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8일로 5번째 맞는 군인주일에 즈음하여 군종 총재 지학순 주교는「군인주일」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을 통해 지 주교는 먼저 군인과 일반국민들 간의 관계가 부드럽지 못하다고 지적, 그 시정을 촉구했다. 이어 지 주교는 국가와 국민의 수호자로서의 군대의 중대한 사명을 역설하고이 같은 중대 사명을 완수하는 데 그 선도 역을 담당하고 있는 군종부의 활동에 특히 교회 전체의 정신적 및 물질적 후원을 요청했다. 다음은 지 주교의 성명 전문이다.
군인 하면 다른 나라에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일반 국민들과는 좀 거리가 멀고 국민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인상이 있다.
그래서『군인과 사람이 같이 가는 것을 봤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있다.
왜 이렇게 일반 국민이 군인들을 좋아하지 않을까. 우리 백성은 왜놈의 군인들한테 너무 혼이 나서 그럴까. 혹은 군인들이 무시무시하게 무장을 하고 다니니까 그런지, 혹은 소수의 군인들이 때로는 군대에서 연마한 무용을 적이 아닌 형제들에게 잘못 발산하는 것을 보아서 그럴까. 또는 소수 특수층의 비정상적인 인간들이 자기들만을 위하여 군대를 악용하여 선민을 괴롭히는 것을 국내에서나 국외에서 가끔 보고 듣기 때문에 그럴까? 좌우간 무언가 좀 잘못된 감정이 있다.
사실 잘 생각해 보면 군대는 우리의 국토를 지키고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우리의 형제와 자식들로 구성된 바로 우리의 사람들이다.
그런데 자기 자식을 군대에 보낸 부모들도 자기 자식이 조국을 지키는 신성한 의무를 행하고 있다고 생각하기보다는 그 지긋지긋한 군대생활이 하루 속히 끝나기만 기다리고 있고 군대에 갔다 온 젊은이들도 이제 자기한테는 그 몸서리 나는 군대생활이 끝났으니까 군인은 다시 쳐다보기도 싫다는 사람들을 만날 수가 있다.
이것은 무엇인가 크게 잘못되어 있는 것이 분명하다.
군인들은 국민들이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자기들이 지켜야 할 부모요 형제이니 적 앞에서는 호랑이 같이 무서워도 국민 앞에는 황풍과 같이 부드럽고 친밀감이 있어야 하고 국민들은 군인들이야말로 우리나라를 지켜주는 우리의 자식들이요 형제들이니까 어디까지나 아끼고 귀여워해 주어야 할 것이다.
전쟁이 없어서 군대가 없었으면야 얼마나 좋을까만 전쟁이 없는 시대가 없었으니 군대가 없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꼭 좋은 군대를 가져야 할 것이다.
좋은 군대가 있어야 좋은 나라가 있을 수 있는 것이다. 군대가 나쁘면 국가가 안전하다기보다는 국가에 해롭고 국민이 불안하다. 이것은 누구나가 아는 상식이다.
오늘날 이 좋은 군대를 양성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군종부다. 여기에는 신교ㆍ불교ㆍ가톨릭 세 종파의 교역자들이 일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우리 가톨릭 군종신부들이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 신부들이 먼저 군대가 국민 앞에 지닌 막중한 책임을 바로 인식하고 스스로 올바른 정신과 책임감을 가지고 군대 구석구석에서 군인들의 정신적인 지도적 역할을 잘 할 때 좋은 군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잘 되려면 우리 교회 전체가 정신적으로 물질적으로 그들의 뒷받침을 잘 해주어야 할 것이다.
국민이 군대를 아끼는 마음을 갖지 아니 할 때 군대도 국민을 위하는 마음을 갖지 않을 것이고 이렇게 되면 자연히 여러 가지 불행한 일들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서로 위하는 마음들을 가지는 것이 곧 나라를 위하는 길이고 교회를 위하는 길이며 모든 사람을 사랑하라는 하느님의 뜻을 바로 받드는 길이다.
특집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