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행복에서 제8행복은 옳음이 실현되어야 하느님나라가 이룩된다는 일종의 하느님나라의 사회학이라고 할 수 있다. 옳은 일을 하지 못해서 애태우는 사람, 자비를 베푸는 사람, 마음이 깨끗한 사심 없는 사람, 평화를 도모하는 사람, 옳게 살아서 박해받는 사람, 이 다섯 가지 부류의 사람은 세속에서는 바보스럽다.
세속에서는 옳은 일을 하지 못해서 애태우기는커녕 자기 이익을 쫓느라고 혈안이 되어 있다. 아무보상의 실마리도 없이 제 것을 남에게 주자니 이처럼 바보스러울 데가 있을까. 남의 것을 강탈하지 않는 것만도 대견스러운 일인데, 가난뱅이여 안녕! 이것이 현세 사람들의 속절이다.
마음이 깨끗하다고 누가 알아주는가. 사심 없이 사회를 위해서, 조국을 위해서, 인류를 위해서 노력한다고 누가 거들떠나 보는가. 업적이 드러나서 남이 나를 알아주어야지. 먹히고 먹는 치열한 생존경쟁의 이 세상에서 양보가 미덕일지는 몰라도 자기 삶에 보탬이 될 것인가. 내 것이 잠식당하지나 않을까 눈을 밝혀야 하고 한걸음 더 나아가서 하나라도 더 가지려고 핏대를 올리고 악바리노릇을 해야 직성이 풀고 안심이 되는 이 세상이다.
이사 네 가지 생활태도는 모두 자기의 행복을 위하여 남을 도외시하는 생활태도이다. 이런 사람들은 자기와 보조를 같이 하지 않고 비난, 반대하는 사람들을 몰아세운다. 옳은 일을 위하여 성과없이 애타는 사람, 그것 자체가 세속에서는 한 형태의 박해이다. 제 것을 남 주고 받는 것이 없는 사람, 이것도 일종의 박해이다. 소득 없이 청렴결백한 사람, 세속에서는 자학이나 마찬가지이다. 양보와 아량으로 제 것을 빼앗기는 사람, 실속 없이 전장에서 죽는 사람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하느님 나라에서 만복(滿腹)의 즐거움을 누리는 사람은 옳은 일에 목말라하고 굶주려하는 사람이다. 이 옳음은 하느님의 옳음이며 하느님의 옳음을 이 세상에 실현하는 것 이것이 예수께서 설파하는 기쁜 소식이다. 세상의 가치를 역으로 바꾸어 놓는 것, 이것은 세상을 영성화하는 일이다.
자비로운 사람, 이런 사람은 가난의 정신을 터득한 달인이라야 가능하다.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더 복되다 』고 하신 주님의 말씀은(사도20, 35)사도들이 그 달덕(達德)을 터득하고 사도교회시대에 이미 설교하며 실천하였다. 자비를 베푸는 사람, 이 사람은 인류를 사랑하는 고매한 심성의 소유자이다.
자식을 위하여 모든 것을 쏟아 부은 부모가 늙어서 받는 보상은 자식이 성장하여 사회의 훌륭한 일꾼이 된 것 그 자체로써 보상을 받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자비를 베푸는 사람은 자비가 세상에 퍼지는 그 자체로써 보상을 받는 것이다. 공자도 말하였다. 『인(仁)을 원하여 인(仁)을 얻으면 더 바랄 것이 없으며, 인(仁)을 구하여 인(仁)을 얻으면 한스러운 것이 없다 』고. 인자(仁者)는 득인(得仁)으로 충분한 보상을 받았다는 뜻일 것이다.
마음이 탐욕스러운 사람은 언제나 그 속이 어지럽고 편안치 못하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라야 마음속이 늘 깨끗하다. 주님을 향한 일편단심으로 하느님을 보는 눈이 밝아진다. 이웃에게서 원수를 보고 세상에서 악을 보면서 사는 것이 얼마나 괴로운 일인가는 우리가 늘 체험하는 바이다. 맑디맑은 마음으로 이웃에게서 사랑을 보고 세상에서 하느님나라가 이루어지는 것을 보는 눈을 가진 사람은 얼마나 행복할 것인가. 마음이 깨끗한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하느님을 뵙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영성화되는 상층단계에 이른 것이다.
이상 여섯 가지 행복한 사람들은 평화를 도모하는 사람이며 평화를 도모하는 사람의 보상은 하느님의 아들이 되는 것이다.
예수 이전에는 전쟁으로 세상을 평정한 사람이 영웅으로 추앙되었다. 이스라엘은 하느님의 이름으로 원수를 정복하였고, 하느님의 이름으로 복수전을 하였다. 예수이후에도 영웅호걸들은 전쟁을 이기는 것을 대수로 여겼고 지도자로서의 자격을 갖추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평화를 도모하는 사람」이 세상을 잘 다스리는 대통령이라는 생각을 깨우치게 된 것은 예수의 가르침 후 2천년후인 오늘에 와서야 깨달았다. 평화를 도모하려면 지혜가 있어야하고 하느님의 덕성을 갖추어야한다.
진정으로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은 하느님의 친구이다. 평화를 도모하는 사람들은 전쟁을 일삼으며 살기등등하게 만든 이 세상을, 하느님을 에워싸고 안온한 햇살로 새롭게 꾸며나갈 것이다.
제7행복 평화는 깨끗한 마음 때문에 고생하는 제6행복을 감싸주고, 제5행복 자비는 옳은 일 때문에 시달리는 제4행복을 윤기 있게 해주며, 제2행복 온화는 제1행복 가난의 괴로움을 보상해준다. 제8행복은 박해받는 사람들이다. 옳은 일을 하다가 박해받는 사람은 행복하다고 하였다. 하늘나라가 이들로 인하여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예수께서는 이 말씀을 하실 때 사도교회가 박해를 받으며 굳어지고 제자리를 잡을 것이라는 것을 내다보셨고 복음사가들은 실제로 박해받는 교회를 체험하면서 이 말씀을 다시 되새겼던 것이다. 우리나라 교회도 싹트자마자 순이 잘리고 피를 흘린 사실을 상기한다면 이 나라에 하느님의 나라가 이룩되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된다. 그런데 옳은 일을 하는 사람은 왜 박해를 받아야 하나ㆍ그것은 하느님 나라의 신비만큼이나 역설의 신비이다. 예수님은 그저 너희도 나와 같이 고통을 받고 온갖 학대를 받을 것이지만 그것은 나 때문이니 너희는 행복하다고 하셨을 뿐이다.
루가복음선 행복론에 대조적으로 앙화론이 뒤따르는 구성법을 사용했지만 마태오복음서는 그 앙화론을 복음서 끝에 놓아 5장의 하느님나라의 행복론과 23장의 하느님의 심판을 받는 앙화론을 대조시켰다. 그리고 행복론에 이어 제자들이 하느님나라를 이끌어갈 소금이 되고 빛이 되라는 권고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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