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철이가 앞장을 서서 대문을 안으로 밀며 마당에 들어섰다. 그 뒤로 동네 아이들이 우루루 밀려들었다.
조용하던 마당이 갑자기 소란해졌다
형철은 오늘 아침 눈을 뜨자마자 비둘기들이 들어 있는 새장을 아버지의 방마루에 놓고 동네로 휭하니 나갔다. 겨울에 참새를 가져왔을 때처럼 아이들에게 자랑하기 위해서였다.
동네 아이들은 형일이네가 비둘기를 기르게 된 것이 자기들 일처럼 기뻤다. 동네가 시끄러울 정도로 떠들어대며 밀려왔던 것이다.
『여보 무슨 애들이 벌써부터 이 야단이요? 」
거울 앞에서 면도를 하고 있던 아버지가 말했다.
『무슨 애들이겠어요 형철이가 동네에 나가 자랑을 해서 애들을 데리구 온 거죠』
어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아빠 작은오빠가 애들을 데리고 왔어요』
유미가 내다보고 말했다.
『형철이가 또 신나게 됐군!』
아버지가 껄껄 웃었다.
『니네들 말야 비둘기는 어디에 날아갔다가도 제 집으로 돌아온다』
형철이가 아는 체했다.
『그럼 서울에 갔다가도 돌아와?』
칠성이가 코를 훌쩍거리며 말했다.
『그럼 서울은 문제도 안 돼 더 먼 데 갔다 온단 말야』
형철은 자신있게 말했다. 형철은 어제 밤에 형일이가 말한 멋진 말이 얼른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멀리 날아갔다가도 돌아온다고 말했다. 유감천만이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났다. 씨익 웃었다.
『비둘기는 말야 방향감각이 굉장히 발달돼 있어서 아무리 먼 데서도 자기 집을 찾아온단 말야』
형철은「방향감각」이라는 말에 힘을 주어서 말했다. 방 안에서 아버지와 어머니가 서로 바라보며 눈으로 웃었다.
『저런 소리는 또 어디서 얻어 들었을까?』
『형일이에게서 들었겠죠』
자기 방에서 영어의 알파베트를 연습하고 있던 형일이도 혼자서 웃었다.
『형철아 비둘기 언제까지나 이렇게 새장에 넣어두는 거야』
민호가 물었다.
오늘 비둘기집을 새로 만든다고 형일이가 말했지만 개방된 비둘기집에 비둘기들이 그대로 있을지가 의문이다. 과수원집으로 도로 날아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떠오르자 형철은 그만 말문이 막혔다.
『잠깐만 …』
하고 형철은 안방 쪽으로 갔다.
『아빠 오늘 비둘기를 새장에서 내놔도 돼?』
나직한 소리로 물었다.
『안 돼!』
아버지는 그제서야 아이들에게 주의를 주지 않은 것이 생각났다.
『저 말야 새장에 넣어둔 채로 며칠 동안 마루에 둬야 해. 그리고 그 다음에는 날아가지 못하게 마당에 닭장처럼 그물을 쳐서 그 안에서 살게 해야 해. 왜 그런가 하면 비둘기들이「여기가 우리집이구나」하고 생각하게 될 때까지는 내놓으면 안 된단 말야. 그 다음에 비둘기집에 옮기는 거야』
아버지가 설명했다.
『야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어. 형이 오늘 비둘기집을 만들어서 옮긴다고 했는데…』
『그건 안 돼. 며칠 그대로 둬야 해 비둘기집은 천천히 만들어도 돼.』
형철은 아이들에게로 되돌아가지 않고 형일이에게로 갔다. 형철은 저희방 미닫이를 열고
『형 오늘 비둘기집 안 만들어도 돼』
하고 말했다. 형일은 책상에서 돌아앉으며
『왜?』
하고 물었다.
형철은 아버지가 말한 것을 설명했다.
『그래 …』
형일은 머리를 갸우뚱했다.
『형 그것도 몰랐지?』
형철은 우쭐대며 아이들에게로 갔다. 그리고 아버지에게서 들은 주의 사항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했다.
『형철아 이 비둘기 얼마 주고 샀니?』
뭐든지 처음 보는 것이면 값부터 물어보기를 잘하는 석호가 말했다.
『돈 안 줬어. 과수원집 할아버지가 공짜로 주셨단 말야』
형철은 돈을 주지 않고 공짜로 비둘기를 가져왔다는 것도 큰 자랑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공짜로 비둘기를 얻었다는 말에 자기들도 돈을 안 주고 가질 수 없을까 저마다 생각했다.
아이들에게 둘러싸인 비둘기들은 어쩐지 불안한 것처럼 가만히 앉아서 고개만 자꾸 이리저리 돌린다.
『우리도 비둘기 길렀으면 좋겠다』
성호가 부러운 듯이 말했다.
『우리 비둘기가 새끼 낳으면 줄게 좀 기다려!]
『언제 말야』
형철은 새끼 비둘기가 언제 큰 비둘기로 되는지 모른다.
또 아버지에게로 가서 물어보는 수밖에 없다. 그때
『형철아 밥 먹어.』
유미가 밖을 내다보며 소리쳤다.
『학교 늦겠다. 어서 들어와 밥 먹어!』
어머니가 대청에 나와 말했다.
형철은 난처한 입장에서 구원을 받았다.
『너희들은 어서 집에 가서 학교 갈 채비나 해라!』
하며 어머니는 부엌으로 들어갔다.
오늘 아침은 제 일차로 다섯 명의 아이들이 비둘기 구경을 왔지만 앞으로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드나들지 모른다.
형철의 선전 공세는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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