힛틀러는 정권을 장악한 뒤 니이체 철학을 아전인수(我田引水) 격으로 받아들여 나찌스당의 철학으로 내세웠다. 그는 전 독일 국민에게 니이체의 초인(招人)을 강요했으니 자유주의 작가들의 작품은 모두 범서(범書)로 낙인 찍히게 되었다. 독일 가톨릭문학의 대표적 작가인 베르겐그린, 르포르, 슈테판안데레스 등의 작품이 출판 금지령을 받게 된 것도 이 무렵이었다. 이와 같이 모든 상황이 극한 상황으로 집약되었고 전화(戰火)의 불길이 전 구라파를 뒤엎었을 때 젊은 하인리히 뵐은 징병되어 전선에 투입된다. 뵐은 소련ㆍ프랑스 전선에서 온갖 전쟁의 무의미성과 허무함을 몸소 체험하게 된다. 바로 이 시점에서 가톨릭 정신을 밑받침으로한 하인리히ㆍ뵐의 휴매니티 문학은 출발되는 것이다.
라인 강변의 고도 (告都)「쾰른」에는 중세에 세운「쾰른」대성당이 유구한 역사와 찬란한 전통을 자랑하면서 끊임없이 가톨릭 정신을 전파하고 있다. 하인리히 뵐은 1917년 이 종교 도시에서 조각가의 아들로 태어나 그곳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차대전이 일어날 때까지는 서적 판매원으로 종사했었다. 뵐은 벌써 전쟁의 포화 속에서 창작을 시도했었고 이때의 전쟁 체험이 그의 초기 작품의 테마가 되었다. 전후에는 잠시 동한「쾰론」대학에서 독문학을 연구하다가 중도에서 포기하고는 본격적으로 창작활동으로 들어갔다. 특히 뵐은 47그룹의 기수로서 토마스만, 헤르만 헷세 이후 단절되었던 독일 문학의 전통을 다시 연결하는 데 현저한 공헌을 했다. 독일 가톨릭정신 부활의 완성자로서 주지되고 있음은 물론 작년에는 세계 PEN클럽 위원장으로 피선(被選)되었다.
「휴가병 열차」에서는 군용열차에 몸을 싣고 죽음의 전쟁터로 향하는 한 병사의 이야기로써 전쟁에서 오는 무의미성, 허무감, 절망이 작품의 주제가 되고 있다. 이런 극한 상황에서 병사는 평화를 예고하는 성당의 종소리를 갈망한다.「아담아! 너 어디 있었는가」에서는 전후 독일의 폐허 복구 재건이 묘사되고 있다. 가옥ㆍ교량ㆍ도시는 재건되지만 인간의 영혼은 상처 입은 그대로 침체되어 있었다. 인간의 영혼이 도시처럼 재건되어 활기를 찾기에는 오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뵐은 진단을 내린다. 영혼의 재건! 이것이야말로 우리 현대인의 공동 과업인 것이며 뵐 문학 저변에 흐르는 가톨릭 정신인 것이다.
「그리고 한마디의 말도 없었다」에서는 역시 전후의「쾰른」시(市)가 무대이다. 전후의 비참과 황폐, 그리고 허무함은 프레드 보그너 부부를 별거시켜 각자 독립된 생활을 하게 하지만 끝내 둘 다 정조를 버리지 않고 신부님의 충고를 따라 재(再)결합하게 된다. 여기서는 혼배성사의 신성함과 이것을 준수하는 부부의 진실한 인간성이 주제가 되고 있다.「아홉 시 반의 당구」에서는 어느 독일 건축업자의 가사(家史)를 그린 작품으로 이것은 곧 독일 반 세기 역사의 반영인 것이다. 할아버지에 의해 설계되고 건축된 성(聖) 안톤수도원(修道院)은 전쟁의 발발과 함께 공병 장교가 된 아버지에 의해 파괴된다. 그리고 전후 폐허가 된 성 안톤수도원은 그 아들에 의해 복구된다. 설계, 파괴, 복구되는 세계사의 변증법적인 과정이 잘 그려져 있음은 물론 성 안톤수도원은 가톨릭 정신사의 촉소판으로서 명시(明示)되고 있다.
「어느 광대의 고백」에서는 경제 부흥 이후 고도의 물질문명 속에서 퇴폐되어 가는 독일 시민상(像)의 어릿광대 성(性)을 냉혹하게 비판하고 있다. 뵐은 여기서도 물질문명에 짓밟힌 정신문화의 부활을 갈망하고 있다. 이것은 바로 신앙의 부활을 뜻한다.「여인과 군상」에서는 50대의 여인이 경험한 사건과 사랑을 통해 한 시대를 비평함으로써 현대의 성(性) 모랄을 해부하고 있다. 이것은 물질만능주의에서 무질서하게 몰락해 가는 현대인의 성(性) 모랄에 대한 경종인 것이다. 뵐은 최근작인 이 작품에서도 물질보다 정신을 다시 말해서 가톨릭적 정신을 높은 위치에 올려 놓는다.
잿더미 위에서 피어나기 시작했던 전후 독일 문학의 완성은 하인리히 뵐의 노벨문학상 수상과 함께 이루어졌고 토마스만, 헤르만 헷세 이후 매장되었던 독일 문학의 전통은 다시 찬란하게 부활되었다. 이런 전후문학의 완성과 전통의 부활은 다름아닌 독일 정신의 부활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런 독일 정신의 기조(基調)가 되는 것은 휴매니즘을 조화시킨 가톨릭 정신인 것이다.
따라서 하인리히 뵐은 이와 같은 가톨릭 정신을 한 몸에 지닌 휴매니티 작가로서 명명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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