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일이네가 비둘기를 날린다는 소문은 형철이가 저희집 대문을 나선 그 순간부터 동네에 퍼지기 시작했다. 형철은 만나는 아이들마다를 잡고 『이번 일요일에 말야 저 수도국 저수지 산에서 우리집 비둘기를 날려』하고 자랑했다.
아이들은 무슨 말인지 알지 못해 의아스러운 얼굴로 『비둘기를 날리는 게 뭐니?』하고 물었다.
그렇게 되면 형철은 일장연설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형철은 비둘기라는 것은 방향감이 발달돼 있어 아무리 먼 데서도 자기 집을 찾아온다는 이야기로부터 흰 깃발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며 또 자기는 수도국 산에는 가지 않고 집에서 비둘기가 돌아오는 것을 기다린다는 이야기를 했다.
『형철아 그런데 흰 깃발은 왜 만드니?』
하고 아이들은 물으면
『흰 깃발은 내가 갖고 있는 거야 우리 형이 비둘기를 갖고 가서 수도국 산에서 날려 보내지 않아 그 비둘기가 날아서 우리집으로 오면 난 우리집 앞에서 비둘기가 왔다는 것을 흰 깃발을 흔들어 신호를 한단 말야』
『수도국 산에서 깃발을 흔드는 게 보여?』
『얼마든지 보이지 왜 안 보여 저기 봐 길로 하얀 셔쓰를 입고 올라가는 사람도 보이지 않아』
『응 보여!』
아이들은 감탄한 듯 말했다. 수도국 산과 형일이네 산동네에 4리가 좀 못 되는 거리이며 시선을 가로막는 것이 없기 때문에 수도국 산을 오르내리는 사람들까지도 볼 수가 있다.
아이들은 저마다 형일이를 따라 비둘기를 날리는 수도국산에 가보고 싶었다.
『형철아 나도 가도 돼?』하고 부러운 듯이 말하면
『내가 우리 형에게 말할게』
형철은 생색을 냈다. 아이들은 모두가 형일이를 따라 수도국 산으로 가겠다고 했다. 형철이와 같이 비둘기가 찾아오는 것을 지켜보겠다는 아이는 없다.
형철은 좀 멋쩍게 됐다.
그리하여 여러 아이에게 설득하여 자기와 함께 행동하기로 했다. 산동네 아이들에게 선전을 끝낸 형철은 몇몇 아이들을 데리고 아랫동네로 내려갔다.
형철이가 아랫동네로 내려가면서 처음 머리에 떠오른 것은 경수였다. 경수네도 비둘기가 있기 때문이었다.
『경수 형!』
형철은 경수네 대문 앞에서 소리쳤다.
『누구니?』
곧 반응이 있다.
『형철이야』
『들어와라!』
형철은 데리고 간 아이들을 뒤돌아보며 씨익 웃었다.
『형일이 신부름 왔니?』
대문 안에 들어서는 형철에게 명수가 말했다.
『아아니…』
하고 형철은 싱글벙글 했다.
『형, 우리 말야, 이번 일요일에 우리 비둘기를 수도국 산에 가서 날리기로 했어』
형철은 자랑했다.
『뭐 비둘기를…집으로 찾아오는가 실험하게?』
『응, 우리 형이 아까 말했어』
『그래?』
하고 대답하는 경수의 머리에는 그렇다면 우리 비둘기도…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형철아 너희집 가자!』
경수가 앞장을 섰다.
형철은 아랫동네 아이들에게도 더 널리 선전을 하고 싶었으나 다음날에 하기로 하고 경수를 따라 집으로 갔다.
『형일아 일요일에 비둘기 날려?』
경수는 형일이네 방에 들어서자 말했다.
『응 하기로 했어』
형일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나도 해 우리 비둘기도 되지?』
『너희 건 아직 어려서 안 될 거야』
형일은 의문이라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그리고 나서
『너희 건 아마 가을이면 될 거야?』
형일은 덧붙였다.
『그럼 우리 건 가을에 하기로 하고 이번엔 나도 함께 가』
『얼마든지 좋아…그런데 형철아 생각해 보니까 깃발 하나 더 있어야겠어』
형일은 형철이에게 말했다.
『형 왜?』
형철은 형일이를 바라보며 의문을 던졌다.
『하나는 우리가 갖고 가야겠어 왜냐하면 그래야 비둘기를 날리기 전에 우리가 흔들어서 날린다는 걸 네게 신호를 할 수 있단 말야 그렇지 않고서는 네가 비둘기를 날렸는지 안 날렸는지 모르고 기다리게 된단 말야』
형일은 길게 설명했다.
『응 그렇구나!』
형철은 빙그레 웃었다.
『형 그런데 말야 난 재미없을 것 같아…』
형철이가 불만스럽게 말했다.
『왜?』
『산에서 비둘기를 날리는 게 더 신날 것 같단 말야』
하고 아까 약속과는 다른 말을 꺼냈다. 형일은 난처하게 됐다.
『그렇지도 않아. 이봐 마라톤도 돌아와서 골인하여 테이프를 끊는 게 멋지단 말야 경수야 그렇지-』
형일은 경수에게 눈짓을 하며 말했다
『그렇지 골인하는 게 멋진 구경이야!』
경수가 맞장구를 쳤다.
『그럼 내가 있을게…』
형철은 마지못해 하겠다는 듯이 말했다.
『형철아!』
밖에서 형철이를 불렀다.
『누구니?』
하고 형철은 밖에 나갔다.
형일은 밖에 나가는 동생을 보며 형철의 선전을 직접 듣지 못하고 다른 아이들에게서 얻어 들은 아이가 형철에게 확인하러 온 것일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참새떼가 어두워지는 창가를 푸륵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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