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사회문제와 그 해결책」이라는 제목으로 우삔 추기경이 강연한 것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모든 인간들에게는 날때부터 침범할 수 없는 자유와 권리가 있다. 교황님께서도 여러번 같은 말씀을 하셨으나 불행히도 이것은 가끔 이론에 그칠뿐이고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아시아 각국의 실태를 연구해 보면 국민들을 농민과 도회지 대중과「엘리트」이렇게 세가지층으로 나눌 수 있는 것 같다.
농민은 아시아 전 인구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그 생활 수준은 제일 뒤떨어지는 실정이다.
각국의 농산물 가격을 보면 농민들이 간신히 생명을 유지할 정도밖에 되지 못한다. 농협이나 그 밖의 것이 있다고는 하지만 농민들을 대변할수 있는 것이 못된다. 농민들은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지 못한다. 제 권리를 부르짖을수 있는 뒷받침이 없는 것이다. 그 때문인지 아시아 각국 청년들은 도회지로 진출하고 있다. 농촌에 있어봐야 장래성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다음 도회지 대중을 살펴보자. 그네들의 대부분은 농촌 출신들이다.
전통적인 가정 테두리를 벗어나서 살기위해 대도시에 밀려드는 사람들이다. 큰 도시에서는 직업을 안내해주는 사람도 없고 기술을 치열한 경쟁속에서 살아가게 된다. 대부분의 경우 닥치는 대로 일할뿐이다. 기업체가 적으면 적을수록 노동조건은 나쁘다. 임금은 적은데 노동시간은 많고 노총이 있기는 하지만 여러가지 보장도 맡아 해주지 못한다.
대도시마다 몇십층을 다루는 큰건물과는 대조적으로 판잣집들이 있다.
그 다음은 소위「엘리트」이다. 「엘리트」란 돈 있고 힘 있고 정치를 하는 소수를 말한다.
이것이 민주주의라고 한다. 그러나 그것이 소수의 민주주의 즉 몇명이 만들어 놓은 몇명만을 위한 민주주의가 아니냐 하는 것이 문제이다. 이것이 현 실정이라면 교회가 가만이 있어서야 되겠는가? 교회가「어머니와 교사」라면 무력하고 말하지 못하는 농민들이나 노동자들의 대변인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교회의 사명은 참된 민주주의, 말하자면 모든 사람들이 제 인권을 찾고 사람답게 살수 있는 뒷받침을 해주는데 있지 않겠는가? 교회에서는 두가지를 강조해야 할것이다. 그 하나는 자립 자활의 정신인것 같다. 어려운 사회문제를 누가 다른데서 부터 해결해줄 것을 기다릴 것이 아니다. 교회의 근본적인 정실에 의하면 각자는 자기의 갈 길을, 영원한 생명에로 가는 길까지도 개척해야 할것이다. 또 한가지는 협동정신, 협력정신을 강조하는 것이다. 교회에서는 노동조합, 신용조합, 협동조합, 개발협회 등을 적극적으로 장려해야 할것이라고 본다. 우리가 다 형제들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현시대에 와서는 아시아의 대중들이 교회에 요구하고 있으며 또 이를 실천에 옮겨야만 되는 것이 교회의 사명이라고 본다.
우삔 추기경의 강연내용은 위와같은 것이었다. 분과위원회에서 이것을 좀 더 깊이 연구했다. 이 사회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진 주교들의 수효가 많았기 때문에 분과위원회를 둘로 나누어 토론을 벌였다. 우선 이런 사회문제에 대해서 연구하는 그 자체가 문제이다. 즉 그 여러가지 사회문제는 신앙생활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흑자는 신앙이라는 것이 마음을 하느님께 향하는 것이라고 한다. 또 교회의 사명은 사후(死後) 행복을 목적으로 삼아 마음의 양식을 제공하며 여러 성사를 집행하는데 있지 않느냐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것도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러나 그것이 신앙생활의 전부라고 말할수는 없다. 그리스도께서 어떻게 살으셨는가를 가만이 보면 한편 기도를 하며 교리를 가르치시며 제자들을 지도하셨지만 또 한편으로는 아무런 조건도 없는 사람을 베풀어 주셨음을 볼수 있다. 아무런 뒷생각없이 어려운 이들, 병자들, 사회적으로 뒤떨어진 이들을 위해, 당신 자신의 말씀을 빌어 말한다면「봉사」하셨다. 그리스도의 사업을 계속하는 교회서나 각 신자의 마음에서나 이 두가지 면이 있어야 되지 않느냐 하는 것이다. 하나는 하느님을 향한 일면이며 하나는 이웃을 향한 일면이다.
교회 역사를 보면 교회에서 봉사를 해야하겠다고 해서 학교를 짓고 병원을 세운다든가 여러모로 아이들이나 환자 노인들을 불쌍히 여기고 도와주었다. 그러나 사회가 변하고 있다. 이것으로 교회의 사명을 완수할수 있느냐 하는 것이 문제가 된것이다. 요즘 와서는 색다른 방법, 시대에 맞는 방법을 선택해야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대중에게 자립정신을 가지게 하고 협동정신을 가지게 하는 것이 교회의 새로운 사명인것 같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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