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커스단의 천막 안에서는 풍작풍작 즐겁게 음악 소리가 흘러나왔다. 아이들은 가슴이 마구 뛰었다.
『니네들 여기 있어!』
하고 상민이는 입장권을 받는 입구로 뛰어갔다. 그 앞에서 상민이는 이리저리 기웃거렸다. 사람을 찾는 모양이다.
형철이와 칠성은 천막 정면에 달려 있는 그림을 고개를 뒤로 제끼고 쳐다본다. 줄 위에서 외바퀴 자전거 타기, 공중을 날으는 소녀…모두가 신나는 것들이다. 빨리 들어가 보고 싶다.
『상민아 표 안 사아?』
형철은 입구에서 누군가를 찾는 상민에게 소리쳤다.
상민은 형철이 쪽을 바라보며
『좀 기다려!』
하고 소리쳤다.
왜 없을까? 그 아저씨가 안 나오면 나는 무슨 꼴이 되느냐 말야, 우쭐대며 아이들까지 데리고 왔는데…
이렇게 상민이는 불안했다.
그때 밤색깔 엷은 잠바를 입은 서커스단의 아저씨가 안에서 입구로 나왔다.
상민이는「지옥에서 부처님을 만난 것처럼 반갑다」 는 속담처럼 아저씨가 정말로 반가왔다.
상민이는 웃는 얼굴로 아저씨 앞으로 다가갔다.
『응, 너 왔니』
하며 잠바 아저씨는 웃었다.
그러한 것을 좀 떨어진 곳에서 바라보고 있는 형철이와 칠성은 상민이가 어떻게 해서 서커스단의 아저씨를 알고 있을까 하고 생각했다. 두 아이는 상민이가 부러웠다.
『아저씨 제 친구도 함께 들어가게 해 주셔요』
하고 상민이는 사정을 했다.
『네 친구도…』
아저씨는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그래 좋아!』
시원스럽게 말했다.
『아저씨 감사해요』
칠성은 절을 꾸뻑 하고는
『이리 와라!』
상민은 웃으며 손짓을 했다.
『그래!』
두 아이는 입구 쪽으로 뛰어갔다.
『나 따라 들어오면 돼!』
상민은 우쭐대며 앞장을 섰다.
형철이와 칠성은 상민의 뒤를 따라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요란스러운 박수 소리가 터졌다.
공중에서의 줄타기가 막 끝난 것이다.
세 아이는 맨 앞자리에 앉았다.
모두가 재미있었다. 손바닥이 아프도록 박수를 쳤다.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다 영호네를 도우려고 가게에 왔던 일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서커스는 남녀가 공중에서 그네를 타며 또 공중을 날으는 것으로 낮공연은 끝났다.
사람들이 우루루 일어섰다. 세 아이는 더 앉아 있으려고 해도 있을 수 없게 되었다.
『야, 재밌다』
하고 할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람들의 물결에 밀리다시피 밖으로 나왔다.
『상민아 너 아까 아저씨 어떻게 아니?』
하고, 형철이가 물었다.
『누구?』
상민이가 의아스럽게 물었다.
『서커스단 아저씨 말야』
『그 아저씨…』
하고, 상민이는 말을 맺지 않았다.
형철은 아까부터 상민이가 서커스단에 있는 아저씨를 어떤 관계로 해서 알고 있는지가 궁금했던 것이다.
상민이는 처음에는 우물쭈물했다. 다시 형철이가 묻는 바람에 사실을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상민이가 형철이와 칠성이까지 공짜로 서커스 구경을 시켜 줄 수 있었던 비밀은 알고 보면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상민이는 하도 서커스 구경이 하고 싶어 공연이 시작된 첫날부터 오늘까지 이미 세 번이나 서커스단 깃발을 맨고 거리를 돌아다녔던 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그만 웃지 못할 사고까지 생겼던 것이다.
큰길을 다 돌고 뒷길로 서커스단이 있는 개천가로 한참 나가고 있는데 상민이는 저 앞에서 교장선생님이 이쪽으로 걸어오는 것을 발견했다.
가슴에서 쿵하고 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 그와 동시에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상민은 속으로 교장선생님은 자기를 알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얼굴을 옆으로 돌리고 걸었다.
공교롭게도 교장선생님이 상민의 옆을 지나치려고 할 그때, 상민은 돌을 걷어차고 깃발을 어깨에 맨 채로 길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조심해라!』
하고 교장선생님은 지나갔다.
밤색 잠바의 서커스단 아저씨가 뒤에서 뛰어와서 상민이를 일으켜 세웠다.
『어디 다친 데 없니?』
하며 아저씨는 옷의 먼지를 털어 주었다. 다행히 다친 데는 없었다.
이러한 상민의 이야기에 형철이와 칠성은 어두워지는 길에서 배를 쥐고 웃었다.
형철의 이야기를 듣고 모두가 유쾌하게 한바탕 웃었다. 가게 앞을 지나가던 사람들이 가게 안을 바라보며 갔다.
영호네 가게가 거의 정리되는 것을 보고 형일의 아버지는 형철이와 칠성이만을 데리고 집으로 갔다. 있어 보았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형일의 아버지가 돌아간 후 영호 어머니는 우동을 시켜 왔다.
『자, 오늘 수고가 많았다. 배 고플 텐데 어서들 먹어라!』
하고 전했다.
형일이 경수, 영호는 빈 사과 상자 위에 우동 그릇을 올려 놓고 먹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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