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六) 복음의 탈사사화
중세 후기에 들어서면서 종교생활의 개인적 주관적 개별적인 경향이 뚜렷해지고 복음은 개인적인 것으로 변하여 사사화되어 갔다. 종교개혁은 양심의 자유를 선언하면서 그리스도교의 개인주의화를 초래케 하고 특히 경건주의는 결정적으로 개인화하여 사사화에 박차를 가했다. 그리하여 복음의 사회적 차원은 소홀히 되어 비본래적이고 부차적인 것으로 취급되어 왔다. 그리고 복음의 해석은 내적 사적 비사회적인 경향을 띠게 되어 신앙생활에 있어 신의 구원은 사적인 실존적 관련에 환원되고 신앙의식에 있어서도 사회적 현실은 소멸되었던 것이다.
구신약 성서의 교시를 단지 개인이「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며 또 신앙인 개인의 사생활에만 의미를 갖는 가르침도 아니며 어디까지나 공적 성격을 띤 구원의 고시인 것이다. 구신약 성서에 일관되게 흐르는 사상은 개인으로서의 신앙생활보다「하느님의 백성」의 성립과 그 완성을 중심으로 한 종말론적 구세사관이다. 그리고 성서에 있어서 스스로를 계시하는 신은 우리 인간이 관여하는 사회 상황 안에 현존하신다. 이 신의 관심과 계시의 대상은 사회집단인 것이다. 인간에 대한 신 스스로의 약속 개개의 자유로운 개인을 향하고 있는 동시에 늘 역사적 사회적으로 구성된 인류에게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은혜를 베푸는 신의 구원 의지의 부르심의 상대인 개인은 필연적으로 사회현상인 인류의 공동체의 일원인 까닭이다. 따라서 신의 절대약속은 역사ㆍ사회ㆍ하느님의 백성을 상대로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신의 절대약속은 목적적 사회집단인 동시에 종말론적 사회집단인 인류사회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육화로 신의 말씀은 구체적 사회관계에 연관성을 맺고 있으므로 복음에 있어서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의 사회적 관계인 것이다. 이와 같이 복음은 보편적 성격을 띤 사회적 차원의 구원의 고시이므로 신앙생활의 근저에 흐르는 사사화에의 경향은 반드시 탈피되어야 한다. 탈사사화는 현대에 있어서 교회가 현대적 사명을 수행하는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면서 전 신자가 사도직을 실천하는 계기인 것이다. 적극적인 탈사사화는 복음의 표현형식을 변화시키고 내용에서도 새로운 객관화를 초래케 한다. 그리하여 복음은 사회적 효과를 의도하는 말로써 자기 표현하여 사회 구조 깊숙히 침투한다. 이 새로운 객관화는 복음을 적극적 의미에서 탈사사화하여 사회화하는 것이며 이야말로 확대한 창조 가운데 그리스도의 육화의 신비의 본질적인 속성을 보지시키는 것이다.
(七) 복음의 육화성
복음은 끊임없이 육화하여 사회 구조의 민족문화에 침투하기 위해 그 민족의 변동 상황에 적응하여야 한다.
초대교회가 복음을 선교하는 데서 겪은 과정을 고찰해 보면 첫째 이방인에 대한 복음 선교가 옳은 것이냐, 둘째 신은 이방인에게 무엇을 묻게 하려는가, 셋째 이교도로부터의 개종자에 대해서 법률의 수수를 어떻게 할 것인가, 넷째 어떠한 말로 복음을 표현할 것인가 하는 등의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였던 것을 알 수 있다. 초대교회에 있어서 이스라엘의 국경을 넘어서서 복음을 확장하는 것이 얼마나 획기적인 결단을 필요로 했던가를 생각할 때 새삼 복음에 본질적으로 속하는 육화성을 인식케 한다. 그리고 사도들이 이 문제 해결을 숙고할수록 성신에 의해 계시와 의미 또는 유대인에의 약속과 의미를 완전히 옳게 깊이 이해하게 됐는가를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성서의 작자로서의 신은 복음이 듣는 자에게 합당하게 되어 한 문화에서 딴 문화로 이행하는 과정을 처음부터 성서 안에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복음을 현대의 언어와 문화 안에 육화시키려는 노력에는 현실적인 위험 즉 그를 이해하기 쉽게 적절하게 하는 과정에서 그리스도교의 본질적인 진리가 왜곡될 위험이 따르나 이 위험은 사회화하여 비유대화된 그리스도교가 지탱해야 할 당연한 대가가 아니겠는가. 말씀의 육화의 신비를 유비적 의미에서 볼 때 복음의 인류사회와 문화 또는 여러 민족과 사상 가운데 끊임없이 육화하여 금일의 인간공동체의 정맥 안에 영원히 살아 있는 신적인 힘을 주입하고 있음을 깨닫게 한다.
그리하여 복음이 여러 문화와 사회 현실에 침투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현대인의 정신 상황에 답할수 있는 새로운 방법으로 그리스도의 구원을 표명토록 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실사회 안에 현존하는 그리스도의 육화의 신비에서 복음의 사회적 규정과 사회성을 강조하여야 한다.
복음의 사회성은 육화의 유비적 의미에서 복음의 사회화를 가져올 뿐 아니라 복음의 육화성은 필연적으로 사회화를 초래케 하는 것이다.
복음의 사회화가 순수하게 사회적이며 확실히 복음인 한 복음의 사회화에게는 하등의 잘못이 없으며 실지로 성서의 복음이 그 용어의 가장 깊은 의미에서 사회적이 아니라고 하기에는 곤난하다. 복음의 사회화는 종말적 복음을 현대사회의 제조건하에서 표현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결코 복음의 사회화는 복음의 세대가 심화할수록 세속화된 사회는 신의 초월성을 더욱 순수한 방법으로 체득케 될 뿐 아니라 인간이 신비임을 뚜렷하게 자각하고 현실사회에 있어서 그리스도의 구원의 신비를 인식케 한다. 그러므로 인간사회에 있어서의 교회의 육화적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사회 참여하는 기본 원리는 복음의 사회화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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