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년부터 카메라를 메고 방방곡곡을 찾아 한국 고래의 풍습과 각가지 샤머니즘을 연구한 이광규(41ㆍ서울사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박사가 그동안 수집한 재료중에서 이미 도시에선 볼수 없는 한국 고유의 풍습과 샤머니즘 분포 및 에피소드를 집필 약 10회에 걸처 연재한다.
적은나라건 큰나라건 조건이 좋은나라건 조건이 나쁜나라건 공업이 발달한 나라건 발달못한 나라건 역사가 오래인 나라건 역사가 짧은나라건 흑인의 나라건 백인의 나라건 온 세상의 모든 나라 모든 사람은 근대화 물결에 휩쓸려 아우성을 치며 달려간다.
왁짝거리는 인간대행렬(人間大行列)에 끼어들지 못할까 보아 혹시 이 전진(前進)에서 낙오될까 보아 우리나라도 두 손을 불끈쥐고 달리고 있다. 그러나 이 대행_(大行_)이 너무 빠르기에 미처 따라가지 못하는 지역도 있다.
근대화의 호수가 미처 못 미친곳 근대화의 바람이 아직 덜 쏘인 곳에는 수줍은 촌색시의 미소인양 미련한 촌아주머니의 맵시인양 가련한 촌할머니의 주름살인양 우리의 옛 것을 간직하고 있다. 태풍에 몰려 쫓기인 낙엽 같은 우리의 옛것, 청소차에 실려가는 쓰레기속에 담긴 버선처럼 가련한 우리의 옛것 그러나 그것도 한때는 새롭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싱싱하다는 이야기도 들었으며 아낌도 받았었다.
입장을 바꾸어놓고 보면 이들이 오히려 우리의 태도 우리의 행동 우리의 생각을 비웃을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러한 버림받은 옛것의 진가를 알기위하여 일부러 카메라를 메고 구석진곳 소외당한 곳을 찾아간다.
그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여수에서 배를 타고 7~8시간 남행을 하면 초도(草島)라는 섬이 나온다. 막막한 바다위에 서너 섬이 있으나 초도에만 사람이 산다. 생업이 어업이라 사람들이 씩씩한 편이다.
그러면서도 바다를 상대하는 사람들이라 미신이 많다. 배에는 배선황을 모시고 집에는 성주 조왕 조상 등의 제신이 있고 부락(部落)에는 당산나무가 있다. 이러한 우리나라 고유의 가신(家神)·부락신(部落神)·선신(船神)이 이곳에서는 조금도 퇴색되지 않은채 제자리에서 군림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와 같이 기타 풍속도 잘 보존되어 있으니 정월보름에 행사며 줄다리기 풍습이며 옛전설이며 민요며 우리와 같은 사람이 구하는 자료는 무진장이었다.
무엇보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초분」이라는 무덤의 한 형태가 보존되어 있는 것이었다. 이곳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바로 땅에 묻는 것이 아니라 관에 넣고는 이것을 지상(地上)의 돌로 담을 쌓은 위에 놓고 관을 다시 짚으로 지붕을 하여 씨워둔다. 이것을 3년이 되면 다시 풀어 다른 관에 옮긴다. 이때 살은 썩어 없어지고 하얀 뼈만 남는데 뼈에 혹시 더러운 것이 묻어 있으면 짚이나 솔로 깨끗이 닦아 사람이 누은자세와 같이 뼈를 정돈한 다음 새관에 넣어 땅에 묻는다.
이것을 이중(二重)장제라 하니 그것은 두번 관에 들어가기 때문이고 뼈를 깨끗이 한다는 데서 세골(洗骨)장이라고도 한다. 이곳 사람들의 말로는 어떻게 살이 썩지않은 사람을 땅에다 생매장하느냐고 우리의 장제(葬制)를 비웃기도 한다.
이러한 장제는 동남아시아 일대에 널리 분포된 장제이고 뼈에 사람의 영혼이 들어있어 영혼이 있는 뼈를 깨끗이 보존한다는 영혼관을 가진 사람들의 장제이다. 오늘날 우리는 이것이 이상하고 신기하게 보이나 우리들의 오늘의 장제에도 이것을 유풍이 있고 우리들의 영혼관에는 지금도 이러한 장제를 하던 사람들의 생각이 담겨져 있다.
그 예로 관에 넣으면서도 칠성판에 놓는다 하는 것이라든지 대렴때 시체를 꼭꼭 묶는것 등이다. 또 죽은사람이 가끔 현몽하여 꿈에 나와서는 묘지를 옮겨달라고 한다든지 이장을 자주한다든지 묘소를 양지바르고 따뜻한 곳에 정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비록 형태는 바뀌었으나 내용은 같다. 우리들은 오랜 세월을 두고 형태가 바뀌는 바람에 원래의 뜻을 망각한 것이다.
이와같이 원래의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하면 우리들의 주위에 있는 것은 하나도 버릴 것 못쓸 것이 없고 오히려 이들은 우리에게 중요하고 소중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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