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주교회는 1831년에 조선교구로 설정되었으나、정식 교계제도로 승격되어 포교지 교계제도인 대목구에서 벗어나 독립된 하나의 지역교회로서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1962년의 일이다.
이때 한국내 11개 교구는 모두 정식교구로 승격되어、우리 한반도에 천주교회가 전래된 이래 수많은 순교자들의 값진 희생으로 지켜지고 이어온 신앙의 유산은 비로소 세계교회로부터 인정된 지역교회로서의 면모를 자랑하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을 굳이 강조하는 이유는 1962년의 교계제도 설정을 계기로 한국천주교회가 고유한 지역교회의 특성을 드러내면서 세계교회와 은총아래 자발적으로 구원의 소식을 한민족에게 전하는 민족복음화의 역사적 소명을 더욱 깊이 자각하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리하여 한국교회는 세계교회의 단일성을 보존하면서、고유의 규율과 전례의식 그리고 고유의 신학적 내지영적 전통을 향유함으로써 교회의 보편성을 한층 더 빛내는 몫을 담당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한국교회는 현대세계의 보편적 상황에서 야기되는 문제와 한국적인 특수한 환경에서 발생되는 문제들에 대해서 보다 명백한 책임을 자각하면서 이에 대해 복음의 빛으로 해명해주고、그리스도께서 불러 모으신 하느님 백성을 보호하며、그리스도께로 초대된 모든 사람들에게 신아의 빛으로 복음을 전파하는 뚜렷한 사명을 짊어지게 된 것이다. 그것이 바로 민족복음화의 역사적 과제이다.
이제 한국교회는 민족복음화라는 본궤도 위에서 민족공동체를 위하여 또한 민족공동선의 촉진과 함께 민족구성원 모두의 자기완성 및 구원을 위해 이미 2천 년 전에 스스로 수난하시고 죽으셨다가 부활하심으로써 종말론적 희망을 주신 예수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라 살며、그 구원의 뜻을 증거 해야만 하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교회는「일치의 성사」답게 민족분단의 현실에 주목하여 분단의 상처를 치유하고、갈라진 「한마음 한몸」으로 만드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즉 오늘의 한국교회는 서로 다른 이념과 체제에 의해 갈라진 형제를 화해시키고、분단에 의해 이질화된 삶의 구조 속에서 형제적 삶의 본질을 회복시켜야할 역사적 짐을 걸머진 것이며 또한 동족상잔의 비극으로부터 이산가족의 상봉에까지 이르는 애증의 십자로에서 그자신의 모습을 순간순간 새롭게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되는 복음적 구원의 참된 의미를 대변해야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다름 아닌 선교3세기의 민족복음화 과제인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볼 때 민족복음화의 과제는 분단의 특수성에서 제기되는 구원의 보편성 실현을 의미하며、나아가 분단사의 극복과 맞닿아있는 복음적구원의 메시지를 구현해 나가는 역사적 민족적 책임으로 구체화 되어야한다.
또 1984년 한국천주교회 창설 2백주년을 기점으로 선교 3세기에 진입한 한국교회가 교회사적으로뿐 아니라 민족사적 차원에서도 새로운 지평을 열어 나가게 되었다고 할 때、특히 한국교회는 분단 구조하에서의 존재양식에 대한 엄밀한 반성을 통해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실현시키는 구원의 성사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한국교회는 민족복음화를 위해 무엇을 하여야 하는가? 또한 평화적 민족통일과 남북교회의 재일치를 위해 한국교회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첫째 교회는 해방과 분단에 있어서의 존재양식에 대한 반성을 통해 분단에 대한 죄책과 민족공동체적 회심 즉 참회의 정신을 드러냄으로써 남북한 민족사회가 저마다 집단적 이기주의를 극복하고 민족화해의 길로 들어서야 함을 증거 해야만 한다.
둘째 남북한 사회가 서로 분단구조하의 「역사성」을 상호수용하는 진솔한 자세를 갖춤으로써 신뢰회복을 위한 대화의 가능성을 넓혀나가는 한편 남북한 정책당국이 모두 서로의 실체를 인정하는 바탕위에 상호접근을 이루어나가도록 부단히 촉구해야할 것이다.
셋째 교회는 민족화해에 관한 복음적 원리를 해명함과 아울러 민족사회의 일치를 도모하게 하는 실천적 지표를 천명하여、평화적 민족통일에 관한 복음적 청사진을 제시하고 이를 구현해 나가는 실천적인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한다. 특히 교회는 통일노력에의 접근이 분열 주의적 사고에 의해 저해되지 않아야 함을 분명히 함으로써 민족공동체적 접근이 견지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넷째 교회는 북한교회와의 재일치를 위하여 교회스스로 북한사회를 민족공동체의 한 부분으로 인식하는 바탕위에 북한교회의 재흥을 도모해 나가야 한다. 한국교회는 1950년 이후 목자 없이 평신도로 이어져온 북한교회의 존재양식을 확인함과 아울러 지난 88년6월에 출범한「조선천주교인협회」가 북한교회 발전의 모체가 될 수 있도록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보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같은 의미에서 한국교회는 보편교회에 소한 한국교회의 위상과 북한 교구의 위치를 이해시키고、참다운 종교의 자유를 위해서는 신앙의 자유와 함께 선교의 자임을 인식시킴으로써 남북한교회의 재일치를 가능하게 하기 위한 북한선교의 진로를 끊임없이 개척해 나가야만 할 것이다.
결국 이상의 내용을 종합하여 보면 선교 3세기를 열어나가는 한국교회의 민족복음화 노력은 더 이상의 민족분열을 방지하고、분단체제의 고착이 교회의 분단으로 까지 고정되는 위험성을 극복하여 민족공동체 전체의 화해와 일치를 도모해 나가는 역사적 과제로 집약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그 노력의 현실적인 의미구조가 무엇인가를 해명하기 위하여 다음에 이어지는 사회과학적 접근으로 관심을 옮겨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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