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는 천주십계에 대해서 말해 왔다. 이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교회법규다. 첫째 밝혀둘 것은 계명과 법규의 차이점이다. 계명은 종교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윤리생활의 조건을 말하는 것이고 법규는 권리나 의무를 규정하여 활동의 한계선을 정하는 것이다. 계명은 그 종교를 신봉하기 위한 절대조건이고 법규는 상대적으로 때로 바뀔 수 있는 규범이다. 천주교회 법규란 우리 교회가 신자들의 생활을 보다 용이하게 목적에 도달하도록 정한 것이다. 그럼 제1규에 명한 것은『모든 주일과 의무적 (파공) 축일을 거룩하게 지내라』 는 것이다. 거룩하게 지낸다는 것은 모든 신자들이 그날 미사에 참예하고 강론을 듣고 가급적 신심활동을 하라는 것이다.
「파공」이란 원래 중국에서 온 말이다. 힘든 일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즉 육체적 노동을 피하라는 것이다. 이것은 창조 당시 하느님께서 만물을 창조하시고 제7일째는 쉬었다. 그래서 그날을 주일(主日)로 정하고 그날만큼은 다른 때보다 더 하느님을 생각하고 거룩하게 지내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힘든 일을 함으로써 물질적 이익을 위해 너무 힘쓰지 말라는 것이다. 이 법규는 모든 주일이 해당되고 교회 큰 축일 즉 성탄을 위시하여 부활 성신강림 성모승천 등 4개가 된다. 그리고 이 법규는 옛날에 정한 것이기 때문에 그때는 일을 파하고라도 생활할 수 있었던 때였다. 날로 인간생활이 복잡해 가고 있는 지금은 노동의 종류도 달라지고 방법도 달라졌다. 그래서 교회는 지금「파공」을 주일에 한해서 폐지하고 부득이한 경우에는 항상 일할 수 있도록 했다. 수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부득이한 경우라도 주임신부에게 일할 수 있는 허가를 얻어야만 했다. 그러나 지금은 개인 판단으로 필요하다고 인정했을 때는 허가를 얻을 필요가 없어졌다. 그러나 주일이나 축일에 미사 참예 하는 것은 그전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주일에 미사 참예하지 않으면 법규를 어기는 죄가 된다. 다만 부득이한 경우는 제외한다. 즉 병 중에 있다든가 중병 환자의 간호 혹은 군인으로서 불가피한 사정 때문에 미사에 참예 못할 때에는 죄가 되지 않는다. 그럴 때에는 교회가 정해 준 기도로써 주일미사를 대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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