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자의 입장에서>
지난주에는 본당 신부님들이 가장 심각한 문제로 생각하는 본당의 문제점에 관하여 서강대학교 사회문제연구소가 발표한 한국 가톨릭 종교사회 조사 보고서 자료를 근거로 하여 고찰하였다.
이번에는 동보고서에 나타난 본당 신자들이 생각하는 교회의 당면문제에 관하여 알아보기로 한다.
전국에서 선정된 50개 본당(도시 25개 농촌 25개) 본당에서 교적부를 이용하여 계통 표집 방법으로 표집된 3,000명의 일반신자 중 질문지 조사에 응답한 2,451명 (전체의 82%)의 본당 신자들이 생각하는 교회가 당면한 심각한 10가지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괄호 안은 지성인 응답을)
①늘어나는 냉담자문제 85.6(93.4%)
②젊은이들의 종교교육문제 79.6%(92.8%)
③전교사와 전교방법문제 72.3%(82.5%)
④교회의 운영자금문제 71.7%(76.9%)
⑤성인 영세자의 감소문제 70.3%(83.5%)
⑥평신도의 재교육문제 64.3%(78.6%)
⑦평신도 단체의 조직강화문제 61.4%(90.6%)
⑧성소감소문제 59.9%(88.1%)
⑨교회의 유급직원의 생활보장문제 59.9%(75.6%)
⑩교회시설의 건축문제 57.1%(52.2%)
이상에서 열거한 신자들의 문제의식을 종합적으로 고찰할 때 우리는 지난주에 언급한 본당 신부님들의 문제의식과 거의 일치함을 알 수 있다. 대부분의 본당 신자들도 본당 운영의 중책을 맡고 있는 본당 신부와 같이 본당이 당면하고 있는 심각한 문제점에 대하여 명확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음을 볼 때 이는 무척 다행한 일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문제를 확실히 인식하는 것은 해결 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첫 걸음이기 때문이다.
모든 본당에서 신부와 신자들이 하느님의 백성이라는 투철한 공동체의식과 주인정신을 가지고 본당이 당면한 심각한 문제점에 대한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면 틀림없이 효과적인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필자는 공의회 이후에 세계 여러 곳에서 채택하여 커다란 성과를 거두고 있는 대화의 방법을 문제 해결의 방법으로 채택할 것을 제안하는 바이다. 대화의 방법은 지극히 민주적인 방법이며 모든 성원이 기쁜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책임을 분담하겠다는 자발적인 열성을 개발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다. 대화의 방법은 모든 사람은 하느님의 모상대로 태어났기 때문에 평등하며 그 인격은 존중되어야 한다는 복음정신에 기초를 둔 민주주의 원칙을 준수한다. 대화의 방법을 구체적으로 본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어떻게 활용할 수 있으며 그 효과는 어떠한가를 살펴보기로 하자. 서울의 주택가에 자리잡은 한 신설본당에서 포교문제와 재정문제를 대화의 방법으로 효과적으로 해결한 실례이다. 지금으로부터 3년 전 한 젊은 신부님이 신설본당 주임신부로 임명되어 임지에 도착하여 보니 본당 건물이란 어느 건물 2층 방 하나를 전세로 낸 것뿐이었고 그 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주임신부님은 어떤 본당 신자 집을 방문하여 인사를 나누고 본당의 당면문제에 대하여 의논하였다. 이 신자는 신부님과 평등한 입장에서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본당 신부님과 협력하여 본당문제를 해결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신부님께 자기 집 2층 방을 임시 사제관으로 사용하실 것을 자청했다. 신부님은 이와 같이 대화를 통하여 신자들과 토론하고 거기서 가장 가능한 해결 방안을 결정하고 이 방안을 공동 노력으로 실시한 결과 본당이 당면한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해결할 수 있었고 이와 같은 민주적인 대화의 방법을 통하여 신자들의 잠재능력을 개발하고 그들의 자발적인 협조를 통하여 재정문제와 포교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본당 신자들은 본당 신부님이 가정방문을 통하여 본당문제를 의논하고 해결 방안을 함께 모색하자는 민주적 접근 방법에 대하여 호감과 열의를 높이고 본당 신부님께 협조하게 되었다. 어떤 신자는 자진하여 교리강좌를 맡아보겠다고 나섰고 어떤 신자는 성가대 조직을 앞장서 주었고 일부 신자들은 포교활동과 연령활동 등을 위한 성요셉회를 조직하여 참여하였다.
이 본당에서는 주일미사 때 신부님이 돈 얘기를 일체하지 않는데도 운영위원회와 구역장 회의를 통하여 교무금과 성당 신축기금에 대한 예산안이 작성되고 이 예산안은 본당 신자들의 자발적인 협력으로 성공적으로 집행되었으며 그 결과 3년이 지난 오늘 이 본당에는 1천 6백만 원짜리 2층 건물이 세워졌고 모든 신자들이 화목하게 신앙생활을 즐길 수 있는 모범본당이 되었다. 이 본당에서 본 대로 신자와 성직자 간의 대화를 통한 민주적 문제 해결 방법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본당문제 해결 방안이라고 확신하며 더 많은 본당에서 대화의 방법을 활용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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