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난 하기방학 3개월 동안 미국의 사목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었다. 내가 석 달 동안 지낸 본당은 미국에서도 제일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는「볼티모어」교구 소속 본당으로「볼티모어」중심가에서 약 30리 떨어진 교회. 백인 동리에 자리잡고 있는 조용한 본당이었는데 상주하는 사제 세 분과 매주일 미사 8대 본당 교우 4천여 명을 가진「성녀 울술라」본당이었다.
가던 날이 마침 토요일이었기에 도착하자 즉시 주임신부님이 하신 말이『고백성사권은 벌써 주교관을 통해 얻어 놓았는데 혹시 지금 고백성사를 줄 수 있겠습니까?』나는 즉시 승락을 하고 고백소에 들어갔다. 고백소에서 느낀 첫 인상은 마치 내가 한국에 온 기분을 느꼈다.
순진하고 착한 미국 신자들의 열심에 나는 구라파 신자들과 스스로 비교하면서『아! 아직도 미국 교회는 살았구나』하는 솔직한 인상을 받았다.
주일이되면 한국 중고등학교 운동장 두 배나 될 듯한 본당 주차장에 미사 때마다 자동차 홍수를 이루면서 밀어닥치는 신자들의 모습! 더구나 성당 입구에는「안내원」이란 배지를 가슴에 붙이고 대여섯 명씩 있어서 성당에 오는 신자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하면서 상냥스러운 인사와 더불어「주보」를 나누어 주는 모습도 퍽 좋은 인상을 주었다. 그리고 미사 때마다 미리 배정된「독서자」들의 미사 안내와 더불어 정중한 자세로 독서하는 모습. 이와 같은 평신도들의 교회 참여 의식은 우리가 본받아야 할 것 같다.
또한 미사 때마다 미리 배정된 복사 꼬마들의 열성. 이것은 비단 주일미사뿐만 아니라 주간 매일미사에도 마찬가지로 꼭꼭 둘씩 짝을 지어 나타나서 미사 준비를 하는 모습도 다른 곳에서는 보기 드문 현상이었다.
내가 이곳 본당에서 주일 첫 미사와 첫 강론을 하던 날이다. 미사 전에 보좌신부 한 분이 강단에 오르시더니『이 시간에 미사 집전하는 신부님은 한국의 박도식 신부님이신데 현재「빠리」에서 공부를 하고 계시면서 여름방학 동안 우리 본당을 도와 주러 왔습니다. 이 미사는 박 신부님께서 처음으로 영어로 집전하고 처음으로 영어로 강론하는 미사입니다』이런 서론으로 미사가 시작되고 드디어 미사가 끝나자 으레 집전사제는 성당 입구에서 신자들을 맞이하게 마련이라 나도 성당 입구에 서 있었다. 성당에서 나오는 신자들은 저마다「원더풀」을 외치면서 줄을 지어 내 앞에 선다.
한결같이 존경을 표시하면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한다. 그 중에는 많은 사람들이 한국전쟁 때 자기 아들이 한국전에 참전했다느니 내 남편이 또는 자기가 직접 참전했다느니 하면서 벌써 한국과는 구면인 양 나를 대하는 사람도 있었다.
매일 아침 평일미사를 볼 것 같으면 이 본당에는 미사가 세 대가 있는데 첫 미사가 6시30분 둘째 미사가 8시 셋째 미사가 9시였다. 내가 구라파에 3년 동안 있으면서 아직도 평일미사가 6시30분에 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고 빠르면 7시 8시 9시가 고작인데 미사 참예하는 신자 수도 이곳 본당에는 3대를 합치면 매일 아침 1백여 명이나 되고 셋째 미사 끝에는 으레 신자들이 공동으로 성모상 앞에서 묵주의 기도를 바치는 모습은 구라파에서는 볼 수 없는 현상이다.
그러나 미국 교회도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첫째로 세대 차이에서 오는 문제로서 예컨대 이곳 본당 10시 30분 지하성당 미사는 소위「포크매스」라고 해서「키타」피리 등으로 말하자면「재즈」로 미사를 드리고 있다. 여기는 주로 젊은이들로 가득가득하고 노인네들은 하는 소리가『신부님 저기「포크매스」에도 예수님이 계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까?』하면서 의아스런 질문을 던진다. 둘째 문제는 일반적으로 미국 교회도 현재「데카당스」의 과정을 밟고 있음이 확실하다. 연 전에 비해 교회에 나오는 신자들이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 점을 놓고서 일반 신자들의 의견을 들을 것 같으면 그 책임을 성직자들에게로 돌리고 성직자들은 교회의 소위「리더십」문제가 가장 심각하고 둘째는 신자들의 재교육이 시급한 문제라고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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