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는 믿지만 자넨 안 믿어!』
『아 이것이 여섯달동안의 노고의 댓가로군, 여섯달동안 사랑한…』
피에르는 속으로 생각하며 일그러진 미소를 머금었다.
『왜 난 못믿지, 쟝?』
『자네도 우리처럼 가련한 인간이니까』
『물론이지! 그러니깐 더구나 믿어야지, 만일 그리스도가 우리처럼 가련한 인간으로 태어나지 않았다면…(그는 입을 다물었다. 영광스런 성부(聖父)가 계시긴 하지, 그러나 성부의 사랑에 우리가 끌리기보다는…)』
『그래, 만일 성부만 계셨다면…』
『이봐 그분은 우리 모두의 아버지셔! 자네도 자네 아버질 사랑했지?』
쟝의 얼굴이 갑자기 굳어졌다. 쌀쌀한 눈초리.
『내 친구들보다 덜 사랑했어! 그리스도는 마음으로부터 사랑하지, 내 가장 좋은 친구야. 성부는「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아니아. 하늘에선 이해할 수 없단 말이야』
『자넨 완전히 돌았군! 그분은 어느곳에나 계셔. 우리 두사람 사이에도 앉아 계시고…』
『그리스도는 그렇지만 성부는 안 그래. 자네도 안 그렇구. 피에르』
『내가?』
『자넨 언제든지 떠나고 싶으면 갈수 있지. 자네는 우리를 공장, 또 내 못난꼴에 싫증이 나면 검은 옷을 입고 어느 본당이나 신학교로 가버리면 그만이야. 자넨 공장주의 아들과 똑같아. 실지 견습을 한다고 노동자가 된 것처럼 생각하지만 자기가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지 그만둘수 있다는건 얘기가 달라…』
침묵이 흘렀다. 오랜 침묵이 흘렀다. 쟝은 신부를 바라보았다. 피에르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의 얼굴이 어찌나 빨개졌는지 머리칼이 샛하얘보였다.
『만일 내가 그만 둔다면 지금 바로 이순간이다!』
피에르는 여기 저기 발길질을 하며 방안을 걸었다.
『별별 소리를 다 듣긴했지만… 오멧뜨가 첫영성체를 하려는 순간 『안돼요 난 안 믿어요』하고 달아났고…죠르쥬는 영세가 끝나면 내가 그이상 돌보지 않을것이라고 영세를 거부했고… 여러가지 얘기를 듣긴했어도 자네가 지금 내게 한 말만큼 억울한 것은 처음 들었어, 정말 처음이야!… 어떻게 그런 말을 할수 있나…』
『아! 난 너무 슬퍼, 너무 슬퍼!』
그는 몸을 일으키려하다 다시 주저앉으며 앙상한 두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피에르는 이 뼈만 남은 친구를 얼싸안았다.
『바보, 자넨 또 하나의 진실한 친구를 가졌는데 왜 쫓으려고 하는거야. 믿지 않는다고? 자넨 혼자 외로이 남아 있겠다는거야, 바보!』
쟝은 고개를 들었다. 아직까지 이렇게 다정한 말을 들어본적이 없다.
그는 낮은 소리로 말했다.
『난 불행해. 마드레느를 사랑하는데 마드레느는 날 사랑하지 않아』
『자네만을 특별히 사랑하지 않는다고 그러나. 마드레느는 모든 사람을 사랑하기로 한거야.』
『그런것이 어디있어! 마드레느는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는거야.』
『누굴?』
쟝은 똑바로 그를 응시했다.
『마드레느가 자꾸 닮아가는 그 사람을.』
피에르는 이 눈길이 자기 뒤를 응시하는 것이라 느꼈다. 돌아서 벽에 걸린 십자가를 보았다.
『그리스도를 사랑한단 말인가?』
『아니야. 자네를 사랑한단 말이야.』
피에르는 자기도 모르게 번쩍 손을 쳐들었다. 때리려고 올라간 손이 공주에서 멈췄다. 그는 숨을 몰아쉬더니 손등을 이마에 가져갔다.
『쟝, 쟝, 십자가 앞에 무릎을 끓고 통회의 기도를 드리게.』
피에르의 목소리는 자기 자신도 알아보기 힘들게 변해있었다.
쟝은 잠시 머뭇거렸다. 두 줄기의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그는 친구 발 밑에 몸을 던졌다.
『여보게, 친구….』
『아니야, 난 괜찮아 그러나 마드레느한테… 저분한테… 쟝, 저 분 앞에서 통회의 기도를 올려.』
쟝은 흰벽앞에 무릎을 끓고 나무로 된 십자기에 얼굴을 대고 눈물로 적셨다.
『천주여, 나는 많은 죄를 지었나이다…』 그러나 쟝의 입에서는 가까스로 목쉰 속리가 들려올뿐이었다. 마치 쓰디쓴 바다속에서 녹슨 닻이 올라오듯…
『난 나쁜놈입니다. 그리스도! 난 나쁜놈이예요』
피에르는 이 상처를 오랫동안 잊을수 없었다. 결국 그렇게 여러달동안 쟝 옆에서 지냈건만 그의 눈초리를 알아보지 못했다니! 그렇게 뜨겁게 끓는 피, 그 심장의 고동, 그렇게 열심히 뛰고 있는것도 모르고 있었구나! 영혼의 소리아닌 다른 비밀, 숨은 무엇이 또 있으란 말인가? 아! 피에르 얼마나 많은 얘기가, 많은 충고가 헛되이 물거품처럼 사라졌단 말인가! 그는 처음 이곳에 왔을때처럼 다시 수집고 근심스러워졌다. 사람마다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것같고 얼굴마다 회복기에든 병자모양 대견하고 허약해보였다. 이 얼굴들을 사랑만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숨은 의미마저 알아보아야 한다. 오른편에는 행복한 부부들, 왼편에는 지하철 입구에서 매음하는 소녀들, 누드사진을 교환하는 약혼자들, 토요일 저녁의 무도회와 인적이 드문 광장. 이 모든것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인간의 사랑이란 두면만을 가진 것이 아니었다. 어느날 저녁 피에르는 서류정리하던 손을 계속하며 마드레느에게 일부러 퉁명스러운 어조로 물었다.
『쟝을 어떻게 생각하오?』
『불행하게요.』
『그를 위해 뭘 해줄수 있겠소?』
『아무것도. 그인 그리스도를 발견했지만 자기 혼자만을 위해 간직하고 있어요. 아직 다른 사람들한테서는 그리스도를 보지 못해요.』
『아마 실망한 것이 아닌지 모르겠소?(피에르는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꼈으나 하는수 없이 그대로 계속했다)아마 큰 희망을 품고 있다가…말못할 사랑같은걸…왜 대답을 안하시오?』
『내가 그 말의 뜻을 몰랐다면 대답하겠지만요.』
『그래서? 마드레느?』
『난 선택을 했어요.』
그녀는 굳세게 대답했다.
피에르는 그녀의 눈에서 눈물을 보는것이 두려워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리고 빨리 화제를 돌렸다.
『미셀은 어떻게 됐소? 새로운 소식이 라도 있소?』
『루루가 일자리를 구해줬는데 다음날에서야 나타났대요. 물론 그때엔 자리가 벌서 찬 뒤였지요.』
두사람은 그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제각기 상대방이 미쉘건을 결정적으로 끝난 일로 여기는줄 알면서 더 이상 항의할 용기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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