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 역사 안에 살아 있는 교회
우리 교회는 그리스도 예수의 수육(강생) 과 그 가르침을 토대로 하여 장구한인간의 역사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쳐 왔고, 현재도 그러하고 미래도 그러할 것이다. 이것은 우리 교회가 바로 살아 있는 그리스도의 행동이요 현실적 구체적인 생명 있는 교회임을 뜻하는 것으로서 사회와 더불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교회가 사회와 유리되어 있다면 이미 그것은 교회로서의 가치를 상실하고 있거나 혹은 상실해 가고 있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밖엔 아무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 교회의 역사는 생활한 그리스도의 사업을 계속해 오고 있는 자이며 이 세상의 완성을 위해 그리스도와 더불어 노력함으로써 종말의 그날에 세상을 성부께 바치도록 불리움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그것은 현실적인 문화와 사회의 상황 속에서 존재하면서 끊임없이 그 발전을 촉진하되 올바른 길로 나아가도록 경고하고 선도해 왔다는 엄연한 사실로 미루어서도 분명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 교회가 이 사회에 대한 아무런 설득력을 가지지 못하고 구태의연하게 개인주의적인 신앙만을 주장해 간다면 그것은 교회 본연의 사명을 망각한 처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우리는 역사 안에 살고 있는 인간이며 교회도 그러한 인간들의 집단이므로 일정한 문화와 한 시점의 역사적 제약성을 떠나서 존재할 순 없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교회가 사목에 있어서 보다 더 사회학적인 면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며 발전된 사회학적인 사목 방법의 적용은 긴급한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만일 현시점에서 교회가 그러한 방법론을 무시한다면 그것은 하나의 추상적 상징적 내지는 고정화되고 견물화된 종교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그럼 우리 한국 교회가 활동하고 있는 구체적인 역사적 현실은 어떠한가.
二. 초문명과 전근대의 병존
한마디로 말해서 현대의 한국은 초문명과 전근대의 병존이라는 기현상 안에 있다. 전세계적 안목으로 볼 때 인류는 다만 문명만이 아니라 수10세기에 걸쳐 이룩해온 문명의 터전 위에 새롭고도 놀랄 만한 새 문명을 발전시켰다. 그리고 그것은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자꾸만 더 발전해 나갈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도 알지 못할 어느 새로운 문명의 새벽에 놓여지고 있는 것이다. 이 새로운 문명-그것을 초문명-TRANS CIVILIZATION-이라 일컫는다.
특히 현시대를 더욱 긴장시키고 있는 것은 원자력의 무한대에 가까운 에너지의 등장이다.
이것은 인간이 거의 무한대로 힘을 확대시킬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로 인해 인간의 힘은 더 이상 인간적 차원으로는 계산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거대한 힘을 폭발시킬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은 창조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파괴를 위해서도 사용할 수 있다. 단추 하나만 누르면 이 세상의 문명은 일순간에 잿더미로 화하고 인간도 그 흔적 없이 사라져 버릴 것이다. 여기에서 인류는 창조냐 파괴냐의 문제를 스스로 결정해야 할 단계에 도달했다. 그리고 인간은 서서히 그것을 창조적인 면으로 돌려가고 있어 인류 문명은 초문명으로 치닫고 있다.
그런데 아직도 전세계에는 그러한 초문명을 등지고 살아가는 지역들도 많다. 특히 후진국과 개발도상에 있는 국가들에서는 이 초문명의 영향과 함께 과거의 전근대적 유물로 인한 모순된 기현상을 자아내기도 하고 있다. 문명의 단계를 거치지 않고 전근대적 요소가 가득한 사회에 초문명의 씨를 배태하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는 필연적으로 기성 도덕과 윤리관의 붕괴와 함께 새로운 풍조가 그에 대치하게 된다. 그리고 급작스런 사회 변천과 더불어 온갖 어려운 문제들이-그것은 돈이나 물질로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다.-등장하고 있다.
여기에서 교회가 해야 할 일은 그 어느 시대보다도 중요하고도 긴급한 것으로 등장한다. 이러한 변천하는 사회에서 교회가 그 본연의 임무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현사회를 직시하고 분석해서 거기에 적응할 수 있는 사목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그것이 없을 때 우리는 주께서 우리에게 위임하신 사업을 완수해 나아가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럼 당면한 문제들로서 구체적 안들을 하나하나 생각해 보기로 하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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