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머니 어디 갔어?』
영호가 말했다.
『니네 어머니 형일이 아버지와 함께 통조림 도매상에 갔어』
경수가 말했다.
『형일이 아버지가 오셨어?』
영호가 놀란 소리를 질렀다.
영호는 형일의 아버지가 고맙게 생각되었다. 그리고 마음 든든한 것을 느꼈다. 영호는 어머니가 가게를 얻게 되었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그러나 처음 가져보는 가게는 어쩐지 여러 가지로 불안하기만 했던 것이다.
아이들은 할 일이 없었다. 안쪽의 사과 상자 위에 앉았다.
『영호야 가게 이름은 뭐라고 하니?』
형일이가 생각난 듯이 말했다.
『글쎄… 그런 거 생각해 본 일 없어』
영호는 싱긋이 웃었다.
『영호상회라고 해?』
경수가 큰 소리로 말했다.
『영호상회라고…』
영호가 깔깔대며 말했다.
『그래 그게 좋아, 그러면 영호는 상회 회장이란 말야』
형일이 웃으며 말했다.
『가게 이름은 없어도 돼』
영호가 멋쩍은 듯이 말했다.
『그건 안 돼 상점 치고 이름이 없는 게 어디 있어 간판이 있어야 사람들이 찾아온단 말야』
형일이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그럼 간판은 있어야 해!』
경수도 형일이와 같은 생각이다.
『그래 그럼 형일의 아버지께 지어 달라고 하지…』
영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 형일의 아버지께 부탁하면 근사한 이름을 지어 주실 거야』
하고 세 아이가 한참 떠들어대고 있을 때「빵 빵!」삼륜차가 영호네 가게 앞에 섰다.
운전대에서 영호 아버지가 뛰어내렸다.
『형일아 너희 아버지!』
경수가 소리쳤다.
아이들은 밖으로 우루루 나갔다. 삼륜차에는 포장된 물건이 가득 실리어 있었다.
『아저씨 안녕하셨어요』
영호가 꾸벅 절을 했다.
『응, 영호도 왔구나, 자, 물건 운반해라!』
하고 형일이 아버지가 짐대 쪽으로 갔다. 운전수가 짐대의 뒤쪽 철판을「콰당!」하고 제껴놓았다. 그리고서는 짐대에 올라섰다.
영호 아버지는 아이들과 함께 짐을 운반했다. 삼륜차가 통통거리며 떠난 후 영호 어머니가 왔다.
아이들은 선반에 진열할 물건이 들어 있는 상자를 뜯고 영호 어머니와 형일의 아버지는 통조림을 하나하나 보기 좋게 선반 위에 올려 놓았다.
차츰 가게답게 되어 갔다. 영호 어머니와 영호는 더 말할 것도 없지만 형일의 아버지와 아이들도 기분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밖이 어두워지기 시작하자 영호가 형광등을 켰다. 가게 안이 한층 아담해지는 것을 느끼었다.
『아저씨 이제 그만하고 돌아가셔요. 이만하면 제가 애들과 함께 하면 곧 끝날 거예요』
영호 어머니가 형일의 아버지에게 말했다.
『녜 가지요 그런데 형일아 형철이는 집에 갔느냐?』
형일이 아버지가 물었다.
『정말 어디 가서 안 오지?』
형일이가 걱정되듯이 말했다.
『영호야 찾아 봐라』
영호 어머니가 말했다.
그때 형철이와 칠성이가 웃으며 가게 앞에 나타났다.
『아빠!』
하며 형철이가 가게 안에 들어섰다.
『아, 재미있었다.』
『재미는 또 뭐야, 일 도우러 왔으면 일을 해야지 뭐야 돌아다니기만 하고...』
아버지가 말했다.
『아빠, 우리 말야...』
하고 형철은 지낸 일을 말하기 시작했다.
형철이와 칠성은 시장 안을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한 반 아이 상민이를 만났다.
『니네들 왜 여기 왔니?』
상민이가 반가와했다.
『넌 왜 시장에 왔어?』
칠성이가 물었다.
『나, 지금 서커스 구경 가는 길이야』
상민이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서커스 야 신나다!』
서커스 구경 가는 본인보다 칠성이가 더 좋아 날뛴다.
『니네도 같이 가!』
상민이도 혼자 가기는 그리 좋은 것은 아니었다.
『우리도 함께 가도 돼?』
칠성이는 서커스 구경 가고 싶은 생각이 꿀뚝 같다.
『돈 있어?』
형철은 상민이가 과연 돈이 있을까 하는 것이 걱정되었다.
『돈?』
상민이는 큰 소리를 말하고 나서
『돈 같은 건 걱정 마 나만 따라오면 돼』
하고 자신있게 말했다.
형철이와 칠성의 눈이 서로 마주 부딪쳤다.
『가자!』
형철이가 소리쳤다.
『그래!』
세 아이는 신나게 걷기 시작했다.
서커스는 개천가의 공터에서 공연을 하고 있었다. 개천가에 이르자 음악 소리가 풍작풍작 신나게 들려왔다.
세 아이의 마음은 더욱 들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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