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땅을 밟아본 사람들은 누구나 그들의 생활에 깊숙이 뿌리 박고 있는 기독교 신앙의 전통을 체취로 느낄 수 있다. 교회에 다니며 기도를 드리는 외형을 보아 그렇게 느끼는 것이 아니고 그리스도의 가르침이 몸에 밴 그 생활 풍습을 보고 알 수 있다.
모든 영감의 원천이 인간의 온갖 후진적 요소를 불식한 진실 추구의 태도가 모두 기독교에 연유한 것임을 실감하게 한다. 결백한 마음씨, 성실한 책임감, 사회적 정의와 질서에 대한 경건한 복종, 이 모든 것은 언행일치 기독교 신앙에 연유한다.
영국에서 17세기에 접어들면서부터 가톨릭 신앙과 중세기의 돈독한 종교적 전통이 쇠미해짐과 동시에 성모 마리아에 대한 시의 찬미도 또한 사라졌고 죤밀톤(1608~1674)부터 19세기 낭만주의 시대에 이르기까지의 기간동안 이 점에서 공백기였다. 희대의 신앙고백인 시「문외한의 종교」의 작자인 죤드라이덴 (1631~1700)의 시조차도. 비록 그는 1686년에 가톨릭으로 개종했지만 예외는 아니었다. 가톨릭 가문에서 태어나 일생을 독신으로 시작에 매진한 18세기 전반기를 대표하는 시인 알렉산더 포오프(1688~1744)도 역시 드라이덴의 뒤를 따랐다. 그들의 가톨릭 신앙을 말해 보면 그들은 정신적으로 중세기의 돈독한 신앙의 전통으로부터 단절되었고 그들은 빈번히 그 결점만을 지적했었다.
19세기 초엽 낭만주의 전성기를 맞아 이러한 신앙의 전통에 어느 정도 소생을 보았으나 그것은 생명력을 가진 것이 아니라 흘러가 버린 과거의 소중한 유물에 대한 감상적인 회고로서 나타난 것이다.
18세기 전반기 영국의 고전주의 시대를 대표하는 대시인 알렉산더 포오프는 역대 주요 시인들 중에서 최대의 가문에서 태어나 온갖 악조건과 박해에도 불구하고 그 신앙을 종신토록 견지해 나간 그 기개야말로 절개의 화신이라 할 수 있겠다. 그것은 포오프의 부모의 굳은 뜻이기도 했다. 영국을 지난날의 가톨릭 신앙으로 돌이켜놓으려는 제임스2세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고 왕 자신이 프랑스로 도피해야만 했었다. 그리고 왕위는 신교도 왕자 중에서 가장 추상같았던「오렌지」의 윌리암 공에게 내주었었다. 그 결과 필연적으로 사태는 가톨릭에 가장 불리하게 돌아갔다. 사실 시인 포오프가 시작활동으로 일생을 보내는 동안 가톨릭은 당국에 의해 가혹하게 억압되었다. 그들은 각급 학교와 대학에 진학할 수 없었고 세금이 가중해서 부과되고 토지소유도 금지되었다. 여하한 공직도 그들에겐 금지되어 있었다. 일생을 독신으로 시작에 정진한 포오프가 만년에 이르렀을 때 가톨릭 교도들에게「런던」시 외곽 10마일 이내로 접근하는 것을 금지하는 선언이 공포됨으로써 가톨릭 박해는 그 절정에 다다르게 되었다.
이런 여건하에서 탄압이 가중되는 것도 돌보지 않고 포오프는 한결같이 가톨릭 신앙을 성실하게 실천했다.
포오프는 이런 상태에서 정규적인 학교 교육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그 주위 성직자들에 의해 특히 희랍어, 나전어로 된 고전교육이 베풀어졌다. 일시적으로「런던」에서 잠시 학교에 통학해 본 적이 있었으나 12세 때 학교 교육은 완전히 포기해 버렸다. 21세 때 그는 처음으로 호머 번역, 고전「초오써」를 당대 영어로 고쳐서 창작시와 함께 출간했다. 이를 계기로 그는 시인으로 데뷰하여 1711년 명시「비평론」을 발표하여 명성을 올렸고 신앙고백시「구세주」도 같은해 23세에 발표했었다.
만일 그가 가톨릭 신앙을 고집하지 않았더라면 문인의 관례에 따라 많은 연금이 지급되는 궁직이 그에게 부여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조가 굳은 포오프는 그런 세속적인 이실을 떠나 그의 이름을 불후케 한 호머의「일리어드」「오딧세이」를 번역하는 데 온갖 정력을 기울였다. 오늘날까지 계속해서 애독되는 이 명역은 그에게 미증유의 3만 파운드라는 큰 재산을 안겨 주었을 뿐 아니라 광범한 친구들과의 두터운 우정을 누리게 했고 표준적 영어 번역으로서 고전에 속한다. 영국의 역대 대시인들은 케임브리지대학이나 옥스포드대학 출신임을 과시하고 있지만 포오프는 한 자루의 붓으로 능히 그 모든 불리한 여건을 극복하고도 남는 위업을 남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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