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해결
①무력 이외의 다른 해결 방법은 없는가?
인류가 폭력과 증오의 도가니로 휩쓸려 들어갈 위험에 직면하고 있다면 우리는 환상에 사로잡히거나 사이비 해결책으로 자위하고 있을 수는 없다. 왜냐하면 그러한 사이비 해결책들은 최선의 해결 방도-실행하기 어렵고 모험적이지만 유일한 참된 해결 방도에서 우리의 주의를 엉뚱한 데로 돌리게 하는 중대한 결함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용기를 내어 진지하게 자문해 보자. 비폭력적 해결이란 어린애의 자장가와도 같은 소리가 아니란 말인가? 저개발 국가는 무력을 쓰지 않고서도 그 후퇴성에서 벗어날 어떤 가능성이 있는가? 또한 선진국의 영세민들은 일반 국민과 같은 생활 수준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는가? 이러한 물음들에 대답하기에 앞서 우선 무력이 과연 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를 살펴 보자.
한때 베트남 문제의 해결은 확전에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므로 무엇보다 먼저 베트남 사람들의 처지를 염두에 두고 베트남 사태의 진상을 알아 보는 것이 중요하겠다.
아마 베트남 사태를 요약해서 말한다면 베트남은 바로 자본주의 세력과 사회주의 세력이 서로 팽팽히 맞붙은 싸움터라고 할 수 있겠다.
미국의 병사들과 베트남의 아들들을 같은 저울대에 얹어 놓고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의심 없이 베트콩 가운데에도 우직하게 국토를 방위하고 마침내는 평화롭게 살 수 있는 권리를 쟁취하리라고 생각하고 있는 소박한 사람들이 있고 또 그런 사람들 가운데에는 확실히 성실하고 정직한 전교도들과 가톨릭 신자들도 끼어 있는 것이다.
미국이 베트남 전쟁에서 군사비로 1년에 270억 달러, 그러니까 매일 7천 4백만 달러를 써 왔고 2차대전 중 독일과 그 위성국들을 폭격한 것보다 더 많은 폭탄이 이미 월맹 땅에 퍼부어졌다는 것을 생각하고 또 미국 상원에서 미군이 베트콩 한 사람을 죽이는 데 3백50달러씩 미국 정부가 지불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상기시킨 소리를 들을 때 만약 또 하나의 강대국(소련)이 월맹을 위해 비슷한 군사비를 지출하지 않고 같은 현대적 살인 무기를 공급하지 않는다면 비록 월남과 베트콩이 영웅적으로 싸운다 할지라도 미국이 벌써 완전한 승리를 거두었으리라는 것은 명약관화이다.
그러나 미국의 지도자들은 자기들이 베트남에서 완전한 승리를 거두기란 실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미 시인하고 있는 것이다.
베트남 전쟁의 가장 슬프고도 중대한 교훈은 공동의 적과 싸울 때는 침묵을 지키는 연합군들이 자원해서 참전하고 있는 베트남 전선에 또한 재정 원조를 하는 나라에 의해 강요되는 일종의 정치 철학이 개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정치 철학에는 물론 변증법적 유물론 그리고 당과 온갖 위험한 수난에 대한 맹종과 밀고의 조장 및 주기적인 숙청도 포함되는데 이것은 독재에는 으레 따르게 마련인 정치 철학이다.
「티크 나앗 한」(THICH-NHAT HANH) 즉「연꽃이냐 아니면 불바다냐」하는 말은 베트남의 현실을 단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오늘날 베트남의 처지는 아무도 착각하지 않도록 다른 모든 개발도상국가들의 불행한 운명, 즉 강대국들이 경제전에서 생기는 어떤 정치적 목적이나 이해관계를 이데올로기에 아랑곳 하지 않고 노골적으로 추구할 때에 후진국들은 그 강대국들의 싸움터로 화한다는 운명을 미리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티크 나앗 한」에서 얻어지는 결론은 비록 중공이 베트남에 군대는 파견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미국과 중공 간의 전쟁이라는 사실이다.
베트남 사태가 궁극적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앞질러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막강한 군대라도 지방민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게릴라를 소탕할 수 없음은 명백하다. 그러나 게릴라 역시 뒤에서 도와 주는 다른 또 하나의 강대국을 등에 업어야만 적의 막강한 군사력에 대항할 수 있으리라는 것도 명백하다.
이것은「베트남」이나 또한 같은 운명을 겪게 될지도 모르는 후진국들의 이른바 해방이라는 것이 매우 상대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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