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마리의 새끼 비둘기는 형일이네에 온 지 오늘로 닷새가 된다. 그동안 비둘기들은 마루에 놓은 새장 안에서 지냈다.
동네 아이들이 형일이네 대문이 닳도록 드나들었다. 형일이와 형철은 심심치 않게 닷새를 보냈다.
두고 보아야 알 일이지만 형일이네 비둘기를 구경한 아이들은 저마다 비둘기를 탐냈고 또 기르겠다고 했다.
동네 아이들뿐만이 아니었다. 형철이네 반 아이들까지도 비둘기 구경을 했다. 그만큼 형철의 선전 공세가 치열했던 것이다.
형철은 오늘 수업 중에 선생님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학교에서 해방된 것만을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은 새장의 비둘기들을 어제 장독대 앞에 쳐놓은 닭장 같은 쇠그물 속에 옮기는 날이다.
그래서 형철은 몸은 학교에 있으면서도 생각은 집에 가 있었다. 마지막 수업이 끝나 층층대를 내려오는데 뒤에서 인택이가『형철아 비둘기 잘 자라니?』
하고 어깨에 손을 얹었다.
『응 오늘 말야 비둘기를 옮긴다』
형철은 자랑스럽게 말했다.
『옮기다니 어디에?』
인택이가 의아스러운 얼굴을 했다.
『지금까지는 새장에 넣었잖아. 그런데 어제 마당에 쇠그물로 닭장처럼 만들었단 말야 그래서 거기서 또 한동안 기르는 거야』
『왜 비둘기집은 안 만드는 거야?』
『지금은 안 돼 한동안 쇠그물 속에 넣어 길러야 비둘기들은 자기들의 살 집이라는 걸 알게 된고 그래야 도망치지 않는 거야』
형철은 오늘까지 수많은 아이들에게 몇 번이나 되풀이한 말을 또 설명했다. 인택은 머리를 끄덕이며 탄복했다.
『나도 가』
인택은 형철이네에 가겠다고 했다.
『그래 가자!』
형철은 신나게 되었다.
형철은 대문에 들어서면서
『엄마 형 왔어?』
하고 소리쳤다.
『큰오빠 안 왔다!』
먼저 학교에서 돌아와 있는 유미가 안방 미닫이를 열고 내다보며 말했다.
『엄마 없어?』
『엄마 시장 갔다』
형철이와 인택은 장독대 앞에 쳐놓은 쇠그물 앞에 섰다. 두 마리의 비둘기가 날지는 못해도 얼마든지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을 만한 크기다.
『여기선 날지는 못해도 막 돌아다닐 수는 있어!』
형철의 말이다. 대문 소리가 삐익하고 났다. 형일이가 경수와 함께 들어섰다.
『형 비둘기 빨리 옮기자!』
『그래』
형일은 책가방을 저희 방에 놓고 새장 앞으로 갔다. 비둘기들은 꾸룩꾸룩 소리를 내며 모이를 쪼았다.
『여기엔 얼마 동안 넣어두는 거야?』
경수가 닭장 같이 만든 것을 눈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아마 일주일 정도…』
『그래…』
경수가 웃는 얼굴을 했다.
『아 일주일이나!』
형철은 괜히 놀란 소리를 지른다.
『자 옮겨 볼까!』
하고 형일은 마루에 있는 새장을 두 손으로 들었다.
『형철아 닭장 문 열어!』
하고 말했다.
형철은 얼른 문을 열었다. 형일은 새장의 문을 열고 안에 손을 넣었다. 그러나 비둘기는 손에 잡히지 않는다. 비둘기들은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겨우 한 마리가 손에 잡혔다. 형일은 얼른 일어나서 닭장 안에 넣으려고 했다. 다른 아이들도 그쪽에 정신이 팔려 새장 문을 닫지도 않은 것은 미처 생각지도 않았다. 뒷쪽에서 푸르륵 날개 소리가 났다. 새장 안에 남아 있던 한 마리가 나온 것이다. 닭장 문을 얼른 닫았다.
『형 비둘기가 지붕 위에 올라갔어!』
형철이가 놀란 소리를 쳤다. 형일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다행히 비둘기는 먼 곳으로는 날아가지 않았다. 지붕 끝에 올라간 비둘기는 아래를 보며 꾸룩꾸룩 소리를 냈다. 자꾸만 고개를 이리저리 돌렸다.
-어떡하지!
형일은 걱정이 됐다. 야단났다. 비둘기가 지붕 위에 그대로 있어 주면 몰라도 다른 곳으로 날아가면 큰일이다.
『형 지붕 위에 올라가야 해!』
또 형철이가 큰 소리를 질렀다.
『바보, 떠들면 날아가 버린단 말야』
형일은 진땀이 났다.
『좋은 수가 있어. 한 마리가 여기 있기 때문에 다른 데로 날아가지 않아. 우리가 모두 숨으면 지붕에서 내려올 거야. 그때 잡으면 돼. 니네들 모두 부엌에 들어가 있어. 나는 장독대 옆에 숨었다 붙잡을게』
형일이가 말했다. 그럴 듯한 생각이다 아이들은 살금살금 발소리를 죽이며 부엌으로 걸어간다. 형일은 얼른 장독대 옆에 숨었다.
『구구구…』
지붕 위에 비둘기가 울었다.
『구구구…』
쇠그물 속의 비둘기도 울었다. 그러나 한참동안 기다려도 지붕 위의 비둘기는 내려오지 않는다. 자꾸만 주위를 살피는 것처럼 고개를 돌리면서 구구…울기만 한다.
-큰일났구나-
형일은 걱정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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