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건 아무래도 좋아. 그러나 터놓고 말해보세. 당이 무정부주의 자들보다는 노동자 해방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하고 있지 않나?』
『당은 일도 많이 하지만 요구도 많아. 좀 지나칠 정도로. 하느님과 마찬가지지.』
『그 하느님은 많은 것을 약속하지만 선돈을 먼저 지불해야 하거든.』
『당도 마찬가지야.』
그 자리에 막 도착한 피에르가 끼어들었다.
『이것 참 신나는군. 자네들이 하느님에 대해 논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늙은 루이는 급히 안경을 다시 썼다.
『당은 파업을 하는 것을 원하지만 한달후에 하길 바라고 있어. 「빠리」회담이 있을 때. 그러면 자기네한테 유리하거든. 그런데 다만 한가지 사실은 우리한테는 바로 지금하는 것이 유리하단 말이야. 』
『루이 말이 옳소. 』
피에르가 못을 박았다.
앙리가 흥분했다.
『루이 말이 옳다고 하지만 바로 그 한달 후에 파업이 더 필요하게 된다면? 더 많은 것을 얻을수 있다면…』
『아니야』
루이가 단호하게 말했다.
『우리가 파업의 덕을 보는 것이 아니라 당이 우리 파업의 덕을 보자는거야』
『글쎄 자넨 아무것도 몰라』
피에르는 앙리에게로 다가서며 말했다.
『여보게 앙리, 한달 후에 파업을 한다면 노동자도 고용인도 농부도 아무도 이해 못할거네. 그러나 지금이라면 모든 사람이 우리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을거야. 그것이 우리를 위해서는 더 중요해. 당의 계산보다도』
『산타클로오스 할아버지가 여기 또나타났군』
『평화를 위한 모임때도 자넨 같은 소릴 했지』
루이가 끼어 들었다.
『그래도 자네한테보다 피에르네 집에 와서 서명한 사람이 열배는 넘었네』
『자넨…』『…아무것도 모른다 그말이지』
『그때도 당에서먼저 평화를 부르짖었어』
『그런데 처음 예상했던 이상으로 일이 커졌지』
피에르가 대꾸했다.
『다행히도! 당원들만 서명했었다면, 그건 소련하고 싸움하는 것을 거절한다는 뜻 밖에 안됐어.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서명을 했기 때문에 진정으로 평화를 바라는 것이 되었지. 우리 파업도 마찬가지야』
『나도 알아. 자넨 우릴 위해 교회 문 앞에서 구걸을 하고 싶은거지? 3%의 봉급 인상을 하겠다는 기업주가 미사에서 나오면서 20프랑을 동냥으로 주고나면 하느님 앞에 떳떳해지는 거지. 잘 되었어. 그 수법이』
『자넨 지금 헛소릴 하는군. 내 말이 옳다는 것은 자네도 알고 있어. 그리고 파업도 당이 허락하건 안하건 일어날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고…
그러니 찬성인가 아닌가 똑똑히 말해. 우리 위원회에 자네도 들어올건가? 』
『내일 대답하겠어』
『착한 아이군』
옆에서 루이가 빈정댄다.
『엄마 아빠한테 허락을 받아야지, 그렇지? 말 잘 듣는 어린애들은 천당에 간대요』
바짝 약이 오른 앙리는 정말로 어린애 같은 대답밖에 하지 못한다.
『자넨 나보다 더 어린애야』
『그럴지도 모르지. 그러나 내가 형님이야』
『나이가 제일 많다고 뻐길건 못 돼』
『나이가 제일 많아서 형님이 아니라 제일 많이 고통을 겪었으니 형님이지』
파업이 결정되었다. 앙리는 그 다음날 자기 이름을 적었다. 월요일 「싸니」의 공장들의 4분지 3이 파업에 들어갔다.
피에르와 마드레느는 동조위원회를 맡았다. 흥분된 「싸니」마을은 진통하고 있었다.
사람들의 웃는 소리는 신경질적으로 높았으나 미소진 얼굴은 볼 수 없었다.
버스와 지하철은 텅텅 비어있고 상거래도 필요 불가결한 식료품밖에는 없었다. 다른 상점들은 그저 습관으로 문을 열어 놓았을 뿐이다. 선술영은 항상 가득찼으나 아무것도 마시지 않는 손님들 뿐이었다. 영화관도 오후 상영을 중지하더니 마침내 주말만 열게 되었다.
신문도 이 손에서 저 손으로 들려가며 읽었다. 상점마다 얼마안되는 잔돈을 헤아리고 있을뿐 빵가게에서는 외상손님이 곧 생기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음 화요일 밋숀에 모인 노동사제들은 거의 다 파업중이었다. 그들은 묵묵히 자기네 봉급계산서를 비교해 보았다.
『대주교님한테 사정을 알려드려야겠소. 벌서 기업주 대표들이 거기 간줄 알고 있소. 누가 갔다 오겠소…? 』
나이 든 신부가 좌중을 돌아보며 물었다.
『추기경께서 몇주일 전에 「싸니」에 다녀가셨다면서? 』
삐갈 신부가 피에르를 돌아보며 물었다.
『미사에 참석하셨을 뿐입니다』
『그럼 피에르 신부 당신이 갔다오시오. 우리를 대표해서』
『모든 사람을 대표해서 갔다 오겠습니다. 』
피에르는 일어섰다.
피에르는 대주교 앞에 가기 위해「싸니」의 공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 다섯명의 노동자들을 동반했다. 부정부주의자 한명, 공산주의자 두명, 신자 한명, 그리고 무관심하다는 자 한명 쟝은 이유도 없이 거절했다. 이제 그는 「조라」거리에는 어쩌다 나타날 뿐, 마드레느를 가급적 피하고있었다. 무척 불행해 보였다. 피에르는 그에게 영세얘기를 더 이상 꺼내지 못했다. 우연히 고개를 돌릴때마다 자주 쟝의 눈길과 마주친다. 그의 눈초리는 너무나 말이 없는 의사를 쳐다보는 환자의 눈초리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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