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협 받고 있는 인류
제2차 개발 10개년이 시작된 오늘의 인류의 상호관계는 이상 말한 바와 같은 형편에 있다. 유일한 참된 발전이란 전 인류와 모든 개개인의 일체적 발전이라고 가정한다면 엄격히 말해서 오늘의 세계에는 빼어나게 정말로 발달한 선진국이란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것 이다.
여기서 우리는 또 하나의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이 결론은 매우 중요하고 또 그 비극적인 결과 때문에 마땅히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후진국들에 있어서의 부정, 그리고 선진국들에 있어서의 부정, 그리고 이 두 세계의 상호관계에서 드러나고 있는 불공정을 좀 더 정확히 관찰해 보라. 그러면 부정이 어디서나 일종의 폭력을 형성하고 있는 사실을 알아볼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부정을 폭력 제1호라고 말할 수 있고 또 그렇게 말하지 않을 수 없다.
(2)폭력은 폭력을 유발한다
아무도 노예가 되기 위해 태어나지는 않았다. 아무도 부정과 굴욕과 강요를 달가와하지는 않는다. 인간 이하의 처지에 있는 사람은 수렁에 빠진 소 나귀 같은 짐승을 연상케 한다.
그러나 오늘날 소수특권층의 이기주의는 많은 사람들을 인간 이하의 생활 상황으로, 그러니까 강요와 굴욕과 부정에 시달리며 장래에 대한 아무런 전망이나 희망도 없이 마치 노예처럼 그날 그날 연명해야 하는 비참한 처지로 몰아넣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폭력을 유발한다. 폭력 제1호가 폭력 제2호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바로 억눌린 자들의 폭동이나 혹은 보다 공정하고 인간적인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투쟁하기로 결심한 젊은이들의 봉기가 바로 폭력 제2호이다. 물론 이 폭력 제2호는 대륙에 따라 차이가 있고 또 나라와 도시에 따라 변화가 있어 저마다 그 양상ㆍ색채ㆍ뉘앙스를 달리하고 있다.
개괄적으로 말해서 오늘날 억압 당하고 있는 사람들은 눈을 떴다. 정부 당국자들과 특권층은 그들의 배후에 외부첩자들이 암약하고 있는데 놀라고 있으며 이들을「보복 음모자」「선동자」「공산주의자」들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극렬좌익의 이데올로기를 내세우며 소위 피압박자의 해방을 위해 투쟁한다는 사람들이 자주 위험시되고 있다. 왜냐하면 그들은 무장폭력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한편 종교인들도 가끔 문제시되고 있다. 깊은 신앙을 가진 그들은 종교를 민중의 아편으로 착각하는 것 즉 사람들로 하여금 현실에서 멀어지게 하고 또 현실을 멀리하게 하는 소외적 기능을 가진 것으로 알고 있는 통념과 그러한 종교생활을 더 이상 좌시할 수가 없어서 인간 이하의 처지에 있는 사람들의 인간적 지위를 향상시키는 데 종교가 적극적인 봉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 당국이나 특권층은 위외 두 그룹을 전혀 구별하지 않고 종교인들이란(성직자나 평신도나) 근본적인 개혁, 곧 사회 구조를 바꾸고 정치를 종교로써 대체하려는 무리로서 좌익이 극렬주의에 물들었거나 아니면 적어도 공산주의에 길을 열어 주는 맹랑한 자들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여기서 두 가지 근본적인 사실을 확인할 수 있겠다. 즉 첫째로 정부 당국이나 특권층은「선동자」들이 없으면 억압 당하고 있는 자들은 앞으로도 계속 눈을 감고 움직이지 않으리라고 믿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트랜지스터를 포함해서) 대중 홍보 수단(매스 코뮤니케이션) 및 교통수단이 고도로 발달한 오늘날 갖가지 사상의 유포와 뉴스의 전파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웃음거리이다.
둘째로 일방적이고 광적인 반공은 사회의 부조리현상에 일단의 책임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 부조리현상이야말로 부정이 뿌리를 박는 첫째 온상이고 그리고 그 부정과의 싸움이 자칫하면「공산주의에 문을 열어 주게 될는지도」모르는 것이다.
억압된 계층이 어떤 직접적인 행동을 취할 수 있을 때는 다소 간에 심각한 갈등을 일으킨다.
그들이 아무런 희망도 없기 때문에 어떤 숙명논에 젖어 아예 체념해 버리거나 혹은 압도적인 힘의 강압으로 그들을 꼼짝 못하게 내누를 때에는 특히 부정과 불의를 좌시할 수 없는 젊은이들이 전면 나서게 된다.
젊은이들은 특권층이 그들의 특권을 포기하기를 가만히 기다릴 만한 인내심이 없다.
젊은이들은 정부가 가끔 특권계급과 너무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한다.
젊은이들은 교회도 신뢰하지 않는다. 교회는 훌륭한 가르침-중요한 문헌들과 주목할 만한 해석-을 가지고 있는데도 지금까지 그것을 현실에 옮겨 실천하려는 결심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젊은이들은 더욱 과격해지고 폭력의 길로 치닫게 되는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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