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결을 크게 나누어 보면 육체의 것과 양심의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육체적 순결과 양심적 순결은 하나 같이 소중한 것이고 소중하기 때문에 누구나 보호하고 간직하게 된다. 약혼한 젊은이들은 서로가 상대방의 과거에 대해서 세심한 관찰과 관심을 가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약혼한 사이가 상대방의 불순이 나타나면 파혼하는 예도 일어나고 그 파혼이 두려운 나머지 과거의 불순을 숨기는 일도 있을 것 같다. 여기서 양심적 순결은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비록 약혼을 거쳐 혼인을 하게 된다 해도 순결을 잃은 죄의식 때문에 평생을 두고 상대방에 대해 수치를 느끼게 되고 불신ㆍ불의의 죄를 씻지 못하게 된다. 이런 죄의식 속에서 혼인생활은 충실할 수 없게 되고 출실을 잃은 혼인생활은 행복을 잃게 되고 만다. 그리스도께서 혼인을 성스럽게 하셨다 함은 세례 받은 사람들의 혼인성사라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 주고 있다. 육체적 순결이나 양심적 순결을 잃은 혼인에도 성스러움이 있을까? 거룩한 표징임을 뜻할 수 있을까? 거룩하고 성스러움 없는 혼인생활이 과연 행복해질 수가 있을까? 혼기에 접어든 사람이라면 상대방을 택하기에 많은 신경을 쓰게 된다. 특히 상대방의 순결에 가장 많은 신경을 가지게 됨은 누구 할 것 없이 상통되는 관심사이다. 그러나 자신의 불순을 숨겨둔 채 남의 순결만 바라는 비양심적 열망파도 있다. 불순한 사람도 순결이 고귀한 것이라는 것을 느낄 줄은 안다. 순결을 알면서 불순을 저지르는 예도 흔히 있다. 나의 불순을 아무도 보지 못하고 또 그 불순으로 직접 피해 받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경우라 하더라도 나의 양심은 나를 경고하고 책망하고 괴롭힌다. 그와 반대로 순결함은 나 자신을 격려하고 밀어 준다.
남은 나의 순결과 불순을 구별해서 가리도록 도와줄 수는 있으나 나의 행동에 대한 책임ㆍ수치감ㆍ후회는 나 혼자서 감당하지 않으면 안 된다. 순결을 지키겠다는 의욕이나 의무감을 남이 내 안에 넣어줄 수는 없다. 내 양심의 가책은 나 자신만 겪는다. 나 혼자만 이 소리를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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