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호가 신문지국으로 간 후 아이들은 잠깐 사이에 가게 안과 밖을 말끔히 청소를 했다.
그때 영호 어머니가 리어카에 과일 상자를 싣고 가게 앞에 나타났다.
『안녕하셔요』
형일이가 모자를 벗으며 꾸벅 인사를 했다. 경수도 모자에까지 손은 갔으나 벗지 않고 그냥 꾸벅했다.
『수고했다. 이런 고마울 데가…』
영호 어머니는 가게 안에 들어서며 말했다.
『아니 형철이도 왔구나!』
영호 어머니는 반가와하며 형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형철은 빙그레 웃었다. 짐꾼 아저씨가 짐을 풀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우루루 밖으로 나갔다.
형일이와 경수는 양쪽에서 사과 상자를 거뜬히 들어 가게 안 한쪽 구석에 들여놓았다.
『그럼 한 번 더 수고해 주셔요』
짐을 풀어놓고 리어카 채를 드는 짐꾼 아저씨에게 영호 어머니가 말했다.
『네엣』
짐꾼 아저씨는 말끝을 높여서 대답하고는
『짐이오. 짐이오!』
큰 소리를 지르며 사람들 사이를 뚫고 나아갔다.
형철이와 칠성이도 그저 있을 수가 없다. 밖에 나가서 둘이서 상자를 양쪽에서 들었다. 보기와는 다르다. 묵직하다 영차영차 들고 가게 안에 다 들어섰을 때 형철이가 쥐었던 새끼가 툭 하고 끊어졌다. 사과 상자가 둥 하고 땅바닥에 떨어졌다.
형철이와 칠성은 당황했다. 그러나 다행이도 상자는 깨지지 않았다.
『니네들은 구경이나 해!』
경수가 웃으며 말했다.
그러고서는 밖으로 나갔다. 형철이와 칠성이는 멋쩍게 되었다.
영호 어머니는 상자에서 빨간 사과를 하나하나 꺼내면서 수건으로 닦아 자판 위에 보기 좋게 쌓았다.
가게방 가운데 놓여져 있는 자판 위에 빨간 사과를 쌓는 그것으로 가게 안은 달라져 보였다.
형일이와 경수는 과일 상자를 모두 들여놓고 빈 상자를 밖에 내놓는다.
영호 어머니는 과일 행상이며 시장 길바닥에서 과일을 팔아 오며 그동안 얼마나 가게를 갖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러한 오랫동안의 소원이 오늘 실현이 된 것이다. 영호 어머니는 가게 안에서 사과를 하나하나 쌓고 있는 것이 그저 꿈만 같다.
자기들 두 모자를 위해서 도와 주는 주위의 사람들이 얼마나 고마운지 몰랐다.
이제는 남의 도움을 받지 않아야 하며 앞으로 사정이 달라지면 자기도 적극적으로 남을 돕는 일에 발 벗고 나설 것을 생각했다.
과일 상자의 운반과 빈 상자의 처리를 끝낸 형일이와 경수는 상자를 뜯어 사과를 꺼내어 자판 위에 놓았다.
『형 아빠가!』
형철이가 소리치며 가게 앞에 섰다.
『아빠가?』
『응, 저 입구에서 만났어 저기 와』
하며 형철은 시장 입구 쪽으로 머리를 돌렸다.
형철이와 칠성이는 할 일이 없어 그동안 시장 안을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시장에 들어서는 아버지를 만난 것이다. 영호 어머니는 하던 일을 멈추고 손을 털면서 가게 앞으로 나갔다. 그때 형일의 아버지와 칠성이가 가게 앞에 나타났다.
『어서 오십시오』
영호 어머니가 반갑게 인사를 했다
『가게가 퍽 아담한 게 좋아요. 벌써 과일을 가져왔군요』
형일의 아버지가 가게 안에 들어서며 말했다.
『이제 저 선반에 통조림이나 쌓으면 깨끗한 식료품 가게가 되겠어요』
형일의 아버지는 비어 있는 선반을 둘러보며 말했다.
『네』
영호 어머니는 기쁜 얼굴로 대답을 했다.
『아빠 왜 일찍 왔어?”
형철이가 아버지의 팔에 매달리며 말했다. 직장에 나간 아버지가 이같이 일찌기 돌아오는 일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응 아주머니와 함께 가게에 놓을 통조림을 가지러 가려구…저 아주머니 가 봅시다. 가게는 애들이 지킬 테니까 당장 오늘 물건을 갖다 놓읍시다』 하고 형일의 아버지는 밖에 나섰다.
『그렇긴 하지만 미안해서…』
영호 어머니는 낮은 소리로 말하며 형일의 아버지의 뒤를 따라 나섰다.
『그럼 가게 잘 봐라!』
형일의 아버지가 말했다.
『문제도 없어요』
형철이가 까불었다.
형일이의 아버지는 어제 전화로 통조림 도매상을 하는 친구로부터 물건을 외상으로 주겠다는 약속은 받았지만 그래도 자기가 영호 어머니와 함께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오늘 일찍 회사를 나왔던 것이다.
형일의 아버지와 영호 어머니가 떠난 후 또 과일 상자를 싣고 짐꾼 아저씨가 왔다. 형일이와 경수는 짐꾼 아저씨와 함께 상자를 가게 안에 운반했다.
그러나 할 일도 없으려니와 또 잠깐 사이에도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형철이와 칠성이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형일이와 경수가 또 운반되어 온 상자를 가게 안에 운반하고 궤짝을 뜯어 사과를 꺼내고 있을 때
『여 미안해』
하고 신문 배달을 끝낸 영호가 웃으며 가게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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