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께서는『나는 길이며 진리며 생명이다』(요한14, 6)하셨는데, 이는 인간의 갈 길을 인도하는 왕직과 진리를 가르치는 예언직과 생명을 가꾸는 사제직을 가지셨다는 것을 암시하는 말씀이다.
제자들을 파견하시면서 하신 말씀은 이 세 가지 직능을 제자들에게 주셨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나는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를 받았다.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사람을 내 제자로 삼아(예언직)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그들에게 세례를 베풀고(사제직)내가 너희에게 명한 모든 것을 지키도록 가르쳐라(왕직)』(마태, 18~19).
1. 예언직의 의미
그리스도는 하느님으로부터 파견된 계시자 즉 예언자였고 또 자신이 그 계시의 핵심적 내용이시므로 그분에게서 직접 계시를 받은 사도시대의 종료와 더불어 인간구원에 관한 공적계시는 완결되었다.
그래서 교회는 그리스도로써 완결된 공적 계시에 다른 요소를 가감할 수 없고, 다만 이 계시 내용을 해설하고 선포할 따름이다. 구체적으로 교회는 신구약성서와 성전에 의하여 구원의 진리를 선포할 책임과 권한을 받았다. 이 책임을 예언직이라고 여기에 상응하는 권한을 교도권(敎導權)이라 한다.
교회의 예언직은 미래의 사정을 미리 말하는 예언(豫言)이 아니고 하느님의 말씀을 맡아 있다는 예언(預言)직이다. 그러니 교회의 예언직은 하느님의 말씀의(계시의) 관리자란 뜻이지 결코 미래를 내다보는 선지자(先知者), 예언자(豫言者)노릇을 한다는 말이 아니다.
교회는 그 예언직을 수행하기 위하여 스스로 먼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연구하고 음미하고 믿어야 한다. 하느님의 말씀은 무한한 신비를 간직한 것이기 때문에 교회는 세상의 종말에 이르기까지 계시를 연구하여 더 많이 더 깊이 깨닫도록 노력한다.
다음으로 교회는 이 말씀을 거룩하게 보관한다. 달리 말해서 하느님의 말씀의 본래의 뜻이 변질되지 않게 보존되어야 하기 때문에, 시대와 장소와 사람에 따라 제기되는 의문이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하여 필요에 따라서 좀 더 정확한 개념이나 표현으로 어떤 진리를 정의(定義)한다. 이렇게 교회가 공적으로 정의하고 선언한 교리를「신앙교리」(Dogma)라고 한다. 누구든지 이런「신앙교리」를 배척하면 이단자가 된다.
교회는 이렇게 보관된 진리를 성실히 선포한다. 계시진리는 모든 사람의 구원을 위하여 주어진 것이기 때문에 교회는 모든 시대를 통하여 그 시대의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거듭 해설하고 가르친다. 이렇게 해설해 가면서 소위 교리의 발전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것은 계시의 발전이 아니고 계시 해설의 발전 곧 교리의 발전이라고 한다.
2. 예언직 수행
교회는 여러 가지 형태로 예언직을 수행한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형태가 교도권의 가르침이다.
(1) 교도권의 가르침
사도들의 후계자인 주교들의 공식가르침을 교도권의 가르침이라 한다(교회헌장25). 주교들이 평소에 주교라는 직책에 의하여 가르치는 권한을 통상교도권이라 하고, 주교들이 공의회를 통하여 가르치거나, 교황이 특별한 이도를 가지고 전체교회의 수령으로서 가르치는 것을 장엄 교도권이라 한다.
통상 교도권이나 장엄교도권의 가르침은 구원의 진리를 선포하는 교회의 공식적인 예언직 수행이고, 교회의 가르침의 대표적 경우이므로 신자들은 신앙정신과 순명으로 이것을 받아들인다.
주교들의 통상 교도권은 설교, 교서, 교구회의, 지역공의회 등을 통하여 나타난다. 주교들의 장엄교도권은 주로 공의회의 결의로 나타난다.
교황의 통상 교도권은 설교, 교서, 회칙, 교황청의 여러 가지 문서를 통하여 나타나고, 교황의 장엄 교도권은 공의회의 결의사항 인준과 기타 특별문서로 수행된다.
(2) 설교
설교는 계시진리를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해설하는 형태의 예언직 수행이다. 그래서 설교는 해설, 권고, 격려, 교정 등으로 구성되고, 특히 전례적 집회에서 하는 설교는 성직자들의 의무이고 권리이다.
하위 성직자들이 공식설교를 할 때에는 주교의 교도권에 참여하기 때문에 주교의 사목방침에 준하여 설교해야 하고, 설교의 내용은 교회의 가르침을 전달할 것이요 설교자의 주관을 너무 개입시키지 말 것이다. 왜냐하면 이런 공식설교에서 성직자는 주교를 현장에서 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가톨릭 성직자들이 성직의 주임무를 성사집전으로 생각하고 설교를 부수적인 임무로 여기고 있다고 비판받고 있다. 교회의 예언직 수행은 무엇보다 설교로 되는 것인 만큼 설교는 성사집전에 못하지 않는 중요한 임무이다.
(3)강의
계시진리의 학문적 연구와 교수를 통하여 진리의 깊은 뜻을 해설하는 강의도 예언직 수행의 한 형태이다. 이러한 연구는 교도권과 설교에 큰 영향을 끼치고, 연구의 결과를 강의함으로써 신자들의 인식과 실천에 큰 보탬이 된다.
그러나 아무리 고명한 학자의 주장일지라도 교도권이 인정하지 않는 한 그것은 그 학자의 사견(私見)에 불과한 것이지 교회의 가르침이라고 할 수 없다. 가끔 교회는 자격 있는 사람에게 신학교나 수도원이나 기타 교회기관에서 가르칠 임무를 부여하지만 그런 기관에서 어떤 교수가 가르치는 것이 교회의 가르침 자체라고 인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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