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들은 소풍을 가면 으례히 노래를 한다. 놀러가서 노래를 부르는 것은 비단 교회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처음에는 외국노래、오페라곡과 같은 좀 고상하고 어려운 노래를 부르다가、분위기가 고조되고 술기운이 돌면 그런 고상한 노래들은 점차 사라지고 「목포의 눈물」같은 흘러간 노래인 통속적인 곡들을 부르는 것이 통례이다. 그것은 내게 퍽 인상적이었다. 내 견해로는 이러한 상황이 곧 사람들 마음속에 깊이 내재된 밑바닥의 갈망들이 표현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알코올은 긴장을 풀어주기도 하며、사무실과 학교 등과 같이 관료적인 곳에서의 의식적인 처신을 위한 일종의 가면을 벗도록 하는데 효과가 있다.
『In vino veritas(술이 진리다)라는 옛말이 있듯이 사람들은 약간의 술을 마신 후에라야만 쉽게 참 인간의 면모를 드러내는 것 같다.
우리는 그리스도교인들 또한 그들의 신앙을 그렇게 피상적으로 드러내 보이려 하지는 않는지 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
천주교가 새 종교로 멸시 당했던 초기 한국교회에서는 사람들이 박해를 무릅쓰고 신자가 되었지만 요즘은 신자가 된다는 것이 마치 유행처럼 되어버렸고、신앙의 뿌리도 약해진 것처럼 보인다. 물론 한국에는 진실한 참그리스도교인들이 많다.
그러나 가톨릭 신자라면 중류층、현대인、교육수준에게 인식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참종교로 가톨릭을 책하기 보다는 남에게 보이고 싶어 하는 겉치레로도 간혹 있는 것 같다.
놀러가서 노래를 부를 때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긴장을 풀 때、또는 어떤 위기에 직면해 있을 때 우리는 우리고유의 종교를 갖기를 간절히 바란다. 가톨릭신자들이 빈번하게 점장이를 찾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거기에 바로 이러한 요인이 있지 않은가 생각된다.
또한 신자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참신앙을 갖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여러 요인이 있을 수 있으나 여기서는 두 가지만 언급해보고자 한다.
첫 번째 중요한 요인은 시대가 변함에 따라 예비자 교육의 형태가 개인지도 교육방법에서 교실형태의 교육방법으로 바뀐 것이다. 가톨릭신자수가 비교적 적었을 때 각 예비자는 세속적인 가치관을 그리스도 삶에 기초를 둔 가치관으로 바꿀 준비가 될 때까지 충분한 시간을 두고 몇 년에 걸쳐 개인 지도를 받았다. 그것은 마치 신부나 수녀가 되기 위해 마지막 결정을 하기 전에 받는 개인양성과 같았다. 거기에는 고정된 시간표에 의해 어떤 과정을 마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영성적 상태를 고려하여 그 사람에 맞게 예비자 교육을 시켰으므로 각 사람의 교리 신행속도 또한 달랐다.
요즘은 예비자 교리방법은 학교교실과 다를 바 없다. 마치 대량생산공장과 같다. 예비자들은 영세받기 위해 최소한의 예비자 교리시간에 참석하여 「졸업」만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삶의 세속적 가치관을 그리스도의 가치관으로 바꿔 진심으로 그리스도께로 회심하고 신자가 되는 경우는 드문 것 같다. 가톨릭 신자라는 미명의 이교도일 뿐이다.
두 번째 요인은 예비자 교리교육과 비신자 때의 삶 사이가 통합이 잘 안 이루어진 때문이다. 예비자들은 신자가 되기 위해선 부득이 우리의 전통적인 종교와 연관된 모든 것을 끊어버려야 한다고 잘못 생각한 것 같다. 가톨릭교회는 어느 정도 이에 책임을 져야한다. 1750년경 교황청에서는 제사를 하느님과 조상을 동등한 위치에 놓는 것이라고 급하게 판단하여 비난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동양 (중국ㆍ일본ㆍ한국) 에서는、그리스도교 신자가되려면 전통적인 모든 것을 끊는 것이 교회의 가르침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훨씬 이전에 교황청에서 가르친 아래와 같은 진보적 생각과는 아주 대조된다.
『각 나라 전통이 종교를 갖는데 있어서 어떤 장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종교나 윤리에 거슬리지 않는 한、그들의 전례나 관습、생활방식、어떤 것도 바꿔야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선교지에서 우리의 교회를 불란서식ㆍ스페인식ㆍ이탈리아식 그 밖의 어떤 유럽식으로 만든다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것이 되겠는가? 선교지의 고유한 종교전통을 슬기롭게 받아들여 새 종교를 그 문화 속에 뿌리내리도록 해야 한다』 이것은 1659년 유럽에서 아시아로 파견되는 선교사들에게 교황청에서 행한 교육의 일부이다. 이와 같은 가르침은 제사에 대한 비판적 태도보다 오히려 현대 신학자들의 행각과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나는 우리의 전통적 종교유산과 관련된 것을 끊어서도 안 되며、끊을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전통적 종교유산은 인간의 무의식속에 잠재해 있어 우리가 원하는 원하지 않는 순간순간 나타날 것이다.
모든 종교의 뿌리는 아주 비슷하다. 가톨릭교회가 한국 상황에 깊이 뿌리를 내리기위해서는 복음적 가치에 부합되는 전통은 받아들여 계속 유지시키고、반대되는 것은 과감히 떨쳐버려야 한다.
전통적인 종교유산 모두를 거부하면서 오로지 성서만 믿자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그러한 그리스도교인은 바위에 뿌리를 내리고자 하는 씨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어떤씨는 흙이 많지 않은 돌밭에 떨어졌다. 싹은 곧 나왔지만 흙이 깊지 않아서 해가 뜨자 타버려 뿌리도 붙이지 못한 채 말랐다(마태13、5~6). 또한 이런 사람들은 겉으로 볼 때는 신앙이 있는 것처럼 보이겠지만、그들의 신앙은 문화와는 고립된 피상적인 신앙、즉「우물 안 개구리」식의 믿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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