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간에 흩어져 있는 이산가족을 찾아 주기 위한 남북 적십자 본회담이 1차 평양, 2차 서울서 개최돼 온 국민의 가슴이 흥분과 기대 속에 마냥 소용돌이 치고 있는 요즘 국민의 반공의식 내지는 공산주의에 대한 인식이 점차 고조돼 가고 있어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차제에 본란은「공산주의와 종교」란 주제 아래 공산주의는 무엇이며 특히 왜 종교를 배척하지 않으면 안 되는지 그 역사적 배경과 동기 및 이유를 3회에 걸쳐 게재하기로 한다. 집필은 경북대학교 법정대학 학장으로 계시는 이태재 박사께서 수고해 주시겠다. <편집자註>
종교를 배척하는 사상은 비단 공산주의만이 아니다. 그러나 특히 공산주의는 종교의 배척을 선제한 사상일 뿐 아니라 역사상 모든 공산혁명이 종교의 탄압과 말살을 그 첫째 과업으로 삼아 왔다.
공산주의가 무엇이며 또 종교가 무엇인가에 관해서도 많은 설명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런 어려운 이론은 다른 기회로 미루고 여기서는 가벼운 마음으로 우리의 비근한 생활 감정과 상식적인 분별과 오늘의 현실 속에서 이해될 수 있는 구체적인 해답을 찾아보기로 한다.
Ⅰ. 공산주의의 신화와 전설
공산주의에 무슨 신화가 있으며 전설이 있는가? 당연한 반문이다. 그러나 19세기에 칼 마르크스가 제출한 공산주의 이론은 그의 그릇된 전제와 독단적인 판단으로 신화와 같은 공산사회를 구가했던 것이다. 그뿐 아니라 마르크스의 환상적인 공산주의 이론은 그나마도 이 지구상에 한 번도 실시되어 본 일이 없는 전설에 불과하다. 그의 변증법적 유물사관은 인간 생활의 현실과는 담을 쌓은 궤변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영원히 실현될 가망이 없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의 세계를 혼란과 불안으로 몰아넣은 공산주의는 과연 무엇일까? 그들의 입에서 되풀이되는 변증법적 유물론과 마르크스ㆍ레닌이즘은 또 무엇인가? 우리는 공산주의 이론이라는 신화와 공산 혁명이라는 현실 사이에 얼마나 많은 기만과 위장이 있는가를 잘 알고 있다. 일찌기 1917년 11월에 러시아의 공산 혁명을 일으킨 볼세비키의 당략과 레닌의 정책에서부터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 혁명의 내막을 아는 사람들은 그보다 8개월 앞서 있었던 자유민주주의 혁명인 3월혁명에 대한 볼세비키 정당의 쿠데타로 시작된 일종의 반혁명이었다는것을 잘 알고 있다. 그 당시에 그들이 목적한 정권 탈취의 음모 속에나 직업적인 혁명 기술자로서의 정략 속에는 이미 그들의 신화인 변증법적 유물사관도 사회주의 이론도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이다.
Ⅱ. 공산주의와 현실
오늘의 현실 속에 자리잡고 있는 공산주의는 바로 레닌이즘이라고 불리우는 볼세비즘이다. 무산 대중을 잘 살게 하자는 공산주의도 아니고 계급 없는 사회를 만들자는 공산주의도 아닌 극소수인 공산당원들을 위한 그 당을 독재하는 수렴을 위한 공산주의인 것이다. 당원이 비당원의 노동을 착취하고 상급 당원이 하급 당원을 착취하는 새로운 계급사회인 것이다.
가까이 북한의 경우를 보면 약 1천 3백 50만 인구 중에 공산당원을 가진 사람은 겨우 1백 60만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안다. 당원과 비당원 사이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같은 당원 가운데서도 수령과 당 간부와 말단 당원 사이에는 엄청난 계급사회를 이루고 살고 있다. 그러면서도 입으로는계급 없는 사회, 노동자ㆍ농민을 위한 정치를 공언하고 있다. 공산당원이 아닌 그 많은 사람들은 공산주의를 반대하는 사람들일까?
그 중에는 물론 처음부터 반공사상을 가진 자로서 살아 남는 사람들도 없지는 않을 것이고「부르좌지」에 속했거나 그 후손이라는 트집으로 따돌린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당원이 되고 싶어도 받아 주지 않아 못 들어가는 소외된 공산주의자도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신화 아닌 현실의 공산주의는 이론보다도 그 정책을 통하여 파악되어야 할 것이다. 1970년 11월에 있었던 북한의 제5차 전당대회에서 밝혀진 남한에 대한 혁명 노선의 3단계론은 그들의 놀라운 기만정책을 스스로 폭로하고 있다.
즉 해방 후 남한에 대하여 취해온 그들의 혁명 노선은 민족민주주의 혁명 단계였다고 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인민민주주의 혁명 단계에 들어선다고 하였다. 그 다음의 단계가「프롤레타리아」계급의 독재 단계인 사회주의 혁명 단계인 것이다. 북한은 일찌기 민족민주주의 혁명 단계를 거쳐 1958년에는 인민민주주의 혁명 단계가 끝나고 사회주의 혁명 단계에 들어섰다고 했던 것이다. 바꾸어 말하자면 그들의 혁명 단계론은 처음엔 민족주의를 내걸어 외세 배척과 민족의 단결 지지를 획책하고 다음에는 인민주의를 내걸어 그들이 말하는「인민」에 포함되지 않는 자들을 숙청하고 그 다음에 더욱 제한된「프롤레타리아」만으로 사회주의 혁명을 성취한다는 것이다. 결국 혁명 단계가 바뀜에 따라 그때까지 이용되었던 많은 사람들을 숙청 또는 배척하는 기만과 모략이 그 혁명론 속에 내포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그들의 단계적 혁명론은 종교에 대하여도 마찬가지였다. 북한에 있어서의 종교 탄압이 시작된 것은 붉은 군대가 진주했을 때부터이다. 그러나 모든 종교를 완전히 말살한 것은 1958년 3월이라고 들었다. 끝까지 살아 남은 종교인들은 곳곳의 국경농장으로 추방되어 강제 노역에 종사하고 있는 모양이다. 지난 8월 말경 한국 적십자 대표단이 평양에서 만난 사람들 가운데 모 전직 목사가 있지 않았느냐는 반문이 있을 법도 하나 그 대담 내용에서 밝혀진 바와 같이 어느 모로나 그를 종교인으로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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