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흔하고 많다. 작품도 귀한 것 같으면서도 너무 많이 깔려 있다. 그래서 세상은 작품을 상품으로 착각하기 일쑤이고 작가는 현실의 터무니없는 도전에 고생을 팔자로 해야만 한다.
인간이 미를 추구하는 것이 본질적인 속성이라면 미를 창조하려는 사람들은 좀 더 순수하게 받아들여져야 할 것이고 그런 풍사에서만이 예술은 고향을 만난 듯 꽃이 필 텐데 미를 향한 노작 앞에 속적 장애가 닥치는 것은 원죄하의 인간 사회상을 단적으로 말해 주는 것이 아닐까?
한마디로 예술 즉 예술가의 인격은 고뇌와 희망이 뒤범벅이 된 인간의 현실을 조화시켜서 인간이 자신의 복잡한 모습을 돌이켜보면서도 발전적인 사안을 가능케 해주는 모형적인 것이라야 한다. 무능력한 집념과 생활 위주의 소위 예술가가 량산되는 바람에 진지한 예술가의 人生은 아직도 누명을 쓰고 살아야 하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가느다란 집념의 불빛이 붓을 잡을 곳을 찾게 되었다. 국전 당선의 관록도 대수롭지 않게 팽개칠 수 있는 젊은 힘이 약동하는 듯해서 무감각한 표정에서도 움직임을 읽을 수 있었다. 28세의 약관으로 이토록 심한 현실 부정력과 강렬한 현실 수용력을 조화시켜 나가는 그의 작품이 가증스럽도록 안타깝고 흐뭇하다. 소산은 정통적인 동양화법에 현대 감각을 주입 목자적인 화풍을 구사하고 있다. 특히 그의 작품의 대담한 구원, 선의 율동은 황무지와 같은 동양화단에 새로운 긍지를 개척했다.
젊음을 과시하듯 단조로운 착상을 표현하기 위한 무지하리 만큼 일방적인 자기 투여는 작가로서의 대성할 안지를 잡은 것 같다.
작품을 섣불리 내보이기 싫어하는 그의 성품 때문에 대중이 소산의 예술을 접할 기회가 심히 적었었고 지인들은 이것을 불평했지만 이달 20일경 대구 가톨릭 문화관에서 소품전을 갖는다는 소식이 들리니 모처럼 다행하고 시원스런 정서의 장이 되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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