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적십자사 본회담이 몰고온「평양 쇼크」는 서로가 평화 이념 아래 민족 단합으로 자주 통일의 터전을 마련하는 극적인 한 전환점이 되어준 걸로 알지만 국제적인 환경 조건의 개선과 아울러 체제의 내실화가 얼마나 절박한가 하는 설레이는 교훈을 되새기게 한다. 획일화 조직화 병영화된 북의 광신적 유일체제에 대응하고 그것을 압도할 내실화 작업은 어디에 출발점을 두어야 할 것인가. 민족통일을 앞두고 북방정책의 대전제가 될 내실화의 디딤돌을 이달의 잡지들은 조심스럽게 놓아가면서 매우 고조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리에게 있어서 내실화란 민중적 에너지가 집약되는 자유체제의 강화를 뜻한다.
행정만능의 국민총화나 특정인의 통치권 발동에 의한 과감한 내정개혁에 매달린다 해서 저절로 내실화 작업이 성취될 수는 없다. 경제 근대화나 안정기조 못지 않게 민주세력의 고도성장을 염원하고 갈망하는 주장들을 더이상 외면해서는 안 될 일이다.
천관우 씨는「민족통일을 위한 나의 제언」(創造)에서 남북 단합에앞서 자유를 지키면서 통일을 이룩할 방안으로「복합국가논」을 제안하고 나서『자유민주주의를 우리의 국시처럼들 말하지만 그 실체가 오늘날 우리 민중이 겪고 있는 이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공산주의와의 대결에서 끝내 지킬 거점으로는 여기서 취할 것이 별로 없다』
라는 우려를 표명한다. 이북과 지구전을 감행하는 데 있어서 가장 기초가 되는 민주 세력의 취약성이 극복되어야 한다는 논지다.
내실화의 디딤돌이 민권의 신장과 민주 세력의 배양에 있다는 안타까운 긴급 동의는 이병린 씨의「주권은 빼앗기고 있다」(다리誌) 김경원 교수의「자유에 대하여」(文學과 知性ㆍ가을) 그리고 안치순 교수의「민주토선 위한 민족주의 확대」(創造) 등에서 계속 확대되고 있지만 김대중 의원과 김동길 교수의 열띤 대담「통제받지 않는 권력은 악이다」(다리誌)를 보면 자유의 회복이 가장 심각한 당면과제임을 알 수 있다. 여기에선 통일작업의 추진에 있어서 재정비할 시급한 과제로 빈부의 양국화가 심화된 상태를 해소하는 일과 아울러 민주주의 모든 기초인 언논 자유의 회복이 누누이 강조된다.
『따라서 부정부패를 완벽하게 없앨 수 있는 방법은 언론의 자유를 누리는 길밖에 없습니다』
김동길 교수의 단어이다. 국민들에게 부패상을 있는 그대로 알려 주면 자연히 부패는 근절될 수 있다는 좀 지나친 낙관론의 피력이다.
한편 사회 부패현상을 뿌리 뽑기 위한 주목할 만한 연구 성과는 류근일 씨의「부패학서술」(月刊中央)에 있지 않을까 한다. 타락한 권력의 수탈형태를 동태적인 과정에서 파악해 나가는 데 극안점을 둔 이 글은 부정부패의 악순환이 거듭되는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도 남음이 있다. 무릇 부패의 원인은 권력 엘리뜨에 의한 지배의 사물화에 있다고 보아 구조적 부패현상은 급기야 도덕적 야만시대를 초래하게 하고 탈인격화에 박차를 가한다. 중산층의 불재와 만성적 궁핍화를 재촉하는 부패는「문명의 페스트」라는 사태를 낳게 한다. 그리하여 타락한 권력의 부패는 마침내 자체의 위기를 맞이하고 문명의 파산을 면치 못한다.
그러면 누가 그러한 위기와 파산을 막을 것인가. 권력의 신축성 있는 자기 치료 능력과 자기 감시 및 시민의 자유로운 부패 시정 요구가 곧 민주사회의 영속성을 보장한다고 유 씨는 결론 짓는다. 그러나 권력에 중독된 사람들에게 스스로를 치료할 능력이란 기대하기 어렵다. 건전한 시민정신이란 순교정신과 상통한다. 오늘의 순교자들이란 장익 신부가「보이지 않는 박해와 무명교회」(창조)에서 예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인간은 아직 살아 있다.』그리고『양심은 아직 남아 있다』고 황야에서 외치는 사람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리고 참 인간답게 산다는 그것이 순교적인 자세에 결부된다.
결국 통일을 향한 알찬 내실화는 명실상부한 민주체제의 온전한 확보에 있다.
그러자면 우리가 순교적인 자세로 자유화와 민주화의 물결을 일으킬 시민적 양직을 늘 가다듬어 민족사의 현실에 대비해야 한다고 믿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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