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련과 중공 등 공산권국가들이 개방정책을 실시, 문호를 개방하고 있는 가운데 전쟁이후 폐쇄 정책으로 일관해온 베트남에서도 경제난 타개 위한 자구책의 일환으로 개방정책의 물결이 일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종교의 자유도 인정되고 가톨릭교회의 종교활동도 허용되고 있다. 이에 서방언론에 비춰진 베트남교회의 모습과 국가의 재건을 위해 애쓰고 있는 가톨릭교회의 활동상을 서독 스파이어교구 신문의 내용을 인용, 소개한다.
<편집자주>
베트남에 종교의 자유가 조금씩 신장됨에 따라 국가경제재건을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
베트남은 1954년 북쪽 월맹에서 외국과 싸우고、1975년 월남과의 전쟁에서 공산주의-사회주의적 세력이 단계적으로 승리함으로써 이 나라에 통일을 가져오게 되었다.
한 작은 다윗이 여럿의 큰 골리앗을 이긴 것이다. 그 후로 베트남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중의 하나로 전락하고 말았다. 베트남의 사회주의 정부는 경제적 존립을 위해 애써 왔지만 지금까지 거의 성공하지 못했다. 소위 「보트 피플」이 그들이 바라는 대로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목숨을 걸고 조국에서 탈출하고 있는 사실들이 이를 증명해 주고 있다.
소련이나 중국ㆍ헝가리ㆍ폴란드와 같은 다른 사회주의 국가들이 취한 개혁과 개방정책의 본보기에 따라서 이제 베트남에도 개혁의 물결이 일게 되었다.
개방물결 만연
지금까지 정부가 취해오던 전체주의적 계획이나, 인민에 대한 굴욕적이 강제적 조치들이 어느 정도 느슨해진 것으로 보인다.
인민 각자의 더 큰 자기책임이 강조되고 이것이 경제적충동과 연결되어 경제활동에 자극을 주게 된 것이다.
이제 인민들은 국가를 위해서 뿐만 아니라 자기 개인을 위해서도 힘든 노동을 해볼만한 것으로 비쳐지도록 애쓰고 있다.
그 사이에 경제적으로 성공한 사례도 더러 있다. 1988년에는 한 달에 2백%나 치솟던 인플레를 1989년 4월과 5월에는 3.5%까지 잡을 수 있었다. 또 암시장의 달러 시세도 내리고 금값도 안정되었다.
시장에는 상품들의 진열이 다시 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감히 터놓고 자기들의 불만이나 불평을 말할 수도 있게 되었다. 이제 인민들은 숨을 쉬게 되었다.
베트남의 가톨릭교회도 좀더 자유를 느끼고 있다. 물론 항시 미사를 거행하고 성사를 집행할 수 있지만 아직도 부분적으로는 많은 제약과 감시를 감수해야한다.
과거 몇 년 동안 베트남의 가톨릭교회는 식민주의 세력과 긴밀한 관련을 맺고 있다고 비난을 받아왔다. 또 월남정부의 가톨릭신자 고딘 디엠과 구엔 반 티우 대통령 시절 가톨릭교회에 특별한 혜택을 베풀어준 사실도 부인할 수 없다. 교회는 당시「부자」라는 인상을 주어왔다.
그러나 사실 교회가 가진 재산이라고는 성당을 학교 병원 고아원 유치원 장애자센터 그리고 약간의 땅과 몇 개의 사업체들이 전부였다. 이것을 갖고 경제적으로 부자라고 규정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세계 어디서나 공산주의 정부가 들어서 있는 곳에는 특히 가톨릭교회에 대해서 온건하게 대해주는 곳이 없다. 베트남의 가톨릭교회는 1954년 월맹에서 그리고 1975년 월남에서 소위교회의 모든 재산을 잃게 되었다. 일부는 헌납의 형식으로 또 일부는 몰수를 당한 것이다. 그후 교회는 정말 거지처럼-베트남 인민들과 똑같이-가난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톨릭신자들은 애국자로 혹은 믿을 수 없는 인민으로 인식되고 있다.
주교들 특히 「호지명」시라 불리는 사이공의 구엔 반 빈 대주교는 성직자ㆍ수도자ㆍ평신도들에게 국가의 재건을 위해 능동적으로 기여하도록 자기 교구의 「새 경제 구역」안에서 노동의 봉사를 하기도 했다.
베트남의 가톨릭주교회의는 설립된 지 얼마 안 된 1980년 5월 1일 처음으로 공동 사목교서를 발표하고 모든 신자들에게『베트남 인민들의 한가운데、우리가 사는 그 환경 안에서 그리스도의 교회』가 되도록 권유했다.『우리의 조국은 우리가 하느님백성의 시민이요 지체로서 공동선에 헌신할 수 있도록、하느님께서 우리에게 그곳에 살도록 불러주신 활동영역』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교황 요한바오로 2세께서도 아시아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1981년 2월 마닐라를 방문하시면서 이 견해를 강조하셨다. 『진정한 그리스도교 신자는 역시 진정 훌륭한 국민』이라는 것을 확인해 주셨다.
이러한 그리스도교적 정신에 충실하면서 베트남의 사제와 수도자들은 인민대중을 위해 영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그들 나름의 공헌을 하고 있다. 신자들은 애긍을 통해서 불우한 이웃을 도와주고、수녀회의 협의체는 자기들의 생활을 꾸려나가고 병약한 노인 수녀들의 생활을 도와주기위해 작은 규모의 장사도 하고 있다.
수녀들은 정부가 세운 자선사업체들의 장애자들도 돌봐주고 있다. 그들도 다른 사람들처럼 같은 인민이다. 그러나 그들의 노동을 그리스도교적 정신인 하느님과 이웃사랑의 증언으로 수행하고 있다.
이 산 증언은 이미 열매들을 맺고 있다. 베트남의 가톨릭교회는 성장하고 있다.
매년 수많은 성이 영세자들을 배출하고 있다. 미사 때 성당은 신자들도 메워지고 어떤 성당에서는 성당이 너무 비좁아서 신자들이 제대 앞까지 나와서 미사를 드리고 있다.
이것은 베트남사람들이 얼마나 큰 종교적 갈망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베트남정부는 1977년에 만든 종교훈령을 통해 모든 공식적인 종교활동을 감독하고 있다. 이 훈령은 종교활동을 대단히 제한하고 있으며 특히 종교교육ㆍ사제서품ㆍ인사발령ㆍ여행ㆍ접촉 등에 제재를 가하고 있다. 거의 모든 종교활동은 인민위원회와 정부당국의 허가를 받도록 되어있다.
종교활동 허용
그러나 최근에는 비록 지역적으로 다소 차이가 있긴 해도 이런 허가를 전보다 더 너그럽게 발부해 주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 4개의 신학교가 다시 문을 열수 있었고 내년에도 2개의 신학교 설립인가를 받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보인다고 한다.
이미 몇 명의 신학생을 사제로 서품했으며 1988년 말에는 북쪽 어느 교구에서 한 사제를 주교로 서품할 수 있었다. 이 새 주교는 사제가 되는데 15년이나 기다려야 했었다. 그동안 그는 온갖 고초를 겪었으며 의류공장과 곡식농장에서 일을 해야 했다. 그동안 세뇌교육을 위해 수용소에 감금되어 있던 7천명의 인사들이 1987년 9월에 엠네스티를 통해 풀려난바 있으며 그 가운데 옛날 군종신부들도 함께 석방되었다. 1988년 11월에는 드디어 지난 1975년 이래 수감되어있던 호지명시의 구엔 반 투안(방지거 사베리오) 보좌주교가 석방되었다. 그 후 그는 오스트레일리아에 사는 친척도 방문하고 로마에 여행도 할 수 있게 됐다.
성당증축 가능
가톨릭교회는 이제 당국의 허가를 받으면 성당을 수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증축할 수도 있게 되었다. 그 한 예로 다낭의 주교좌성당이 증축 되었다.
외국의 교회대표들이 이제는 베트남주교를 방문하여 정부의「수호천사」의 감시 없이 서로 얘기를 나눌 수 있다. 금년 정월에 미국에서 대주교 한 분과 몬시뇰 그리고 평신도 대표 3명이 베트남정부 초청으로 하노이를 방문했고、그들은 베트남 주교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기도 했다. 서독의 미세레올과 카리타스와 같은 자선기관들의 원조도 계속 바람직할 뿐만 아니라 인정을 받게 되었다.
금년 7월초 불란서의 로저 에트세가레 추기경과 함께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와 「꼬르우눔」의 회장이 교황청 추기경으로서는 처음으로 베트남 인민공화국을 방문했다. 그의 방문목적은 교회내구 문제를 협의하는 일、예컨대 후에 교구의 필립 구엔 킴 디엔 대주교의 죽음으로 교구장이 없는 이 교구를 지금까지 하노이교구의 트린 반 칸 추기경이 임시로 관리하고 있어서 교구장선출문제를 협의하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베트남정부와 교회의 관계개선을 협의하기 위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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