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습니다. 감사합니다. 수녀님』
『내가 오히려 신부님께 감사를 드려야지요. 앞으로도 이런 경우를 위해선 언제나 신부님을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스잔느에게 일거리를 찾아주는 것은 책임질 수 있겠는데 묵을 집이 문제라』
『스잔느는 계속해서 우리 집에 머물러 있어도 됩니다. 스잔느도 그것을 원하고 우리도 원합니다.』
『좋습니다! 그럼 함께 앙리와 쟈꼬를 만나러 갑시다. 』
가는 도중 피에르는 잠시 주저했으나 역시 묻지 않을수 없었다.
『제랄은 어떻게 됐습니까?』
『르봐쐬르 신부님은 이젠 본당에 있지 않습니다. 』
『전 그후로는 못만났습니다. 』
『나도 알아요. 본당 신부님이 그분께 한달동안 여기서 오지 않겠다는 약속을 시켰습니다. 약속을 했지요. 한달동안 열심히 본당일을 하고 나서 르봐쐬르신 부는 본당을 떠나길 원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지난주였어요.』
『지금은 어디 있습니까?』 피에르는 낮은 소리로 물었다.
『모르겠어요. 그것이 본당 신부님의 상심거리지요. 그래서 거기 대한 얘기를 우리는 일체 하지 않습니다. 본당 신부님을 나쁘게 생각하고 계시지요?』
『제가 본당 신부님을? 잘못 알고 계십니다. 수녀님 그때의 우리 대화를 한마디 한마디 후에 생각해 보았습니다. 본당 신부님 말씀은 전적으로 옳아요. 그리고 저의 말도 옳았지요. 이것이 지상(地上)의 비극입니다. 제각기 다 옳은 것이. 다만 제 생각에는 본당 신부님은「싸니」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다만 어떻게 그분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물러나게 할 수 있는지? 』
『신부님은 모든 것을 알고 있군요. 그러니가 그 젊은 나이에 머리가 세는 것도 무리가 아니겠어요』
피에르는 스잔느를 골목길 친구들에게 소개했다.
『일자리를 마련해줘야겠는데… 좋은 처녀야』
모자를 제껴쓴 아호메드가 방에서 나오더니 스잔느 주위를 돌기 시작했다. 피에르는 그의 팔을 잡아끌었다.
『이리 잠깐 오게』
조금 멀리 떨어지자 피에르가 못을 박았다.
『저 아가씨 말이야, 네가 만일 그의 머리카락 하나라도 다치는 날에는 우리들이 네 방에서 대결하는거다. 네가『이제 그만』할때까지 두들겨줄테니까 그런줄 알아! 』
『난 그런건 싫은 사람인데』
『나도 그런건 싫지만 못된 놈하고는 별수없이 그렇게라도 하는 거니까 알겠나? 』
『나하고 친하게 지내는게 좋을텐데, 신부! 』
『너 같은 놈은 뒈져. 난 널 위해 기구한다. 알겠어? 널 위해 기구한단 말이야, 그러나 너 같은 놈은 뒈져』
『두고 봐야지.』아랍인은 뒷걸음질치면서 한마디 던졌다.
피에르는 에띠엔느가 스잔느와 얘기하고 있는데로 왔다.
『…시골에? 놓아기르는 짐슴? 정말이예요?』
물론 그녀는 확실히 알고 있다. 어렸을때 본 기억이 나기 때문이에.
『이것봐』
피에르가 끼어들었다.
『봄이 오면 어느 주일을 택해서 시골에 가자. 셋이서-진짜 시골에…에띠엔느. 네 얼굴색이 나쁘구나. 무슨일이 있나? 』
『아무일도 없어요』
어린이는 급히 대답했다.
피에르는 돌아서 앙리에게 말했다.
『일자리 말이 나왔으니 미쉘의 일자리도 찾아야겠는데』
『말 말게! 그저께 또 한 사람을 때려눕혔다네! 』
『뭣 때문에? 』
『나도 잘 모르지만… 마르레느 때문이라던가. 내버려 둬! 』
마드레느 때문이다. 그놈이 마드레느를 「신부의 계집」이라고 불렀겠다.
미셀의 주먹이 날아가자 단번에 그 놈은 길바닥에 쓰러졌다. 후-속이 후련하다. 무직자에다 권투클럽에 갈 돈도 없는데 무료로 연습한 셈이 아닌가. 그놈의 아가리를 닥치게 하는데는 주먹이 묘약이다. 그러나 미쉘 자신은 입이 벌려지는 대로 열고 욕설을 하고 다녔으니 마치 얼굴에 난 부스럼이 긁을수록 퍼지는격이 되었다.
『그래서 한대 탁! 아! 그 놈은 단번에…』
그의 얘기를 듣는 사람들은 양이 모두 나쁘다고 생각했다. 단 한 사람 쟝만은 혼자 열을 올렸다.
『참 잘했다! 그 자식 내 한테도 그런소릴 해봐라 한대 해주지! 』
미쉘은 상대방을 쭉 훑어보았다.
호리호리하고「에펠」탑처럼 뼈만 앙상한 쟝. 툭 튀어나온 복숭아뼈만이 오르락 내리락 한다.
『그럴땐 아무튼 내게 통지를 해주게나!』
미쉘이 한마디 던졌다.
쟝은 이 이야기가 목에 가시처럼 걸렸다. 그는 피에르를 원망하고 마드레느를 원망하고 그리스도를 원망했다.
손가락만 까딱해도 모든 것을 해결해줄수 있을텐데 이대로 내버려두는 그리스도.
『한 말씀만 하소서 마드레느가 저를 사랑하게 될것입니다』
피에르는 어느날 저녁 쟝에게 물었다.
『여보게 자넨 영세하지 않고 뭘 기다리는거야? 』
『아직 안돼』
『그리스도를 사랑하지 않나! 자넨 아직도 선택을 안했나? 』
『그야 했지! 』
『그럼 이렇게 하고 있으면 되나. 내가 얼마나 일이 많은지 알고 있지않아. 날 도와줄 생각은 안하고 오히려 내게 걱정을 시키다니 그럴수가 있나?』
쟝은 아무말 없이 담배를 쥔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눈을 감으며 담배연기를 내뿜었다.
『쟝! 날 똑바로 보게, 그리스도를 믿지 않나? 』
쟝은 손을 거두고 눈을 들었다. 그리고 피에르를 정면으로 쏘아보며 내뺕듯이 내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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