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협받고 있는 인류
①오늘의 세계를 돌아볼 때…
…우리는 도처에서 어렵지 않게 부정을 발견한다. 그 부정의 종류가 다르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부정은 어디까지나 부정이다. 특히 후진국들에서 이 부정은 아마 이따금 우리가 거기에 관해서 아무 것도 모르고 있는 사이에 하느님의 자녀들인 수백만의 사이에 하느님의 자녀들인 수백만의 사람들에게 억울한 피해를 주어 그들을 인간 이하의 처지로 전락시킨다. 인간 이하의 처지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 말은 과격하고 어쩌면 선동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표현이 아닐까? 결코 그렇지 않다. 너무도 흔히 부모의 빈곤이 바로 그 자녀들에게로 물리어지곤 한다. 그리고 빈곤이 가장 참혹한 전쟁과도 같이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다는 것을 누가 모르겠는가? 아니 단순히 목숨만을 앗아가는 것이 아니다. 빈곤은 사람의 육체를 찌그러뜨리고(비아프라의 경우만 상기해도 그 참상을 알 만하다) 정신을 찌그러뜨리고(배가 고프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낙오한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또한 도덕 관념을 찌그러뜨린다. (공인된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노예나 다름없는 처지에 있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아무런 전망이나 희망도 없이 하루살이의 나날을 보내며 일종의 숙명론과 걸인 근성에 젖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주의하기 바란다. 부정은 결코 후진국들의 독점물은 아니다. 선진국들 가운데에도 불정이 있고 이것은 자본주의 진영에서나 매한가지이다. 자본주의가 발달한 서방세계의 가장 부유한 나라들 안에도 영세계급이 있으며 카나다에서는 이를「회색지대」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전 대통령 존슨이 벌써 빈곤과 싸울 것을 선언하면서 3천만의 북아메리카 사람들이 인간 이하의 처지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덧붙여 말한 바 있다. 선진국가에서 말하는 인간 이하의 처지란 후진국가의 그것과 꼭 같지는 않다 할지라도 빈부의 심한 격차는 그 부유한 나라들 안에 불쾌한 감정의 대립을 나라들 안에 불쾌한 감정의 대립을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주의 진영의 소련과 중공은(아마 이론상으로는 다를는지 모르지만) 실지로는 그 사회주의 체제 안에서 어떠한 다원주의도 용납치 않고 있다.
이 두 나라 사이의 시간는 이미 우리에게 유익한 교훈을 준 바 있다.
그러나 어쨌든 두 나라는 그 국민들에게 변증법적 유물론과 맹종을 강요하는 공산국가들이다. 그 풍토는 바로 독재의 풍토이다.
곧 밀고가 조장되고 무고가 판치고 자기 비판이 강요되고 잠시도 불안에서 헤어날 수 없는 무자비한 풍토이다.
선진국가들과 개발도상국가들과의 상호관계를 살펴보면 부정의 또 하나의 차원이 노출된다. 개발도상국가들은 UN 무역개발회의(UNCTAD)의 테두리 안에서 선진국가들과 대화를 하려고 시도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을 정상으로 하는 자본주의 국가들이나 소련을 정상으로 하는 사회주의 국가들이나 양편 다 똑같이 이기주의적이고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후진국 원조는 꼭 필요한 것이지만 그들은 그런 여유가 없는 것이다. 우리는 그런 여유가 없는 것이다. 우리는 교황 바오로 6세의「민족들의 발전 촉진에 관한 회칙」(1967년 3월 26일 반포)이 보여준 바와 같은 용기를 갖지 않는다면 국제무역정책에서 놀라운 불균형을 드러내고 있는 문제의 핵심을 찌르지 못할 것이다.「피어슨」보고(PEARSON REPORT 국제개발위원회보고「개발의 협력자들」)에서도 세계 무역의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간단히 언급하고 인구 팽창 같은 문제의 보고에 더 많은 역점을 두고 있다. 물론 인구문제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제3세계에서는 극히 복잡한 개발문제를 이제 겨우 사회통계학적인 각도에서 검토하게 되었으니 만큼 아직은 어느 나라도 깊이 연구된 견실한 가족계획을 받아들일 여유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구문제의 거론은 부정ㆍ불의를 외면하려는 하나의 핑계 같은 인상을 주기도 한다.
현재 선진국가들은 그 원자폭탄을 상당히 뽐내며 저개발의 후진세계라는 진흙(점土質)의 발을 가진 거인을 얕보고 있다. 수폭을 소유하고 있는 강대국들은 빈곤이라는 폭탄 곧「빈폭」의 파괴적 영향과 그것이 초래할 무서운 결과를 정말 고려하고 있을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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