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원주시에서 서남쪽으로 약 15km 떨어진 강원도 원성군 호저면 광격리 영산동에 지금으로부터 약 70년 전에 세워진 공소가 마을어귀에 자리잡고 있다. 원주 학성동본당 관할 영산동공소다.
이곳에 15년째 공소회장을 맡고 있는 이석근(프란치스꼬ㆍ43)씨는 기자가 방문한 뜻을 밝히자 『별 한 일도 없는데 이 먼곳까지…』하며 내미는 손의 감촉으로도 벌써 그가 말없는 실천가임을 느끼게한다. 잘 사는 마을, 화목하는 마을의 기틀을 마련한 지역사회의 기수로, 공소회장으로, 이 마을 3백여호의 정신적 지도자로 존경과 신뢰를 한몸에 받고 있는 이 회장의 인상은 평범하다 못해 실망이 갈 정도로 부드럽다.
이곳 신자수는 32가구에 2백20명을 조금 넘는다. 이 마을은 대대로 마을앞에 펼쳐진 13정보의 논과 비탈진밭을 일구어 살아온 전형적인 빈농이었다. 논은 하늘에서 비가 내리지 않는 한 모를 심지 못하는 천수답이 대부분이었고 관개사업을 떨만한 능력은 커녕 농한기가 오면 술과 노름으로 소일 하는데 낙을 부친 건달들의 난동이 습관처럼 배인 그런 마을이었다.
특히 6ㆍ25사변후 마을은 피폐할대로 피폐해져 마을이 한해 빌어다 먹는 장리쌀이 1백20여 가마에 이르렀다. 이대로 가다간 마을이 들통이 날 지경이었다.
여기서 마을을 다시 일구어 내는데 없었던들 이 마을은 다른 뜻에서 화제의 대상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이 회장은 먼저 30여평의 공소를 개방했다. 마을의 청소년들을 모아 밤이면「사랑방 교육」을 시작했다. 『우리의 행복은 우리 자신이 찾아야 합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습니다. 성실하게 사는 사람에게 하느님은 꼭 보상을 주십니다』형이 아우를 타이르듯 지지한 모습이었다. 『여러분 우리도 다른마을처럼 잘 살 수 있습니다 우리의 농토는 결코 적지 않습니다. 무엇이든 우리처지에 맞는 일이라면 지금도 늦지 않으니 시작합시다.』고 하며 어른들을 찾아다니며 사정했다.
다행히 몇가구가 「송아지계」를 모으는데 참가했다. 3년후 이 돈으로 송아지 두마리를 사게 되었고 65년 원성군 건초심사에서 2위를 차지, 소1마리와 돼지 2마리를 타게 되어 마을의 재산이 조금 늘어났다.
여기서 힘을 얻은 이 회장은 본당 정레오 신부의 도움을 청했다. 『특수작물 재배는 도시와 거리상 전망이 어둡습니다. 축우단지(畜牛團地)로 좋은 여건을 살려야겠습니다.』
정 신부의 중계로 꼴룸바노회에서 30만원을 융자받고 자체자금 15만원으로 비육우(肥肉牛) 7두를 사들였다. 68년일이다. 3개월씩 사육해서 팔았다
그것이 지금은 30두로 불어났다. 다음문제는 식량의 자금의 자급자족이었다.
작년 5월 14일 지하수 개발사업을 독자적으로 시작했다. 밑천은 NCWC에서 지원받은 밀가루2ㆍ5톤이 전부였다.
두개째 우물을 파놓고 남은 두개를 서두를 무렵 밀어닥친 장마가 모두 허사로 만들어 놓았다.
그러나 말을은 이미 이만한 난관쯤은 극복할수 있을 정도로 변해있었다. 자연에 도전하는 눈물어린 역사(役事)가 다시 시작되어 기어이 우물 4개를 완성해냈다.
이어 작년 8월엔「신용조합」을 설립, 상부상조의 길을 제도화하는데 성공했다.
이제 마을은 밝음을 되찾아가고 있고 이들은 5년후엔 모범적인 부촌으로 이루어보자고 다짐이 대단하다.
보이지 않는곳에서 신념과 신앙에 투철한 한사람의 힘은 서서히 마을을 변모시켜 놓은것이다. 『금년에도 변함없이 이 일들을 밀어보겠습니다. 우린 신앙만 강조할것이 아니라 형제들의 육신사정에도 힘을 쏟아야 합니다. 그것이 농촌인 경우 더욱 절실한 얘기가 됩니다.』
시골의 농부지만 그가 할 일은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응변으로 제시하고 있는지 모른다. <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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