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의 교회
교회란 이 지상에 있어서 그리스도의 유업(遺業)을 계속 수행하기 위하여 세워진 것이며 그것은 이 세상 끝날 때까지 구속사업을 계속하도록 조직된 구세주의 신비체(神秘體)이다. 그리스도의 신비체로서의 교회, 그리스도 생명의 존속으로서의 교회란 신적(神的)인 것이며 초경험적(超經驗的)인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동시에 역사적 현실(歷史的 現實)이기도 하다. 예수가 신국(神國)을 장차 자라나 큰 나무가 될 작은 씨앗의 예로 말씀하고 있는바와 같이 교회는 성장ㆍ발전되어야 하는 역사적 실재(歷史的 實在)였다.
사실 교회는 오늘날까지 복잡한 역사의 전개와 더불어 발전되어 왔다. 하느님의 계시(啓示)와 교회 자체의 본성은 역사적 연관 위에서 다양하게 전개되었다.
그리스도교 무대인 로마시대는 교회창시의 시대이며 최초의 포교시대였다. 이 시대는 교회가 하나의 완성이 되고 굳건한 기초를 가진 문화세계에서 박해의 고초를 겪으며 자기 충실을 가져와 마침내 국가와 이교로부터 생존의 보장을 가져온 시대였다.
유럽문화의 새 영도민족인 게르만민족의 대이동으로부터 개막되는 교회사의 제2기인 중세시대에 접어들어 교회는 그리스도교적이고 교회적인 새문화를 창조하고 풍요한 내적생명의 열매를 거두었고 마침내는 외적활동에도 눈을 떠 유럽문화 활동과 사회생활을 그리스도교회안에 완전히 흡수하였다. 그러나 15세기 이후 근대에 접어들어 팽일하는 휴매니즘의 영향으로 유럽은 차차 교회에서 떠나게 되었으며 비가톨릭적인, 비그리스도교적인, 비종교적인 경향이 짙어가게 되었다. 19세기의 과학의 발전과 합리주의적 교육의 보급에 따라 권위보다 기술을 존재적 관심보다 상황적 관심을 목적보다 방법을 중시하는 현대사회의 특성이 나타나게 되었고 인간이 자신의 편의를 위하여 창작한 물질에 휘말려 들어가게 되었고 고도로 조직화된 사회에서 인간의 비인격화와 기계화의 경향이 우위를 차치하는 현대세계에 직면케 되었다.
현실속의 교회
교회는 바로 이러한 현실세계라는 역사적 객체속에 살고있다. 그리스도 구속사업의 현실적면을 수행하기 위한 그리스도 신비체인 교회는 단순히 신비적(神秘的)이고 영신적(靈身的)인 사명의 후행만으로 그 목적을 다하였다고는 할 수 없다. 그리스도 정신이 구현되는 -사랑과 정의의 정신이 투철된-사회건설을 위한 발전적 활동이 수반되어야 한다. 교회는 현실과 격리되고 폐쇄되고 도피된 것이 아니라 현실사회와 공생하는 것이어야 한다.
현대교회는 현대인에「안필」하지 못하고 있음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현대인의 본질이 비종교적이기 때문에 그런것도 아니요 또한 그리스도정신 그 자체의 오류에서 야기된 것이 아니라 과거의 종교적 요소가 현대사회와 괴리되는 점이 있기 때문이다. 환언하면 사목자와 현대인의 의식의 유리(遊離)에서 오는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사목자와 현대인의 격의(隔意)없는 의식의 교류가 요청된다. 이 교류가 활발할때 사목의 결실을 얻을 수 있고 교회는 현대세계와 공생할수 있으며 참된 뜻에서 교회의 사명이 완수될수 있을것이다.
사목자가 현대세계와 호흡을 일치하고 사목을 다하기 위하여는 먼저 명확한 역사의식(歷史意識)을 조성하여야 한다. 세계사의 조류를 파악하여야 그리스도 정신이 투철되는 내일의 세계를 지향하고 현대에 화성(化成) 발전되는 사목활동을 펼수 있는 것이다. 평등, 자유의 역사성에 비추어 낡아빠진 권위의식(權威意識)을 청산하고 설교사(說敎者)가 아니라 대화자(對話者) 동반자(同伴者)로 현대세계에 파고들어야 할것이다. 조직사회의 특성에 비추어 명확한 문제의식(問題意識)에서 조직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침투하는 적극적 태세가 아쉽다. 앉아서 인도하는 안일한 사목이 아니라 나서서 구하고 이끄는 사목이어야 할것이다. 방법론을 중시하는 현대세계에 비추어 설교의 방법으로만 아니라 매스코뮤니케이션에 호소하고 시청각적인 방법이나 더욱이 모범적인 생활행동의 실천이 아쉽다. 지식과 정보의 시대라는 특성에 비추어 현대세계 현대사 현대인 현실문제에 대한 사목자의 연찬이 또한 요청된다. 사회를 알고 인간을 옳게 파악하여야만 제대로의 사목활동을 펼수 있는 것이다. 쇠퇴한 현대인의 도의성(道義性)과 영성(靈性)을 그리스도 정신의 실천으로 찾게하고 공동선(共同善)을 추구하는 사회를 구현함으로써 인간의 궁극목표인 영생의 길이 현실적으로 트이게 함에 있어 사목자의 책임은 크다. 그 사업은 인간안에 사는 교회를 이룩코자 하는 현실적 노력이 경주될때 이루어질 있을것이다.
▲고침=「시대변천과 사목」의 필자 서울사대 조교수는 서울사대 교수로 고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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