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순례단은 한주일「예루살렘」체류의 서운함을 느끼면서 이젠 북쪽으로「갈릴레야 호수와 나자렛」을 찾기로 했다.
아인카렘-「예루살렘」에서 서북쪽으로 약 9Km지점에 있는 작은 촌락인데 여기에 바로 그 옛날 마리아의 사촌 엘리사뱃이 살던 곳이요 마리아가 살 길을 걸어서 엘리사벳을 찾아본 곳이다. 『그때에 마리아 길을 떠나 빨리 유다지파의 한 산 중 읍내로 가사 자카리아집에 들어가사 엘리사벳에게 문안하시니』 (루까1장 39~40절) 이렇게 성서에 기록된 사건이 이루어진 곳이다. 따라서 마리아가 즉흥시로 주님을 찬미한 곳인데 여기 성당 구내에도 세계 각국어로「성모찬 천주가」가 쓰여져 있는데 아무리 찾아 보아도 한국말은 보이지 않았다. 동행중인 순례단 학생은 어느것이 한국말이냐고 물어보았지만 나는 힘 없이 『한국말은 없군요』했을 뿐이다. 이 성당을 지키고 있는 프란치스꼬회 수사님을 찾아서『나는 한국에서 왔는데 여기에 보니 한국말로도 해놓을 수 없을까요?』하고 물었더니『돈만 내면 될 수 있지요』하고 대답했다. 그러나 내 주머니 사정이 이것을 허락치 않았다. 나는 속으로 돈푼이나 만지는 한국 순례단들이 이곳을 다녀갔을텐데 그들이 무엇을 했을까? 하는 푸념을 느끼면서 묵묵히 서서 그 옛날 숨을 헐떡이면서 이 고갯길을 올라오는 마리아를 연상했다. 그리고 「성모 엘리사벳 방문」 성당 맞은편 산등성이에는 전설에 의하면 세자 요한이 출생하셨다는 곳인데 거기에도 한 경당이 서서 광야에서 소리를 지른 세자 요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야곱의 우물-「예루살렘」에서 다시 북쪽으로 64Km를 가면「시켐」이 나타나고 그「시켐」에는 유명한 야곱의 우물이 있다. 『예수께서 「사마리아」에 속한바 「시갈」이라 부르는 고을에 이르시니 곧 야곱이 그 아들 요셉에게 끼쳐준 전장이 가까운데요 또 거기 야곱의 우물이 있는지라…「사마리아」부인 하나 이 물을 길으러 왔거늘…』 (요한 4장 5절 이하) 이와같이 그 유명한 「사마리아」 여인과의 대화가 이루어진 곳 그리고 그리스도께서 지친 몸을 이곳, 우물 물로 피로를 푸신 곳, 양편에 듬직한 산들은 그 옛날에 있었던 그대로 오늘도 묵묵히 그리스도의 역사를 증명하는듯 서 있었다. 우리 순례단은 지붕도 없고 벽만 서 있는 옛 성전 안에서 또 다시 층층대를 이용하여 4.5m 내려가서 야곱의 우물을 찾았다. 제각기 그 물을 마시겠다고 덤볐다. 그 우물의 깊이는 무려 45m나 된다고 하며 아직도 그곳 우물에는 물이 솟아나고 있었다. 우리는 그 물을 마시면서 그 옛날 그리스도께서 마신 그 물이라 생각하면서 모두 감격적인 표정을 했다. 우리는 우물 주위에 앉아서 미리 준비해온 점심을 나누면서 상기의 성서구절을 읽고는 옛날 그리스도의 흔적을 연상했다.
우리 순례단은 계속 옛도시 「텔발라따」와 「사바스띠아」를 잠깐 돌아보고 「갈릴레아」호수 예수님 설교의 고장을 찾았다. 저녁 노을이 어둑어둑해질 무렵 우리는 「갈릴레아」호수변에 있는 「티베리아」에 도착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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