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展望」지 제18호가 표지를 새로 단장하고 이달 초순에 발행되었다. 과거의「전망」은 그 특색으로서 신학적인 주제를 하나 택하여 특집 형태로 거기에 관련되는 외국 문헌을 번역, 게재하였었고 때로는 국내에 있었던 신학 세미나의 강연을 게재하였었다. 그것은 그 나름대로의 가치와 신학적 공헌이 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난 17호부터는 좀 더 많은 내국인 필자를 동원하고자 하는 노력이 보이며 또 현실 참여의 시도도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 같다.
「전망」18호는 특집이 신학과 문학이다. 솔제니친이「모스크바」총대주교 피멘에게 보낸 사순절 편지의 전문으로부터 시작해서 뽈끌로델의 신앙 세계와 셰익스피어의 희곡에 대한 종교적 소고가 실려 있다. 남궁연 교수의 뽈끌로델에 관한 연구는 가톨릭 문학이 무엇이냐고 질문하고 있는 한국 가톨릭 문인들에게는 꼭 한 번 권고하고 싶은 글이다. 신부ㆍ수녀가 주인공이 되고 교회와 성당을 배경으로 그려야 가톨릭 작품이 된다고 생각하면 이것은 오해이다. 끌로델은 말하기를『내가 그리려고 한 것은 성인들이 아니라 은총을 받은 나약한 인간들이다』(P19) 라고 했고 이 세상의 참된 뜻을 시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했다. 남궁 교수는 이어「정오의 분기점」을 분석 소개함으로써 범죄하는 인간의 구원을 엿보게 해주고 있다.
그런데 배경수 교수의 셰익스피어가 가톨릭 신자였던가 하는 것을 문제로 삼았는데 그 나름의 가치는 있겠으나 가톨릭 문학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어서 무사꼬지의 71년도 시노드에서 주교들에게 한 강연「참여를 요구하는 보편적 갈망」과 북유럽 주교들의 낙태에 대韓 가르침과 뵈클레의「상황윤리」그리고 이영춘의「기독교와 하이데거의 비교」등이 실려 있다. 이 중에서 우리가 꼭 한 번 읽어 보아야 할 글은 북유럽 주교들의「낙태와 그리스도 신자들의 책임감」이다. 상당히 난해한 문헌이기는 하나 낙태를 입법화하려는 시도가 반복되는 우리 사회 내에서는 교회 지도자들과 신자들은 교회의 가르침을 명백하게 알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북유럽 주교들의 이 성명서를 전문 읽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좀 큰 활자로 인쇄된 부분만 읽어도 낙태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뭐니뭐니 해도「전망」18호의 주옥편은「성서와 신앙」이란 제목하의 네 개의 글이다. 그 중에도 정양모 신부의「소금과 등잔불의 비유」는 성서신학의 방법론을 명시해 주고 있다. 신학도라면 반드시 일독해야 할 필요가 있으며 더구나 이번호「전망」에서 이 글만은 모두가 읽었으면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경우 신부가 번역한 로핀크의「예수의 부활과 역사적 비판」은 신학과 신앙과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는 글이다. 더구나 이 글은 번역이 우수하여 독자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전망」의 글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신학을 모르는 사람에게나 신학 초보자에게는 상당한 노력과 인내가 요구될 것 같다. 그러나 계속 읽음으로써 신학의 묘미를 맛볼 수 있게 될 것이고 따라서「전망」의 글도 점점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며 많은 흥미를 가지게 될 것이다.
우리 한국 교회가 당면한 중대 문제 중의 하나가 신학 불재라고 한다. 신학에 관한 단행본이 극소수로 발행되는 우리 교회에 정기적으로 발행되는 신학 잡지의 역할과 사명은 지대하다 하겠다.「전망」은 이런 의미에서 우리 교회 내에서 신학의 명맥을 이어 주는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잡지란 독자가 보존 발전시켜 준다. 독자 없는 잡지는 발전할 수 없다. 한국 신학을 발전케 하는 의미에서라도 더 많은 독자들이「전망」을 구독해야겠다.
끝으로 전망 편집자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이 있다. 신학적 결론만을 제시하는 그러한 글보다 그 결론에 도달한 과정을 제시하는 방법론과 문헌에 더 집중했으면 한다. 그래서 교부들의 문헌과 그들에 대한 연구, 그리고 교회 역사에 대한 연구가 더 많았으면 하는 것이다. 그래서「전망」이 참으로 우리 교회 내에서 신학의 나침판 역을 다해 주기를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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