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세의 미혼여성이 상담소를 찾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남대문시장에 있는 악세사리 가게에 점원으로 들어가 6~7년 일을 배워 가게를 독자적으로 차렸다. 돈을 열심히 벌어 동생들 공부 뒷바라지를 하다 보니 결혼이 늦어졌다.
나이가 들고 보니 마땅한 상대자를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미국에 이민 가서 정착하고 사는 친구로부터 미국으로 오지 않겠느냐는 제의가 있었다.
방법은 가게를 하면서 배운 장사솜씨와 벌어놓은 돈을 가지고 오면 얼마든지 잘 살수 있다는 것이었다.
귀가 솔깃해졌다. 미국 남자와 형식적으로 결혼을 하고 일단 미국에 와서 이혼을 하면 된다면서 마땅한 사람을 소개해 주겠다고 했다.
형식적으로는 국제결혼을 하는 것이었지만 그 사람과 살 것도 아니고 피차 약속 하에 다만 미국에 가기 위한 방법이라 하니 주선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작년 1월 그 친구가 소개한 남편감이 한국에 왔다. 호텔에 2주일가량 머물면서 혼인신고를 했고 예식장을 빌려 결혼식 사진도 찍었다.
혼인신고를 마친 뒤 약속대로 1만 불을 주었다. 이럭저럭 비용도 백만 원 이상 들었다. 그야말로 손목한번 잡아보지 않은 채로 그 남자는 며칠 더 있다가 미국으로 돌아갔다.
여권을 받고 비자 인터뷰를 기다렸다. 미국대사관에 가서 인터뷰를 했으나 통과되지 못했다.
남자와는 연락이 끊어졌다. 소개해준 친구에게 연락을 해 봐도 한국에 갔다 온 뒤로는 소식이 없다는 것이었다.
벌써 1년 반 세월이 지났다. 이제 미국 가는 것도 포기했고 돈도 포기했다. 그러나 미국남자의 아내로 혼인신고가 되어있는 호적은 고쳐야 하지 않느냐는 호소였다. 자기 자신이 위장결혼을 해서라도 미국으로 가보겠다고 분별없이 행동한 잘못을 십분 인정하였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상담소를 찾은 것이었다.
결혼은 진정 일생을 부부로서 함께 살 뜻이 서로 합치되어야 이루어질 수 있다. 또한 법률에서 정한 일정한 요식행위를 거쳐야만 유효하게 성립된다. 우리나라는 혼인신고를 해야만 법적 부부로 인정을 하는 것이다. 이 경우 법적요건인 혼인신고는 마쳤지만 당사자 사이에 부부로서 일생을 함께 살 진정한 혼인의사는 없었기 때문에 형식적인 결혼은 했다하더라도 이 결혼은 무효이다.
정신적, 육체적 혼인의 실체인 공동생활의 의사가 전혀 없었고 외국에 가기위한 목적으로 신고만을 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여권을 받고 비자를 받기위해 식장에서 결혼식을 올린 것처럼 증명사진을 찍고 그 대가로 돈이 건네졌다는 사실 등을 볼 때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간성파괴 사실을 보게 되어 안타깝다.
이제 이 문제를 해결 하려면 법적절차를 밟아야한다.
본인이 혼인무효 확인 심판청구서를 호적등본, 주민등록등본, 그리고 기타 소명자료 등을 첨부하여 서울 가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여 무효 확인 판결을 받은 후 신고하면 호적상 혼인사실이 지워지게 되는 것이다.
새로운 삶의 출발을 위해 법적절차를 밟아 호적을 정리하도록 조언하면서도 생면부지의 외국남자에게 거액의 돈을 주면서 위장결혼까지 해서라도 외국에 가려고 했던 절실한 이유가 있었는지는 전혀 납득이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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