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당을 주제로 하여 여러 각도에 서 문제점을 다루어 보는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라고 생각하며 또 필자에게는 구도자를 위한 측면에서 본당을 검토해 달라는 과제가 부여되었다.
본당은 실로 그리스도의 복음을 세상에 전파하는 최선봉의 진영이다.
교회의 모든 제도나 시설이 모두가 복음을 전하기 위한 수단과 방법이겠으나 그 중에도 본당의 존재는 가장 직접적이고 일반적이고 기본적인 것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 그러므로 본당은 곧 구도자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구도자」란 개념을 한 번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보통으로 구도자라고 할 때에는 하느님의 복음을 받아들이려고 찾고 구하고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을 가리켜 말한다.
그러나 사실은 이미 교회의 우리 안에 들어온 사람 즉 도를 구하는 도정에 있는 자로서의 구도자 속에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아직은 교회의 문을 두드리지 않지만 장래에 도를 구하려는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도 미래의 구도자로서 중시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는 이 세 가지 범주의 구도자를 기구도자 신구도자 가구도자라는 약칭으로 부르면서 첫째보다는 둘째 것에 둘째보다는 세째 것에 보다더 중점을 두고서 고찰해 보려고 한다. 왜냐하면 이미 우리 안의 양이 된 자는 이를 보호하고 육성함에 있어서 어느 정도의 노력만으로도 충족될 수 있겠으나 새로이 문을 두드리는 우리 밖의 산양들은 이를 가르치고 길들여서 완전한 양으로 바꾸는 것은 용이한 일이 아니다. 그뿐 아니라 우리 근처에도 오지 않고 황막한 광야에서 헤매고만 있는 착한 뜻을 가진 사람들, 즉 진리의복음에 목말라 하나 방향을 찾지 못한 구도자 가능성의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느님의 좁은 문으로 인도할 것인가 하는 문제 참으로 지난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여기서는 특별히 제3의 가구도자를 위한 것에 집중적으로 문제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오늘의 사회는 주지한 바와 같이 과학과 기술의 급격한 발달로 인한 물질지상주의와 안일과 쾌락에 치중하는 현돌위주의 사상으로 말미암아 신앙을 가진 사람들도 점차로 냉각하여 가고 새로이 신앙을 찾는 사람은 날로 더 감소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 속일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기 때문에 우리는「교회의 위기」를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이때에 세상을 구원으로 이끌려는 거룩한 사업의 제일선을 담당하고 있는 본당의 업무야말로 중차대하다. 한국의 우리 교회도 옛날의 순교의 사실에만 연연하지 말고 또 해방 직후와 6ㆍ25 이후의 황금시기에만 도취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이제는 마땅히 시대의 미조를 알아야겠다. 지금은 과거와 같이 교회 문 안에서 편히 앉아서 몰려오는 구도자를 기다리고 있을 때는 아니다.
이제부터는 구도자를 구하러 거리로 나서서 광야에 사무치는 소리를 외쳐야 할 때이다. 지금까지는 우리 본당은 그 소속한 지역사회 안에서 독특한 존재로서의 특징을 자랑하였다. 성당은 거룩하고 엄숙하고 신자들만이 모이는 곳이고 이 세상 사회와는 별로 관련이나 접촉이 없는 특별한 집단으로 인정 받아 왔고 또 교회 자체도 사회 밖의 고고한 존재로 자위하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 아니었던가. 다시 말해서 지금까지 본당은 그 지역사회와는 아무런 교섭 없이 스스로 초연한 위치에서 세상을 꾸짖고 개탄하면서 기성양들의 개적 구렁에만 부심해온 것이 사실이나 교회가 인류 사회의 성화를 위해서 존재한다면 사회와 더불어 사회 안에서의 교회로 서 있어야 할 것은 마땅하고 옳은 일일 것이며 또한 제2차「바티깐」공의회의 교회의 현대화 의언이 바로 그것을 실현하자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구도자를 찾기 위해서 등불을 들고 거리로 나서는 모습으로 교회는 마땅히 현실사회 안에 적극적이고 능률적으로 참여하는 자세로 탈바꿈할 때가 온 것이다.
그 구체적인 방법은 때에 따라 지역에 따라 기타 여러 가지 조건에 따라서 적응해야 하겠기에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려우나 가장 공통적일 수 있는 몇 가지 방법론을 제시해 보겠다. 첫째는 본당의 으뜸가는 책임자인 본당신부의 활동에 관한 문제이다. 본당 사제는 교회 안의 사목만도 매우 바쁘고 또 벅차다. 그러나 그 소속 지역사회와는 폭 넓은 접촉을 가지면서 모든 현실문제에 능동적으로 협조하거나 의견 제시를 해야 할 것이다. 사회를 세속시하고 까마귀 있는 곳에 백로가 가지 않는 식의 고고의식에서 탈피하고 진정으로 어두운 곳의 빛과 썩으려는 음식의 소금의 역할을 실천해야 하겠다.
끝으로 한 가지만 더 듣고자 하는 것은 교회 시설의 사회 안에의 개방의 문제이다. 교회의 모든 설비 등을 그 사회 안의 집회나 기타 모든 이용의 대상으로서 교회 자체에 지대이 없는 한도 내에서 허용하는 것이 예비선교를 위해서 상당한 효과를 거두리라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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