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70년 2월 1일부터 1971년 11월30일까지 서강대학교 사회문제연구소에서 연구 조사하여 발표한 한국 가톨릭 종교사회 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본당 신부님들이 생각하는 본당의 가장 큰 문제점은 포교활동 및 신자감소문제（45.1%）와 본당 재정 및 건축문제（36.1%）로 요약되고 있다. 1970년 4월 현재 전국 396개 본당 중 본당 실태조사에 응답한 326개 본당（전체의 82.3%）의 주임신부들의 문제의식이 이와 같이 분명하게 나오고 있는 이유를 해석한다면 다음과 같다.

전교활동 및 신자감소문제에 대하여 과반수의 본당 신부님들이 본당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는 가장 큰 이유는 특히 농촌본당에서 신자 수가 농촌 인구의 도시 이주 등으로 인하여 매년 감소하고 있는 경향을 보이고 있고 성인 영세자 수도 감소하고 있는 현상을 보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가톨릭교회의 가장 큰 사명은 하느님의 말씀을 말과 행동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일인데 사회의 급격한 변화와 본당 신자들의 사명의식의 결여로 전교활동이 부진할 뿐 아니라 이미 신자가 된 자 중에서 냉담자가 나오고 있는 현상을 본당 신부님들이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전교문제가 본당의 가장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본당 조사에서 나타난 본당의 예산 중 전교 활동비로 지출되는 예산은 최저 11%에서 최고 20%에 머무르고 있고 본당 신자들이 전교활동에 일부러 기회를 만들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신자는 겨우 3.6%뿐이고 하느님의 말씀이 기록된 성경을 매일 읽는 신자도 겨우 4.9%에 불과하다는 자료는 전교활동의 부진과 냉담자 속출의 근본 원인을 밝혀 주고 있는 것이다. 교회가 공의회 이후 쇄신과 적응을 부르짖고 여러 가지 공의회 문서를 통해서 신자들에게 가르치고 있지만 공의회 문서를 정기적으로 읽어 보는 신자는 1.4%이고 가끔 읽는 신자도 14.2%뿐이고 나머지 93.5%는 전혀 읽어 본 적이 없는 신자들임을 감안할 때 전교활동 부진과 냉담자 증가문제를 해결하는 지름길은 먼저 신자들과 성직자들에게 공의회 정신과 복음정신에 대한 재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여 하느님의 백성 전체가 공동체 정신으로 굳게 단합하여 본당을 중심으로 전교활동과 냉담자 선도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수립하여 실천하여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본당 재정문제에 대하여 본당 신부님들이 걱정하는 이유를 보면 전국적으로 본당 연평균 수입이 60만 원 미만인 본당이 전체의 40%나 되는데 이들은 대부분 농촌본당이다.

이와 같은 영세 본당에서는 교구의 보조금 없이는 본당 신부 생활비와 본당 운영비를 충당할 수 없는 적자 재정에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새로 도시 주택가에 설립되고 있는 본당에서는 본당 건물 신축문제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옛날에는 본당 건축기금은 대부분 외국 원조에 의존하였으나 오늘날에 와서는 거의 본당 신자들의 성금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본당 운영의 책임을 맡은 신부님들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무거운 십자가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신부님들은 주일에 신자들에게 본당 건축기금과 교무금에 관한 호소를 매주 하게 된다. 이에 비하면 신자들은 불경기 속에서 매일매일 살아가는 데에 지친 나머지 위안과 휴식을 구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주일미사에 나왔다가 계속되는 돈 얘기에 오히려 무거운 정신적 부담을 갖고 교회를 나서야 하는 불행한 사태가 발생하게 되고 이로 인하여 많은 신자들이 냉담자로 전락하게 되는 직접적인 이유가 되기도 하며 신부님과 신자 간의 원만한 대화를 단절하는 이유도 된다. 신자들은 신부님께서 재정문제에 대한 말씀을 주일미사 중에 하지 않기를 바란다. 신부님들이 주일미사 중에 돈 얘기를 일체 하지 않고도 필요한 건축기금과 교무금 그리고 주일 성금을 신자들이 기쁜 마음으로 많이 내도록 하는 효과적인 방안을 찾아야만 본당의 가장 중요한 재정문제와 인화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