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는 교회설립을 약속하시면서 『죽음의 힘도 그를 쳐 이기지 못하리라』(마태16, 18)고 하시어 교회가 그 사명을 다할 때까지 건재할 것을 예언하셨고, 사도들을 파견하실 때에『내가 세상 끝까지 항상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28, 20)고 약속하셨다.

교회는 이러한 성경말씀에 따라서 교회가 인간구원의 진리를 믿고 가르칠 때에, 필요한 조건이 갖추어지면 스스로 속거나 타인을 속이지 못한다고 확신하고 있다. 이러한 특성을 교회의 무류성(無謬性)이라 한다.

옛날부터 이 무류성은 많은 오해를 받고 있는데. 합리주의자들은 인간 세상에 무류성이란 있을 수 없다하고, 동방 정교회는 교회전체의 무류성은 인정하면서 신자중의 누구에게도 무류성은 없다 하고, 프로테스탄트들은 무류성 자체를 부인한다. 그리고 가톨릭 안에서도 교회의 무류성과 성서의 무오성을 혼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성서의 무오성(無誤性)이라는 것은 성서에는 인간 구원에 관한 오류가 없다는 말이고, 교외의 무류성은 구원의 진리를 믿거나 가르치는 교회가 속거나 속이지 못한다는 말인데, 여기에는 엄격한 조건이 붙어있다.

1, 전체교회의 무류성

교회전체가 신앙진리를 믿거나 가르치는데 있어서 그르칠 수 없다는 것은 성서와 성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앞에 인용한 성경구절 외에도『내가 아버지께 구하면 다른 협조자를 너희에게 보내주셔서 너희와 영원히 함께 계시게 하실 것이며 그분이 곧 진리의 성령이시다』(요한14, 16~17)하시면서 교회가 진리 자체이신 성령과 함께 하기 때문에 교회도 진리에서 이탈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셨다.

그래서 교회가 진리를 선포하지 않고 스스로 오류에 떨어진다면『너희의 말을 듣는 사람은 나의 말을 듣는 사람이고 너희를 배척하는 사람은 나를 배척하는 사람이다』(루가10, 16:마태10, 40 : 요한13, 20)하신 말씀은 무의미한 말이 되고 만다.

교회가 하느님의 구원계획을 펴는 백성이라면, 먼저 교회자체가 오류 없이 이 구원진리를 믿어야 하고 또 틀림없이 가르치지 않을 수 없다. 신자 개개인이 오류에 빠질지라도 구제할 길이 있지만 전체교회가 오류에 빠진 자면 교회의 존재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소경이 소경을 인도하면 둘 다 구렁에 빠진다』(마태15, 14).

하느님 백성의 신앙생활의 총체는 살아있는 전통을 이루고 이 전통 안에 진리의 수호자인 성령께서 살아계시기 때문에 『주교로부터 마지막 평신도에 이르기까지 모든 이가 신앙과 도덕에 관하여 같은 견해를 표시할 때에 백성 전체의 초자연적 신앙감(信仰感)에서 이 특성(무류성)이 드러난다. 과연 하느님의 백성은 진리의 성령께서 일으켜주시고 지탱해주시는 이 신앙감으로 성스러운 교도직의 지도를 받아서 탈선 없이 성도들에게 일찌기 전해진 신앙에 충실하며, 바른 판단으로 그 신앙에 더욱 깊어지며 보다 충만히 그 신앙을 실생활에 적응시키는 것이다』(교회헌장12)

2, 주교단의 무류성

전체교회의 무류성을 보장하는 성서의 말씀은 사도단의 후계인 전체주교단에도 해당된다. 교도권의 지도를 받아 전체교회가 그르칠 수 없다면 그 교도권의 주체인 전체주교단도 무류하다.

그래서 신앙이나 도덕에 관한 의문이나 오류가 발생하면 세계의 주교들이 공의회를 열어서 그 문제에 대한 해답이나 결정을 내림으로써 전체주교단의 가르침은 무류한 것으로 믿어왔다. 교회헌자는 주교들의 통상보편 교도권의 결정과 장엄교도권의 결정이 무류하다고 가르치고 있다.

통상보통 교도권

『각 주교들이 무류의 특권을 누리는 것은 아니지만, 온 세계에 산재하면서 서로 일치하고 또 베드로의 후계자와 일치하여 신앙과 도덕에 관한 사정을 유권적으로 가르칠 때에 결정적인 한 가지 판단에 의견의 일치를 본다면 그것은 바로 그리스도의 교리를 오류없이 가르치는 것이다』(교회헌장25)

장엄 교도권

『또한 주교들이 공의회에 모여서 세계교회를 위하여 신앙과 도덕에 관하여 가르치고 판단할 때에 무류성은 더운 명백한 것이니 이 결정 사항은 신앙적 순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교회헌장25).종합적으로 말해서 모든 주교들이 이구동성으로 가르치는 것은 무류하다

3, 교황의 무류성

교황의 무류성은 교황의 수위권의 일부이다. 그래서 수위권(首位權)을 보장하는 마태16, 18 : 루가22, 31~32 : 요한21, 15~17 등이 베드로가 신앙의 무류한 보루가 되기 위하여 수위권을 받았음을 증명한다.

옛날부터 교황이 교리상의 마지막 결정권을 행사해왔고 교황의 그러한 결정에 대하여 전체교회는 순응하였다. 베드로는 예루살렘 사도회의의 결론을 내렸고(사도15, 5~11)역대 공의회의 결의는 교황의 동의나 인준을 받아서 유효하게 선포되었다.

1차 바티깐 공의회는 교황의 무류성을 신조로 선언하였다. 『로마교황이 교좌에서 선언할 때, 즉 모든 신자들의 목자요, 교사의 직무를 수행하면서 사도적 최고 권위로써 신앙과 도덕에 관한 교리를 전체교회가 지킬 것으로 정의할 때에 무류성을 가진다』고 정의하였다.

교황의결정이 무류하게 하는 조건들은 다음과 같다. ①전체교회의 최고목자로서 결정한다. 따라서 로마교구장의 자격으로 하는 결정은 무류하지 않다. ②신앙과 도덕의 교리에 국한된다. 따라서 다른 문제에 대한 결정이나 선언은 무류하지 않다. ③최종결정이란 의사를 가지고 한다. 따라서 단순한 해설, 지도, 권유, 반박, 경고등 일상적인 사목사항은 무류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