짓고 있는데 연희 어머니가 바쁘다고 일어났다.
연희는 어머니의 의사에 대해서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본래 내성적인데다 자신의 성적이 신통치 못한데서 발생한 사건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이와 비슷한 일은 전에도 몇 번 있었다. 한번은 수학여행을 안가겠다는 학생이 있어서 상담을 했더니 뜻밖의 얘기를 듣게 되었던 것이다.
3박4일간의 결손학습을 집에서라도 채우겠다는 그 학생의 어머니의 고집을 꺾기위해 늦은 시간에 전화를 여러 차례 했다. 수학여행에서 돌아와서 치루게 되는 월말고사 성적을 올리는 조건을 상호합의 했다. 그런데 성적은 더 하락을 했고 그 어머니는 학교로 달려와서 앞에 서술한 연희 어머니의 발언과 같은 의사를 표현했다.
이틀 후 약속한 시간에 다시 상담실에서 연희 어머니와 마주 앉았다. 쓸데없는 실기학과가 너무 많다는 푸념과 함께 연희가 자퇴를 안 하겠다는 고집을 버리지 않으니 담임이 설득해달라고 부탁했다.
바로 그날 오후에 연희가 상담을 요청했다. 어머니의 의견을 따를 수 없으니 담임선생님이 도와달라는 얘기를 간절히 하는 것이었다.
『네 결정이 가장 중요하단다. 지난번에 많은 얘기를 했지만 네가 아무런 반응이 없어서 난 실망도 되고 괴로웠단다』
문제는 진학이고, 지금까지 최선을 못했다는 반성을 잊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앞으로 대학시험 날까지 계획을 세워서 공부를 하기로 했다. 실패하면 재수를 한번쯤은 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실망하지 말아달라는 긴 편지를 부모님께 쓴 것을 내게 보여주었다.
그렇게 펄쩍뛰던 연희 어머니가 수그러진 것이 꼭 연희가「가출이라도 하고 싶은 절박한 심정」이라고 편지속의 내용 때문만은 아니라는 걸 안다. 자녀를 사랑하는 어머니의 마음은 다 같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이런 시련은 또 올 것이다. 그때마다 상황을 극단으로 몰고 가서는 안 된다. 부드럽게 차분하게 함께 상의하면서 함께 아파해야 할 것이다.
대학진학이 청소년들에겐 희망인가 멍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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