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의 따뜻한 인정이 시작된 것이다. 더구나 신기한 것은 이곳의 나무잎들로 훌륭한「몽소」공원의 나뭇잎이나 다를바 없고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도 부잣집 동네에 들리는 소리와 다를 것이 없었다. 어린아이들이나 동물들에게는 부자와 가난한 자의 구별이 없듯이 봄기운은「싸니」마을에 정답게 찾아왔다.
어느날 저녁 에띠엔느는 공장에서 나오는 피에르를 찾으러 달려갔다.
피에르는 멀리서 에띠엔느가 깡충깡충 뛰고있는 것을 발견했다.
『야-에띠엔느!』
『신부님 신부님 공원안의 이삭있지요? 싹이 텄어요!』
이삭도 다른 가냘픈 풀포기들도「싸니」의 돌 사이를 뚫고 나오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끈진긴 것
「희망」도…
이번엔 월급이 오를 것이고 공동요구서를 지금 검토중이란다. 마침내 형편이 개선될 모양이지!
저녁때가 되면 월급계산서를 비교해본다. 계산도 해본다.
『10%는 오를까?- 최소한 그정도야 오르겠지. 기업연합회 친구들이 이익 본 숫자를 보여 주었는데… 10%의 월급인상은 최소한의 것이지』회계과의 친구가 베껴온 장부가 하도 많은 사람의 손을 거쳐 걸레조각같이 되었다.
『이것 봐. 이 돈은 기계 구입에 쓰기위해 남겨둘 것이고…그야 당연하지. 이 돈은 석탄값이 오를지도 모르니까 그것에 대비해야 하고… 그것도?-물론이지. 당연하지 않나. 그러면 이 돈은? 이건 또 다른데 쓸데가 있지. 해나가노라면 가끔… 뭘 해 나가?-, 일년내내 공장을 움직여 나갈려면 말이야…』
「싸니」마을의 방방마다에서는 활짝 열어제낀 창가에서 봄기운을 마시며 생전 처음으로 수백만 단위의 계산을 하고 있다. 밤이 깊은줄도 모르고 사람들은 손에 연필을 쥐고 머리를 모아 의논한다.
『걱정말게. 봉급인상을 위한 여유는 따로 있어!』
여유…밤늦게 다시 그 얘기는 시작된다.
『루루가 말 하는데 우리한테는 20%밖에 안 오른대』
『그렇게 되면 얼마나 된다…』
『대강 일만육천 이백이라…』
『야 근사하다!』
그들의 가슴은 꿈에 부풀어 있다.
찬란한 무지개를 그리며 서로 다투기도 했다. 온마을 사람들이 횡재한 사람같았다.
어느 토요일 오후 이 찬란하던 꿈은 무참히 짓밟혔다.
3, 4%정도의 봉급인상, 이것이 기업주들의 의사란다.
3, 4%인상이라니… 기가 막혀서…
봄은 갑자기 시들었다. 나무는 싹트고 새는 지저귀고 훈훈한 바람은 불건만…
뭐라구? 삼월이 오면 형무소 안에서도 풀잎이 돋아난단다!「싸니」마을위에 하늘은 여전히 푸르렀으나 철없는 어린애들만이 고개를 들고 다닐뿐 마을 전체가 희망을 잃은 이때 노래소리도 말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다.
강철공장 노동자들은 파업을 하기로 결정하고 피에르의 의견을 물어왔다.
『찬성이오』 그들은 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러나 그날 밤 그들은 피에르네 집에 돌아왔다.『앙리의 집에 가게! 순조롭게 되지 않는 걸…』순조롭게 진행되지 않는다. 앙리는 파업을 연기하기를 권하기 때문이다.
『아직 안돼! 너무 일러. 기다려야 해』
『뭘 기다려?』
『다른 사람들이 합세할때까지… 다른 공장에서도…』
『당(黨)에서 명령이 내려올 때까지 기다리란 말이지?』
루이는 버럭 소리를 지르며 앙리에게로 다가섰다. 두 서너 친구들이 히들히들 웃었다. 다른 사람들은 앙리의 얼굴이 굳어지는 것을 보았다.
『그렇다고 하자. 그래 자넨 무슨 할말이 있나?』
『나는 자유인이란 말을 하겠어. 내 몸둥아리로 내가 살고, 내가 내 봉급을 받고 내 파업하는 것도 내가 결정하는 거야』
『우린 지금 노동자로서 얘기하는 거야』
한 친구가 입을 비죽거리며 뇌까린다. 다른 친구들이 한마디씩 했다.
『그게 무슨 문제야. 루이는 우리 입장에서 얘기하는 거야』
『에이 난 파업이고 뭐고 집어치우겠다. 성가신 일만 생길걸』
『그럼 그만두라지』
『성가신 일이 생긴다고 그만두기만 했다면 난 지금 이 자리에 있지 않을걸세』루이는 안경을 벗어 닦으며 말했다. 앙리가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자네는 노동자가 아니야 루이. 당원도 아니고. 자네같은 사람은…』
『나같은 사람은 자네같은 사람이 당구를 치고있는 동안에 싸우고 있었단 말이야』
『알고있어 루이. 우린 모두 자넬 이해해. 그러나 무정부주의자도 싸움은 하지만 무슨 소용이 있나?』
『다른 놈들한테 다시 생각해 볼 계기가 되지』
『그렇다고 하자. 자네가 당을 미워하는건 나도 알겠어. 당에서 쫓겨났으니까. 당에서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고 자네도 또 자네나름대로 이유가 있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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