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으로 종신부제 제도에 대한 반대자들의 이론을 들어 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
첫째로 부제들이 맞게 되는 일은 품을 안 받은 평신도라도 능히 담당할 수 있다. 공소를 예로 들어 보면 지금까지 공소 회장들이 이런 일을 해오고 있다. 그들에게 품을 주었다고 해서 더 나을 것이 있겠는가. 물론 신품성사의 은혜를 받은 것이 영신상으로 도움이 되겠지만 실제적으로는 그보다 많은 애로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상황에서 공소 회장이 무엇을 잘못하는 경우 혹은 교우들 중에서 보다 유능한 지도자가 나타날 때는 쉽게 바꿀 수 있다.
그러나 품을 받은 회장이면 그렇게는 못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나이를 먹게 되면 공소 발전에 지장을 주는 수도 허다하다. 이와 같이 종신부제제도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의견은 다양하나 이미 공의회에서는 이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즉 회장이나 누구든 해야 할 일을 이미 실제 담당하고 있는 경우에는 품을 주는 것이 유익할 것이라고 했다. (교회의 선교활동에 관한 교령 16) 둘째로 부제들의 물질생활이 문제되지 않을 수 없다. 어떤 부제는 자기 능력으로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이는 병에 걸렸거나 경제적으로 파탄을 당했을 경우 교회의 도움을 받아야 할 때가 있을 것이다. 이런 경우에 교회가 그들을 도외시할 수는 없다. 사회적으로 볼 때에도 교회의 일꾼을 교회가 돌봐 주지 않는다면 되겠는가. 그러나 실제로는 어디다 기준을 두어야 할 것인지 걱정스럽다. 그렇지 않아도 생활 보장이 돼 있는 사제들과의 관계가 미묘할 것인데 경제적인 난관에 부딪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 차라리 평신도들의 봉사정신을 기르는 편이 낫지 않겠는가고 말한다. 그러나 종신부제 제도를 찬성하는 이들은 현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즉 생활이 보장되면 될수록 성직자들은 특권의식을 갖게 되고 심리적으로나 실제적으로 백성들과 떨어져 사는 수가 많으며 사제와 평신도들 사이에 균열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셋째 결국에 가서는 독신제도가 문제 아닌가. 사제들에게는 독신제도를 강요하는 한편 또 한편으로는 기혼자들의 도움이 필요하니까 이 같은 중간제도를 억지로 되살리는 것이 아닌가. 기혼사제 문제만 해결한다면 부제제도에 대해서는 생각도 안 할 것이다 등 이렇게 극단적인 의견이 나온다.
여기서 독신제도의 타당성을 논한다는 것은 본 연구의 범위를 넘는 것이다. 다만 종신부제 제도를 찬성하는 이들의 의견을 인용하면 독신사제와 기혼사제, 즉 두 종류의 사제를 등용시키는 것보다 차라리 기혼부제 제도를 살리는 것이 휠씬 낫지 않는가 하는 것이다. 여하튼 종신부제 제도에는 애로점이 있다는 것을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부제들의 교육은 올바른 교육을 실시함으로써 애로점을 완전하게 극복하지 못하더라도 다소나마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부제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나라의 교육 내용을 살펴보면 성서, 교리, 교회법, 전례 등이다. 이것은 전교사들의 수준 정도이며 그외 심리학 교수법 웅변 聖음악 교회단체 지도교회 행정 등에 대해서도 약간씩 수업하고 있다.
어떤 곳에서는 사회적인 요구가 있어 타종교에 대해서도 가르치고 있다. 물론 성소 지도를 하고 신심생활을 돌보아 준다.
이것은 보통 3주 정도 강습을 통해서 실시하고 있는데 한두 번씩 하면 보통 3년 계속된다. 그러나 사정이 따라서는 2년 혹은 5년 과정도 있다. 여하튼 급하게는 품을 주지 않으며 품을 받은 후에는 의무적으로 교육을 계속한다. 결론적으로 우리 한국에도 부제제도를 살릴 수가 있지 않나 생각된다. 신품성사의 은혜를 받고 사제들의 영향이 잘 미치지 않는 분야 즉 농촌 군대 등지에서 혹은 교회 행정을 담당하는 분야, 곧 경리 사무 등에 부제직을 살리는 것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물론 첫 부제들은 잘 선택해야 할 것이며 또 사제들이나 평신도들의 후원이 필요할 것이다. 그와 동시에 교회법상으로 이제 1품부터 4품까지의「品」을 폐지시키고 그 대신 두 가지의「직무」를 살리며 평신도들에게 그것을 주기로 했다. 이 여러 가지로 교회의「이미지」가 산뜻해질 것이며 성화와 전교의 교회 사명을 보다 완수할 수 있을 것이다. <끝>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