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께서는 인간구원을 위하여 교회 하나만을 세우셨으니 교회는 구원의 유일한 길이기 때문에『교회 밖에는 구원이 없다』는 신학격언은 오랜 옛날부터 정통교회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그러나 이 격언은 해석여하에 따라서 많은 논쟁을 유발할 수 있는 표현이다.
이 격언에서 말하는 「교회」를 그리스도의 신비체로 이해하면 이 격언은 더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절대적 신앙교리이다. 그리스도께서 유일한 구세주이시니 아무라도 어떤 방식으로든지 그리스도께 속하지 않고서 구원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만일 이 격언에서 말하는 「교회」를 세례를 받은 사람들의 사회적 공동체로 이해할 때에는 이 격언은 대단히 배타적이고 독단적인 주장이 된다. 극단적으로 무식하게 말해서『성당에 가지 않는 사람은 다 지옥에 간다』는 폭탄선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회나 신학이 이런 극단론을 주장한 적이 없다.
1, 이 격언의 역사
니케아 공의회(325년)이전의 교부들인 이냐시오, 이레네오, 오리게네스, 치프리아노와 예로니모, 풀젠시오 등 고대교부들은 구원의 수단으로서의 교회와 인간 각자의 구원문제를 구별하지 아니하고, 기성신자로서 교회에서 이탈하는 배교자들에게 교회밖에는 구원이 없다고 가르치고 있었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벌써 구원의 제도로서의 교회와 개개인의 구원문제를 구별하여, 구원의 기관인 교회는 하나뿐이지만 자기의 탓 없이 교회 밖에 있는 사람도 있고, 몸으로는 교회 안에 있어도 마음으로는 교회 밖에 있는 신자도 있고(대죄 중에 있는 신자), 몸은 아직 교회밖에 있지만 마음으로는 이미 교회 안에 있는 사람도 있다(예비신자)는 것을 인정하였다. 그러니 너무 단순하게 교회밖에는 구원이 없다고 말할 수 없게 되었다.
중세의 스콜라 신학자들은 계시진리에 대한 고의적(故意的)무지(無知)와 불가피한 무지에 의하여 교회밖에 있는 사람들이 무조건 구원에서 제외될 수는 없다고 보았다.
근세에는 인간의 진리인식은 개인의 성의나 능력에만 좌우되는 것이 아니고 개인이 속한 사회의 여건의 압력을 받는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어서, 선의의 오류나 불가피한 부지가 있을 수 있으니 이 격언은 교회의 유일성에만 해당되고, 개인의 구원에는 무관한 주장으로 보았다.
이런 역사적 해석과정을 거쳐서 교회헌장은 교회의 유일성을 확고히 선언하면서도, 개인의 구원문제에 있어서는 누가, 얼마나 그리스도의 신비체에 관계되느냐에 따라서 구원의 가능성의 정도를 논하고 있다(교회헌장14~16항)
2, 구원의 가능성
여기서 우리는 구원의 가능성의 정도를 논하는 것이지 구원의 현실성을 논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하는 바이다. 다시 말해서, 이러 이러한 조건이 충족되면 구원될 수 있다는 말이지, 이러므로(아무개가)구원되었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①그리스도는 유일한 구세주이시니 어떠한 모양으로든지 그리스도의 신비체에 속해야 구원될 수 있다(교회헌장14).
②그리스도께서 유일한 교회를 세우신 것을 분명히 알면서 이교회에 들어오지 않거나 이 교회에서 나가는 사람은 구원될 수 없다(교회헌장14).
③그리스도께서 친히 세우신 가톨릭교회의 신앙과 예배와 교계적 친교에 완전히 참여하고 있는 신자의 구원 가능성은 가장 확실하다(교회헌장14 : 신비체회칙)
④가톨릭 신자라도 대죄 중에 있는 상태에서는 구원될 수 없다(교회언장14).
⑤자기의 탓 없이 아직 세례를 받지 못한 가톨릭 예비신자의 구원 가능성은 대단히 크고, 교회은 그들을 교회의 자녀로 인정한다(교회헌장14).
⑥불가피한 무지에 의하여 가톨릭이 아닌 다른 그리스도교를 성실히 믿는 갈라진 형제들에게도 구원의 가능성이 있다(교회헌장15)ㆍ그러나 개신교 신자보다는 정교회 신자들의 가능성이 더 크다.
⑦불가피한 무지에 의하여 그리스도의 복음을 모르지만 참 하느님을 예배하는 유대교인이나 회교도도 구원의 가능성이 있다(교회헌장16).
⑧불가피한 무지에 의하여 참 하느님을 예배하지 못하지만 어떤 방법으로든지 양심적으로 하느님을 찾는 사람들도 하느님의 숨은 은총으로 구원의 가능성이 열려있다(교회헌장16) 여기에는 모든 진지한 종교인이나 양심적으로 살아가는 선의의 인간들이 포함될 것이다.
교회헌장의 선언을 종합해보면, 각자가 신비체에 속하는 정도를 구별하고 있다. 가톨릭 신자는 완전한 합체(合體)라하고, 비가톨릭 크리스찬은 불완전한 결합(結合)이라고, 기타 종교인과 선의의 사람들은 관련되어 있다고 표현한다.
이상의 각 조항들은 3번에서 8번에로 내려가면서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다시 말하거니와 구원될 수 있다는 말과 구원된다는 말은 전연 다르다는 것을 명심해야겠다. 우리는 신학적으로 구원 가능성의 문제를 논할 수는 있어도, 특정인이 구원되었는지 아니 되었는지는 하느님만이 판단하실 것이다.
『교회 밖에는 구원이 없다』는 격언은 오랜 역사적 해석과정이 있었고, 교회의 유일성과 개개인의 구원의 문제가 복잡하게 관련된 내용을 가진 격언이기 때문에 충분한 신학지식과 기나긴 설명을 생략하고 아무데서나 사용할 수 있는 격언이 아니므로, 일반 신자들은 오해를 낳게 하는 이 격언을 사용하지 않기를 권하는 바이다(학문적으로는 성립될지라도 상식적으로는 통하지 않는 것이 이것뿐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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