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위에 올라간 비둘기는 내려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형일은 장독대 옆에 숨어서 새로운「비둘기 체포작전」을 전개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형일은 부엌에서 밖을 내다보는 아이들에게 눈짓으로 신호를 하며 집 뒤로 걸어간다.
부엌의 아이들이 발소리를 죽여가며 형일이를 뒤따른다. 은행나무 아래서 아이들은 형일이를 둘러쌌다. 어떤 묘한 아이디어가 나올까 하고 기다리는 표정들이다.
『형 왜?』
형철이가 입을 열었다.
『안 되겠어 나 말야 사다리로 지붕에 올라가야겠어 형철아 너 매미채 갖고 와라!』
형일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눈치 빠른 형철은 형일이가 어떻게 해서 비둘기를 붙잡으려고 하는가를 알아차렸다.
『그래!』
형철은 앞마당으로 뛰어간다. 그동안에 아이들은 은행나무에 세워져 있는 사다리를 비둘기가 앉아 있는 지붕 뒷쪽으로 영차영차 옮겨갔고 형철은 매미채를 들고 왔다.
『형, 비둘기 그냥 지붕에 있어』하고 보고를 했다.
『너희들 말야 앞마당에 가서 숨어 있어』
하고 형일은 사다리를 올라갔다. 지붕 위에 올라간 형일은 조심조심 용마루에서 앞쪽을 보았다. 다행스럽게도 비둘기는 여전히 앞마당 쪽을 향해 있다.
앞마당으로 돌아간 아이들은 손에 땀을 쥐고 형일의 거동을 주시하고 있다.
형일은 앞쪽 지붕을 조심조심 내려가다가 매미채를 앞으로 쑥 내밀었다.
『잡혔다!』
『성공!』
『만세!』
아이들이 웃음소리와 고함소리와 함께 처마 밑으로 뛰어왔다. 비둘기는 매미채의 그물 속에서 파닥거렸다.
형일은 숨을 길게 몰아쉬고 소리 없이 웃으며 이마의 땀을 한쪽 손등으로 닦았다. 그런데 이제부터가 또 문제이다. 형일이 혼자서는 좀 힘들다.
『니네들 뒤에 가서 사다리를 갖고 와』
형일이가 말하자 아이들은 또 우루루 뒷마당으로 몰려가서 영차영차 사다리를 들고 왔다.
『나 말야 이대로 있을 테니까 경수 너 사다리를 올라와서 붙잡아!』
형일은 아무래도 나이를 더 먹은 경수에게 시키는 것이 안전할 것으로 생각되었던 것이다.
『좋아!』
경수는 신바람이 나서 사다리에 올라섰다. 중간쯤 더 올라선 곳에서 손을 내밀어 비둘기를 붙잡았다.
『성공!』
『만세!』
형철이와 인택이가 아래서 소리쳤다. 도망쳤던 비둘기는 무난히 또 한 마리의 비둘기가 외롭게 있는 그물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이리하여「비둘기체포작전」은 끝났다. 두 마리의 비둘기는 정말로 기쁜 듯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구구…구구…』
먹이를 쪼았다. 조그마한 빨간 발을 앞으로 내밀고 걸을 때마다 조그마한 머리가 또 앞으로 한들거렸다.
아이들은 쇠그물 밖에서 비둘기를 바라보며 이야기가 많다. 형일이네 집에서의 비둘기 사육 제이단계가 시작된 것이다.
형일이와 형철은 저녁에 아버지가 돌아오자 낮에 있은「비둘기 체포작전」에 대한 보고를 한바탕 신나게 했다.
온 식구가 즐거운 밤 한때를 보냈다.
아버지는 비둘기로 인해 아이들이 새로운 생활을 체험하게 되는 것이 기뻤다.
밤이 깊어 간다.
책을 덮어 놓은 지 오랜 형철은 이불 속에 들어가서 아직 공부를 하고 있는 형일에게 불을 끄고 자자고 졸라댄다.
『아직도 초저녁이란 말야』
형일은 여전히 책상을 마주하고 있다.
형철은 불평하듯이 말했다.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형, 비둘기도 지금 자고 있을까?』
형철이가 생각난 듯이 말했다.
『잘 거야』
형일은 간단히 대답하고 만다.
『불 끄고 자!』
또 형철의 성화다.
『그래』
하고 형일은 잠옷으로 갈아입고 불을 껐다. 또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형. 비가 오잖아!』
형철이가 놀란 소리로 말했다.
『뭐, 비가?』
『응 들어봐!』
형일은 밖으로 귀를 기울였다.
아닌 게 아니라 양철챙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토닥토닥 하더니 쏴 하고 비는 내렸다.
『정말 비구나!』
『형. 비둘기 어떻게 해?』
비둘기들은 지붕이 없는 쇠그물 속에 들어가 있다. 위에도 쇠그물을 쳤을 뿐이다.
잘 때에 들어가라고 사과 상자에 신문지를 깔아 한 쪽 구석에 눕혀 놓기는 했으나
『형. 비둘기들이 비를 맞겠어!』
『응』
하고 형일이가 일어서서 전등을 켰다.
『우리집에 큰 비닐이 없어?』
형일이가 미닫이를 열고 캄캄한 밖을 내다보며 말했다.
『비닐?』
형철은 머리를 갸우뚱 생각했다.
『형. 있어. 큰 것 말야』
『어디?』
『아빠 방 마루 밑에…』
『그럼 됐어!』
두 형제는 밖으로 나갔다. 우산도 받히지 않고 잠옷이 비에 젖기 시작했다.
마루 밑에는 큰 비닐이 있었다. 윗쪽만 아니라 아래까지도 내려졌다.
『형. 바람이 불어 날아가면 어떻게 해?』
『그렇지!』
하고 형일이와 형철은 수도가에 있는 빨래판이며 돌멩이들을 비닐 위에 사방 올려 놓았다.
이제 비가 와도 안심이다.
『빨리 안 자기를 잘했다.』
『그게 모두 내 덕이야!』
하고 형일은 웃었다. 형철이도 따라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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