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충무시에서 배를 타고 약 2시간을 가면 사량도에 이른다. 행정적으로는 통영군 사량면이며 흔히 부르는 사랑섬이라 한다. 사량면은 2개의 유인도와 4개의 작은 무인도로 이루어 졌다. 2개의 유인도는 마주보고 가까이 있는 2개의 섬으로 하나는 상도요 하나는 하도라고도 한다.
상도는 동서로 길고 중간이 북으로 휘어져 있고 우묵한 곡으로 하도가 남북으로 길게 뻗쳐있어 하도는 숫놈같고 상도는 암놈처럼 생겼다.
두 섬이 마주보는 이러한 모습이 마치 사랑하는 사이를 보여주는듯 하기에 사랑섬이라하고 또 이곳에는 뱀이 많아 사량도라고도 한다고 한다.
상도의 중간에 준엄한 봉우리들이 동서로 줄을 지어 있는데 하나는 옥녀봉이고 하나는 가마봉이고 하나는 삼각봉이고 하나는 월암봉이고 하나는 촛봉이고 하나는 평암봉이다. 이렇게 동에서 서로 열을 지어 있으며 제일 동쪽의 것이 309m로 둘째로 높고 다음의 가마봉이 398m로 가장 높다.
가마봉은 모양이 가마처럼 생겨서 가마봉이지만 옥녀봉은 기막힌 전설이 얽혀있는 봉이다. 이야기인즉 이러하다.
옛날 옛적에 아버지와 딸이 이 섬에서 살고있었다 한다. 홀아비로 오래 살아온 아버지가 하루는 숙성한 딸을 보고 욕심이 나서 딸에게 말을 건넸다. 이야기를 들은 딸은 하나밖에 없는 아버님의 소원을 거절할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버지의 말을 들을수도 없는 기막힌 처지에 놓이게 됐었다. 생각다 못해 이 처녀는 아버지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하고 그 대신 아버지에게 한가지 부탁을 하였다.
부탁인즉 자기가 미리 봉우리 위에 올라가 있을 터이니 아버지는 손을 땅에다 대고 소와 같이 기어올라오되 엄매 소리를 내면서 올라오라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딸을 따라 딸의 말대로 기어올랐다. 봉우리에 이르자 아버지가 올라오는 것을 보고 딸은 뒷쪽의 절벽에 몸을 던졌다.
그래서 이 처녀는 죽고 말았으며 지금도 북쪽의 절벽밑의 바위는 처녀의 피로 물들어 바위들이 붉다고 한다.
언제부터 이러한 전설이 생겼는지 몰라도 이러한 옥녀봉 전설은 한국에 몇곳에 있다. 특히 사랑섬 사람들은 이것을 자랑삼아 이야기하고 처녀가 목숨보다 정조를 중히 여겼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러한 전설이 살아있다는 것은 이야기가 전해져서 살아있는 것이 아니라 이곳 주민들은 남녀가 혼례를 올릴 때 소례만 치르고 대례는 치르지 않는다.
이것은 이러한 내용이다.
즉 우리나라 전통적인 혼례 이른바 구식결혼에는 소례와 대례가 있다. 신랑이 신부집에 가서 행례를 함에 처음 올리는 것이 전안지례(奠雁之禮)라 하여 신랑이 나무로 만든 오리를 상위에 놓고 북향사배하면 신부 어머니나 신부집에서 복많은 사람이 오리를 치마에 싸가지고 가서 신부가 앉아있는 안방에 던진다.
이것이 소례이며 소례가 끝나면 큰상앞에 신랑이 서고 신부가 곱게 단장하고 광목위로 걸어와 신랑과 마주보고 선다. 그리고 신부 사배 신랑이 배의절을 교환하고 술을 따라 교환하는 교배지례와 합근지례(合근之禮)를 행하니 이를 대례라 한다. 사랑도 사람들은 혼례시 소례만을 올리고 대례를 올리겠느냐 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농촌이고 어촌이고 아이를 낳게하여 달라는 기자를 많이 한다.
특히 아들이 없으면 부녀자들은 아무도 모르게 산에 가서 바위나 고목이나 샘터를 찾아가 물을 깨끗이하고 치성을 드려 아이를 태워달라고 소원을 발원한다. 사랑섬이 용장한 옥녀봉 등은 그 모습으로 보아 기자하기에 적절한 산이지만 이곳에서는 절대 기자하는 법이 없다고 한다. 그것은 처녀 옥녀에게 기자를 할수없다는 이유에서이다.
이렇게 옥녀봉의 전설은 사랑도 사람들의 머리속에 있고 행동을 정하여 주고 있다.
이것은 대표적인 이야기지만 사소한 일에도 옥녀는 이곳 주민들과 더불어 행동의 규범이 되어주고 있다.
교만하지 않고 하나의 성스러운 착한 처녀 아릿다운 처녀 높이 우러러 옥녀라 이름 짓고 그것에 자기행동을 맞추는 소박한 섬사람들 그들에게 깨끗한 옥녀는 영원토록 보살핌을 게을리하지 않을것을 믿어 마지 않는다.
수평선으로 사라지는 옥녀봉의 마지막 모습을 한순간이라도 더 보느라 발돋움을 하고 갸우뚱거리는 사람을 무정한 똑딱선은 마냥 파도만 헤쳐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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