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렸을 때 일이다.
추운 겨울날 산에는 눈이 덮이고 날씨가 매우 쌀쌀한데도 흰 옷을 입은 남녀가 산길을 올라가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어떤 묘지 앞에 다다르자 모두 눈 위에 꿇어 절을 하고 곡을 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 알고 보니 그날은 그 묘에 묻힌 사람의 기일이었다. 그래서 그 자손들이 선친의 죽음을 애석히 여겨 묘지에 참배하고 생전에 그를 기억하느라고 묘를 찾아온 것이다. 아름다운 일이요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그런데 교회법규 제2규에 명하신 것은 정한 날에 단식재와 금육재를 지키는 것이다. 단식재와 금육재의 유래는 그리스도 구세주의 죽음을 기억하기 위해 교회에서 모든 신자에게 그날만은 우리 육체가 즐겨 요구하는 고기와 육수 같은 맛 좋은 것을 먹지 말고 또 스스로 단식함으로써 그 희생을 주께 바치자는 것이다.
단식재를 지키는 방법은 원래 아침은 먹지 않고 점심은 평상시와 같이 먹고 저녁은 평소의 반만 먹고 요기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신을 극기하고 구세주께 우리 구원의 길을 열어 주신 데 대해 감사하는 것이다. 금육재는 육찬과 육수를 먹지 않고 물고기와 우유 계란 등은 먹어도 무방하다. 그리고 볶음밥 같이 기름으로 만든 음식은 먹어도 좋다. 옛날에는 일 년에 단식재가 여러 번이 있었으나 지금은 1년에 두 번 즉 사순절 시기가 시작되는 수요일과 부활 전 금요일 즉 그리스도께서 돌아가신 날 두 번이다.
단식재를 지키는 나이는 21세부터 만 60세까지이고 21세 전이나 60세 이후면 이 법규에 저촉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금육재는 7세부터 죽을 때까지 지켜야 한다. 그리고 사순절(40일) 기간에는 금요일에 금육재를 지켜야 한다. 그러나 금육재는 집에서 밥을 먹을 경우에만 해당되고 식당이나 외식할 때에는 해당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단식재나 금육재를 지키지 못할 경우에는 반드시 본당 주임신부에게 허락을 받아야 한다. 가령 꼭 취식이 필요한 병자나 중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노동자들은 허가를 얻어 이 법규에서 면제될 수 있다. 이 법규의 정신은 어디까지나 극기와 희생으로 그리스도께 우리의 정성을 나타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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