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영화가 완성품이 되어 방영될때까지는 대체로 기획, 촬영, 편집의 3단계를 거치게 된다.
기획은 씨나리오 선택, 출연배우, 음악가, 촬영기사, 녹음기사, 의상담당자, 기타촬영에 필요한 일체를 결정하는 단계를 말한다.
기획의 주도권은 제작자와 감독이 씨나리오를 선정해서 자본을 충당해줄 제작자를 찾는 때도 있고 어떤 때는 제작자가 감독을 채용하는 때도 있다. 그래서 일단 감독과 제작자가 합의를 하게되면 그때부터 본격적인 기획을 추진하게 된다. 그러나 일단 영화촬영이 결정되면 그때부터의주도권은 감독에게 주어지는데 그 이유는 영화라는 작품의 작가는 감독이기 때문이다.
기획이 끝나면 촬영단계로 들어가게 된다. 촬영이 시작되는 것을 크랑크ㆍ인이라 하고 끝나는 것을 크랑크ㆍ업이라고 한다. 그런데 크랑크ㆍ인 된 순간 부터의 절대적 지휘자는 감독이다.
감독은 기획때 선정된 씨나리오를 실현시키는 사람으로서 원칙적으로는 씨나리오를 따라야 하되 경우에 따라서는 변경시킬수 있으며 씨나리오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최대한 표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감독은 제작자의 고용인이 되어 제작자의 허락없이 아무것도 변경하지 못한다.
이렇게 되면 예술가인 감독은 자본가인 제작자에게 예속되어 완전한 예술활동이 불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불만을 갖게 된 프랑스의 몇몇 감독은 1960년도부터 제작자의 존재를 무시하고 단독으로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바로 누벨바그(NOUVELLE VAGUE)의 시초가 되었다. 누벨바그의 대표 작품으로는 쟝ㆍ룩ㆍ고달의「멋대로 놀아라」(1960년) 프랑소와ㆍ트류포의「문제소년」(1959년) 등인데 이類의 영화의 특징은 제작자의 간섭을 포기한 이상 지출을 최소로 줄여야 했기 때문에 감독이 영화촬영기를 들고 세트의 배경을 무시하고 직접 길거리에 나서서 촬영해야 했고 또 명배우들은 개런티가 비싸서 소인을 등용했으며 음악ㆍ의상도 아마츄어들에게 의탁했던 것이다. 그 결과 감독들의 실력이 최고도로 발휘되었기 때문에 영화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게 되었고 새로운 영화풍토가 시작되었던 것이다.
촬영은 풍경과 인물을 배합해서 필름에 옮기는 것이 목적인데 풍경 선택과 배우의 연기는 감독의 뜻에 따라 정해지기 마련이다. 그러고보면 배우의 위치란 극히 미소한 것이며 감독의 뜻을 올바르게 표현해주는데 그치지 않는다.
그러나 연기에 능숙한 배우는 자기 나름대로 감독의 지시보다 더 뛰어난 아이디어를 제공함으로써 영화예술에 큰 공헌을 할 수도 있다. 심지어는 어떤 씨나리오는 특정배우 때문에 씌어지는 수도 있는것이다.
촬영이 끝나면 촬영한 필름을 편집해야 한다. 편집은 촬영한 장면중에 가장 잘된 것을 골라서 서로 연결시키는 작업과 녹음취입 등으로 진행되는데 편집의 주도권도 감독에게 주어진다.
기획과 촬영이 아무리 잘 되었다 하더라도 편집을 올바르게 해놓지 않는다면 그 영화는 실패작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영화계에서는 자금부족 관계로 영화촬영때 필름의 매수를 한정하기 때문에 편집단계에 와서는 그저 장면 장면의 앞뒤를 잘라버리고 서로 연결시키는 것으로 그치는 수가 많은데 이렇게 되면 편집의 본뜻을 상실하고 마는것이다. 지금까지의 영화제작의 과정을 살펴보면 많은 사람들의 협조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지만 감독의 위치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수있다. 영화감독의 위치를 한 오케스트라에 비교한다면 많은 연주자앞에 선 지휘자와 같다고 하겠다. 지휘자없는 오케스트라를 상상하기 어렵듯이 오케스트라 없는 지휘자도 상상할 수 없는것이다.
명 지휘자는 오케스트라 멤버의 한사람 한사람의 실력을 살려서 좋은 음악을 연주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명 감독도 모든 연예인들의 실력을 최고도로 발휘시켜서 명화를 만드는 것이다. 프랑스의 여배우 마리아 카자레스는 연기로 이름난 배우다. 그가 로벨브레쏭의 감독하에「볼로느 공원의 부인」을 촬영할 때 이야기다. 이 영화중에 카자레스가 노기에 차 화분을 들고 깨는 장면이 있는데 브레쏭은 카자레스에게 이 행동을 8번이나 반복시켰다고 한다. 화가 치밀어 오른 카자레스는 9번째는 정말 화가 나서 화분을 던저버렸다고 한다. 브레쏭은 이 마지막 촬영을 편집에서 채택했다는 것이다.
어쨌든 한 영화에서 감독의 의도와 성격과 취향이 나타나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여자감독의 영화가 다르고 남자감독의 영화가 다르며 화가 감독의 영화가 다르고 법률가 감독의 영화가 다른 법이다. 이런면에서 볼 때 황혜미의 「첫경험」과 최하원의「독 짓는 늙은이」는 감독의 개성이 다분히 담겨있는 작품들이다. <환>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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